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스 강단 (21)

임태집 목사(로고스선교회)


어머니의 날에 어머니의 사랑을 생각하면, 하나님의 사랑이 투영되곤 한다. 아버지의 날에 떠올리는 하나님의 이미지는 좋으신 하나님 아버지이다. 그런데 어릴 때 엄하신 아버지 밑에서 자라거나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못하다면, ‘하나님 아버지’라는 말에서 선뜻 선하시고 좋으신 하나님 아버지가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육신의 아버지가 하나님 아버지의 이미지를 왜곡하거나 가려서, 실제 하나님 아버지는 참으로 좋으시고 선하시지만 이를 꺠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이 선하시고 좋으신 분이심을 알리고 있다. 좋을 때, 평탄할 때만이 아니라 고난이라고 여길 때, 힘들 때도 하나님은 선하시다. 말 그대로 모든 상황에서 하나님은 좋으신 분이심을 성경은 말하고 있다. 그 하나님을 “너희는 여호와의 선하심을 맛보아 알지어다”(시 34:8 상반절)라고 말하고 있다. “맛보아 알지어다”는 문자적으로만 이해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고, 하나님의 선하심을 경험하여 알라는 뜻이다.

그 선하신 하나님을 더욱 알고 경험하길 원했던 사람이 모세였다. “모세가 이르되 원하건대 주의 영광을 내게 보이소서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내가 내 모든 선한 것을 네 앞으로 지나가게 하고 여호와의 이름을 네 앞에 선포하리라 나는 은혜 베풀 자에게 은혜를 베풀고 긍휼히 여길 자에게 긍휼을 베푸느니라”(출 33:18-19). 모세가 하나님께 “주의 영광을 내게 보이소서”라고 간구한 것은 하나님이 어떤 분이신지 알려 달라고 간구한 것이다. 그의 간구에 하나님은 자신의 모든 선하심을 보여 주셨다. 그 많은 하나님의 속성 중에 하나님은 모든 선하심을 모세에게 보여 주길 원하셨다.

하나님 아버지가 어떤 분이신지는 삼위일체이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과 성령 하나님께서 제일 잘 아실 것이다. 마치 우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알고 있지만, 세상에서 제일 그를 잘 아는 사람이 부인 질 바이든 여사인 것과 같다. 우리는 뉴스와 사람들의 말을 통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알게 되었지만, 질 바이든 여사는 그와 살면서 실제적이고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마태복음 7:9-11에 예수님은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는데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는데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라며, 하나님 아버지께서 좋은 것을 주시는 선하고, 좋으신 하나님 아버지되심을 말해 주고 있다.

누가복음에서는 이 좋은 것을 성령님으로 말한다. “너희가 악할지라도 좋은 것을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 하시니라”(눅 11:13). 사실 모든 좋은 것은 하나님께 있다(약 1:17). 그렇기 때문에 성령님을 받는 것은 모든 좋은 것을 받는 것과 같은 것이다. 또한 예수님은 우리의 필요에 대해 마태복음 6:32에서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고 하셨다. 하나님은 자녀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다 아실 뿐 아니라 자녀를 돌보아 주시고 가장 좋은 것을 주시는 완전하신 분이다. 이 사실은 관념적이고, 철학적이고, 교리적인 개념이 아닌 좋은 것을 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하여 맛보아 알아야 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선하심과 좋으신 하나님임을 경험할 수 있는 길은 믿음으로 구하고 찾고 두드릴 때 가능하다. 

초대 문화부 장관을 역임한 고(故) 이어령 교수가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퍼스트 펭귄”의 예화를 들었다. 무리 지어 몰려다니는 펭귄들 중 가장 앞서서 용기 내 물속으로 뛰어드는 첫 번째 펭귄이 있다. 그 첫 번째 펭귄은 범고래나 바다표범에 잡아먹힐 확률이 높아서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 교수는 농반진반으로 “자신은 등 떠밀려 들어간 퍼스트 펭귄”이라고 밝히며, “사람들이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이라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퍼스트 펭귄처럼 행동하게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남에게 떠밀렸건 우쭐해서 뛰어내렸건,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생사의 경계선에서 앞장서서 뛰어내리는 퍼스트 펭귄의 모습은, 추락이 아니라 참 아름답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퍼스트 펭귄이 되어 희생하기를 각오하고 먼저 파도에 뛰어들기는 어렵다. 

라틴 아메리카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인 영국 해군 장교 출신의 알렌 가디너(Allen Gardiner)는 여섯 명의 동역자들과 함께 1850년, 남미의 남부 끝에 위치한 티에라 델 푸에고(Tierra Del Fuego) 섬에 도착했다. 그러나 1851년, 남아메리카 남단의 픽턴 섬에 식량을 조달하는 배가 도착하지 못해 57세의 나이로 굶어 죽고 말았다. 그의 시신이 발견되었을 때 그의 일기장도 근처에 있었는데, 굶주림, 목마름, 상처, 외로움 등의 기록이 담겨져 있었다. 그는 일기에 “하나님이 나에게 힘을 주시는 한 실패는 나를 두렵게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고, 마지막 날 그는 “나는 하나님의 선하심을 느끼며 그에 압도되었다”라고 적었다. 어떻게 굶주림과 질병과 외로움들과 싸우면서 하나님의 선하심을 느끼며 그에 압도될 수 있을까? 

신명기1:30-31을 보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보다 먼저 가셨다고 하신다. 광야에 들어선 이스라엘 백성이 사막에 먹을 것도 없고, 물도 없고, 애굽 군대가 뒤따라오고, 이방 나라들이 죽이려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미 하나님은 거기에 계셨다. 그리고 그들을 안으사 그곳까지 이르게 하셨다고 하신다. 내 힘으로 내 의지로 이곳에 왔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하나님께서 나를 안아 이곳까지 오게 하신 것이다. 퍼스트 펭귄으로 뛰어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하나님께서 나보다 먼저 뛰어드셨고, 나를 안고 뛰어드셨던 것이다. 

이 사실을 깨닫고 하나님의 선하심을 맛본 알렌 가디너는 그의 선하심에 압도되었다고 고백할 수 있었다. 알렌 가드너의 이야기가 많은 청년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고, 그의 희생이 교회에 감동을 주어 라틴 아메리카 선교에 불이 붙게 되었다. 얼마 후 영국 국교회가 칠레와 파라과이의 여러 종족을 대상으로 사역을 시작했고, 1914년까지 라틴 아메리카의 많은 나라에서 선교사들이 사역하면서 오십만 명의 사람들을 주님께 인도했다.

성경은 말한다. “또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 8:28).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사 오늘과 같이 많은 백성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시려 하셨나니”(창 50:20).

선하신 하나님께서 결국은 모든 것을 통해 선을 이루시고, 해하는 악을 선으로 바꾸어 역사하시는 좋으신 하나님이심을 증거한다. 그래서 성경은 자신 있게 하나님께 감사하라고 말한다.“여호와께 감사하라 그는 선하시니라”(대상 16:34).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