오승원 목사(콩코디아 신학교 박사 과정)

지난 글에서 ‘선교’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본성이자 본질적 속성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나누었다. 그렇다면 선교의 하나님께서는 이 세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하나님의 선교를 이루어 가시는 걸까? 많은 선교학자들은 성경에서 하나님의 선교 방법을 두 가지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첫번째는 구심적 선교원리(Centripetal mission, inwardly coming in)이다. 두 번째는 원심적 선교원리(Centrifugal mission, outwardly going out)이다. 

구심적 선교 개념은 하나님의 은혜와 영광을 인하여 복음 밖에 속한 사람들이 자진해서 하나님의 교회 가운데로 나아온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반면 원심적 선교 개념은 하나님 나라의 증거를 위해 세상으로 나아가 복음을 선포하라는 선교적 명령을 충실히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을 취하는 것이다. 신약성경의 말씀들은 이러한 선교 개념을 잘 뒷받침해 주고 있다(마 28:19; 막 16:15; 요 20:21; 행 1:8).

조지 피터스(G.W. Peters)는 선교의 방법론을 논하면서 구약성경은 구심적 선교원리에, 신약성경은 원심적 선교원리에 충실하다고 언급하였다. 사실 오늘날까지도 선교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이분법적인 이해를 가지고 하나님의 선교원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구약 시대에는 하나님께서 구심적 선교원리를 통하여 선교를 이루셨다는 견해에 동의하는 선교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구약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방인들의 회심과 야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증거하기 위한 어떠한 외부 지향적인 선교 명령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독일의 대표적인 선교학자 아돌프 폰 하르낙(Gustav Adolf Von Harnack)은 예수님이 공적인 사역을 하시면서 유대인들에게만 그의 선교를 지시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방인들에 대한 선교는 예수님의 관심 밖에 있었다고 주장한다. “차라리 이스라엘 집의 잃어버린 양에게로 가라”는 마태복음의 언급(마 10:9)은 예수님의 사역이 유대인 선교에 초점을 두고 있었음을 명시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 사역과 치유 사역은 유대인뿐만 아니라 이방인에게도 행하여졌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마 4:15; 마 15:21-28).

구약 시대의 선교는 구심적이고, 신약 시대의 선교는 원심적이라고 구분 짓는 이분법적인 견해가 어떤 면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데이비드 보쉬(David J. Bosch)는 우리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도전한다. 그는 구심적 선교의 원리는 구약에만 국한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신약의 특징이기도 하며, 또한 원심적 선교의 원리 역시 신약에만 국한된 것이라고만 말할 수 없고 구약의 특징이기도 함을 강조한다(Witness to the World, 1980). 즉 신구약 성경에 언급되고 있는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선교는 구약과 신약의 구분 없이 구심적 원리와 원심적 원리들이 공존하여 전개된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우리 교회가 고착화된 이분법적 원리로 우리 자신과 교회와 세상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어떤 교회들은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가졌던 하나님의 선택된 백성으로서의 특권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요나 선지자처럼 나와 타인을 구별 짓고, 하나님의 은혜를 나누고자 하는 마음보다 나와 내가 속한 공동체의 유익만을 추구하려는 구심적 원리에 갇혀 있는 자세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를 열망하시는 하나님의 원심적 선교원리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선택하신 것은 그들을 통해 전 세계 모든 민족들에게 하나님의 치유와 회복의 은혜를 나누기 위한 것이었다. 하나님께서 우리 개개인을 하나님의 자녀로 택하시고 부르신 것은 특권을 누리는 것을 넘어서서 하나님 나라의 거룩한 백성으로서의 선교적 책임을 부여하기 위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교회의 공동체에 속하여 하나님을 예배하며 여러 형태의 헌신을 나누는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자신만의 특권을 받아 누리고자 하는 것이라면, 어쩌면 그것이 자기중심적인 구심적 원리로 자신과 교회와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끝으로, 우리가 속한 교회 공동체 가운데 하나님의 선교적 임재와 능력이 회복되고, 그 은혜들이 빛을 잃고 살아가고 있는, 하나님의 잃어버린 자녀들에게 나눠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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