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신앙 (4)

오승원 목사(콩코디아 신학교 선교학 박사 과정)

예수님은 공생애 기간 동안 제자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를 증거하셨다. 예수님의 선교사적 삶은 크게 하나님 나라의 말씀 선포와 하나님 나라의 능력을 이 땅 가운데 풀어놓으시는 것으로 함축할 수 있다(마 4:2; 10:7-8, 막 1:32-34,눅 9:1-2). 

예수님의 이러한 선교적 삶과 사역에 있어서 중심축이 되었던 것은 바로 십자가였다. 십자가는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이며 목적이었다. 클라우스 슐츠(Klaus Detlev Schulz)는 자신의 저서 『Mission from the Cross』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단순히 신학뿐만 아니라, 모든 선교적 노력과 헌신들에 있어서 가장 핵심이요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Mission from the Cross, 9).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세 번에 걸쳐 자신의 고난과 죽음, 부활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부르시고 공적인 사역을 시작하신 지 거의 2년 반이 지나서야  제자들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고난과 죽음을 알리신다(마 16:21, 막 8:31-32).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베드로의 반응은 참 재미있다. 성경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따로 불러세우고는 절대로 그런 일이 예수님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예수님을 꾸짖었다고 기록하고 있다(마 16:22, NASB). 예수님은 이런 베드로의 태도를 칭찬하지 않고 책망하셨다. “사단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막 8:33).

예수님은 갈릴리 지역을 지나시면서 두 번째로 자신이 감당해야 할 십자가의 고난을 제자들에게 알리셨다(막 9:30-31). 하지만 성경은 제자들이 예수님의 말씀을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무서워하였다고 말씀하고 있다(막 9:33). 

그 직후 가버나움으로 이동 중에 제자들 은 그들 중에 누가 더 큰 자인가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예수님은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면서, 이제 온 세상의 죄악을 짊어질 유월절 어린양으로서 자신이 어떻게 고난을 받고 죽게 될 것인지를 세 번째로 제자들에게 알리셨다(막 10:33-34). 이러한 막중한 때에 세베대의 아들들인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께 나아와 “주의 영광 중에서 우리를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앉게 하여 주옵소서”라고 간청한다(막 10:37). 

이 당시 예수님의 제자들은 하나님의 관점에서 예수님의 십자가를 바라보지 못하였다. 실제로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을 직면한 제자들은 두려움과 절망 속에 흩어져 버렸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 앞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에 골몰하였다.“누가 더 크냐?”가 그들에게는 더 큰 관심사였다. 

하나님의 뜻과 계획, 이 시대를 향한 목적과는 상반되는 예수님을 향한 제자들의 충정, 헌신과 결의는 십자가 앞에서 아무런 능력도 힘도 발휘하지 못하였다. 십자가가 중심이 되어야 할 하나님 나라에서 자신의 명성과 성공, 그들이 누리고 싶어하는 유익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선교적 삶과 사역의 시작은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서 우리 자신을 내려놓는 일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선교는 ‘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십자가’에서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께 우리의 삶과 사역의 주도권을 온전히 내드리는 것이다. 

오늘도 삶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며 선교적 삶을 살아가는 크리스천들이 십자가의 능력을 품은 한 알의 밀이 되어 이 땅 가운데서 하나님 나라의 선교가 완성되는 데 귀한 밑거름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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