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와 신앙(6)

오승원 목사(콩고디아 신학교 선교학 박사 과정)


이사야서는 네 개의 ‘종의 노래(the Servant songs)’를 담고 있다. 선교학자인 로저 헤들런드(Roger E. Hedlund)는 자신의 저서에서 이사야 40-50장에 언급된 ‘종의 노래’를 구약성서에서 가장 중대한 선교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The Mission of the Church in the World, 116-17).

그중에서 이사야 42장 1-9절을 통해  ‘여호와의 종’으로서 예수님의 선교적 삶과 사역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특별히 예수님의 선교적 삶과 사역 속에 드러나는 하나님의 주권과 그것이 우리의 선교적 삶에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여호와의 종’ 되신 예수님의 선교적 사역은 여호와 하나님만이 모든 만물의 창조자라는 인식이 기초를 이루고 있다.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주어진 가장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는 여호와 하나님은 하늘과 땅, 그 가운데 속한 모든 만물을 창조하시고 주관하신다는 사실이다(사 40:21-26; 42:5).

오늘날 현대 사회는 하나님의 창조를 인정하지 않는 유물론적인 가치관과 진화론적인 철학의 영향력에 함몰되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하나님께서 마땅히 서야 할 자리에 물질 만능주의와 인간의 이성이 주인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여기에 하나님의 창조 목적에 합당한 만물의 회복과 인간 구원을 위한 선교의 당위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두 번째, ‘여호와의 종’ 되신 예수님의 선교 대상은 이스라엘 민족의 구원과 회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민족을 포함하여 소위 이방 민족들, 즉 이 세상의 모든 나라들과 민족들을 구원하기 원하신다. 존 오스왈트(John N. Oswalt)는 이사야 42:5에 언급되고 있는 “백성들(people)”은 단순히 이스라엘 민족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상에 존재하는 전 인류 공동체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The Book of Isaiah. Chapter 40-66, 117). 

이러한 주장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이심과 동시에 전 인류의 하나님이시라는 더 확장된 선교적 관점으로 나아가도록 인도한다. 하나님의 창조 세계에서는 국가와 민족, 피부색과 인종에 있어서 차별이 없다. 모든 사람은 하나님 앞에 귀한 존재이며, 사랑받고 구원받아야 할 가치가 있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선교적 삶과 사역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만이 참되시고 유일한 창조자 되시며, 이스라엘 민족을 넘어 전 인류에게 구원을 베풀어 주실 수 있는 분임을 증거하는 것이다(Edward Young, The Book of Isaiah, vol. III, 118).

세 번째, 하나님은 만물의 창조자이실 뿐만 아니라, 선교의 창조자이시다.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 ‘여호와의 종’ 되신 예수님의 모든 선교적 삶과 사역을 주도하신다는 것이다. 모든 만물의 창조자이신 하나님께서는 예수님을 의(righteousness) 안에서 하나님의 선교적 사역을 위해 부르셨다고 말씀하신다(사 42:6). 더 나아가 이러한 선교적 부르심을 받은 ‘여호와의 종’으로 하여금 하나님의 언약을 수행하도록 명령하시며, 열방을 구원하는 빛이 되도록 하시기 위하여 하나님의 인도와 보호하심으로 함께하실 것을 말씀하고 계신다(사 42:6-7).

이사야 선지자는 “나 곧 나는 여호와라 나 외에 구원자가 없느니라(사 43:11)”는 메시지로 여호와 하나님은 하나님의 언약 백성들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선교적 사역을 계획하시고, 자신의 종 예수님을 통해 선교 사역을 실행하시고 성취하시는 선교의 창조자이시며 주권자 되심을 선포하고 있다.

구약의 선교적 언약을 성취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자신을 비워 순종하셨고(빌 2:6-11), 선교 명령을 수행함에 있어서도 하나님의 주권적인 인도하심과 능력에 자신을 온전히 맡기셨다(요 4:34; 5:17-20). 

우리의 선교적 삶과 사역의 본보기는 예수님이시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 나라의 선교를 위하여 주권적으로 우리를 선택하시고 부르시며 이 세상 가운데로 보내신다(눅 9:1-2). 우리 자신의 안위와 성공을 내세우기보다 예수님께 우리 삶의 주도권을 내어드리며, 믿음으로 순종하는 자리에 나아감으로써 하나님의 선교적 재창조의 역사가 우리 공동체 가운데 실현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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