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이야기 - 산상수훈 (16)

영화 '워룸'의 한 장면
영화 '워룸'의 한 장면

김민순 목사(뉴멕시코 주 알버커키 갈릴리 장로교회 담임)


1. 영화 ‘워룸’(War Room)

영화 ‘워룸’을 보면 아내 엘리자베스와 남편 토니의 고통스러운 부부 관계의 사이클을 끊어내는 계기가 기도의 골방 워룸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엘리자베스는 집을 팔려는 클라라 윌리엄스를 만나서 기도의 능력을 배우기 시작한다. 엘리자베스는 싸워야 할 진정한 적은 남편이 아니기에 기도의 골방 워룸에서 성경 말씀 세 구절을 붙여 놓고 기도했다.

“도둑이 오는 것은 도둑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요 10:10).

“주는 미쁘사 너희를 굳건하게 하시고 악한 자에게서 지키시리라”(살후 3:3).

“그런즉 너희는 하나님께 복종할지어다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너희를 피하리라”(약 4:7).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기도하는 엘리자베스의 기도는 연약한 자의 기도가 아니라 기도하는 사람의 기도였다. 하나님 앞에서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은 미지근한 커피처럼 영적으로 냉랭했던 엘리자베스가 기도의 능력을 배우고 기도하니 그녀의 삶이 달라졌고, 가정도 달라졌다. 그리고 기도의 골방에서 밤새 기도하는 기도의 사람이 되었다. 딸 다니엘르와 관계가 회복되었고, 남편 토니를 위해서 기도하는 기도의 아내가 되었으며, 동생 신시아를 위한 기도의 멘토가 되었다.

2. 우리에게 기도를 가르쳐 주옵소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더 깊은 기도의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마태복음 6장 9-13절의 주기도문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기도이다. 본문의 배경을 누가복음 11장 1-2절에서 이렇게 말한다. “예수께서 한 곳에서 기도하시고 마치시매 제자 중 하나가 여짜오되 주여 요한이 자기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친 것 같이 우리에게도 가르쳐 주옵소서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렇게 하라.” 

기도에 대한 우리의 고민과 제자들의 고민은 동일하다. 더 깊은 기도의 사람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의 고민이다. 기도를 가르쳐 달라는 제자들의 요구에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주기도문은 예수님의 기도인 주의 기도라기보다는 제자들을 위한 제자들의 기도이며 우리의 기도이다. 동시에 주기도문의 기도는 믿는 성도이며 제자인 우리가 이 땅에서 품어야 하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구하는 기도이다. 

3. 기도의 대상인 하나님 우리 아버지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알려 주신 기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가 임하시오며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옵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시옵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고 다만 악에서 구하시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마 6:9-13).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이다. 그 아버지께 6가지 간구를 올린다. 주기도문은 기도의 대상이신 하나님, 기도의 6가지 내용, 그리고 마지막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송영이 있다. 기도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기도의 대상이신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중요하다.

첫째,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분은 하나님 아버지이시다. 이 말은 기도하는 우리와 우리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말해 준다. 구약 성경을 보면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그중에서도 기도할 때 하나님을 아버지로 부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가장 중요한 기도의 대상인 하나님은 조상의 하나님 여호와,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이었다. 스스로 계시는 하나님께서 친히 아브라함과 언약을 맺으신 하나님이시며, 아브라함과 맺은 언약을 아들 이삭에게 계승시키신 하나님이시며, 야곱에게까지 그 언약을 이어가시는 언약의 하나님이셨다. 

주기도문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하나님을 아버지로 소개한다. 헬라어 아버지(파테르)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사용한 언어인 아람어의 번역이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쳐 주신 아버지는 우리가 잘 아는 아빠에 해당하는 아람어 아바이다.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하나님, 이삭의 하나님, 야곱의 하나님, 한 민족의 하나님만이 아니라, 우리의 친밀한 아빠가 되어 주신다. 예수님 당시에는 기도할 때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았다. 그러기에 이 기도는 우리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에 대한 혁명적인 호칭의 변화이다.

둘째, 우리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은 우리 아버지이시다. 우리나라 말에 우리라는 단어는 참 좋은 단어이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교회는 우리 교회이다. 우리가 기도하는 하나님은 우리 아버지이시다.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은 우리 아버지이시다. 하나님 우리 아버지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개인적으로 만나 주시고 구원해 주셨다. 구원받은 은혜가 동일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모두 다르다. 그러나 그렇게 구원받은 한 사람 한 사람을 혼자 두지 않으시고 우리라는 공동체로 불러 주셨다. 기도는 개인적으로 하지만, 합심하여 교회 공동체가 해야 한다. 우리 각자의 기도에 하나님은 응답하시지만, 우리 한 사람 두 사람이 모여서 합심하여 기도하는 것을 더 좋아하시는 하나님 우리 아버지이시다. 혼자 기도하는 골방 기도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합심하여 기도하는 기도는 하나님 우리 아버지를 경험할 수 있는 복된 기도이다.
 
셋째, 우리 기도를 들으시는 우리 아버지는 하늘에 계시다. 우리는 이 땅에서 기도를 드리는데,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은 이 땅이 아닌 하늘에 계시다. 솔로몬 왕은 하나님을 위한 집인 성전을 건축하고 봉헌하면서 하늘의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이 참으로 땅에 거하리이까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이라도 주를 용납하지 못하겠거든 하물며 내가 건축한 이 성전이오리이까? 그러나 내 하나님 여호와여 주의 종의 기도와 간구를 돌아보시며 이 종이이 오늘 주 앞에서 부르짖음과 비는 기도를 들으시옵소서”(왕상 8:27-28). 

하늘과 하늘들의 하늘이라도 하나님이 거하시기에 합당한 곳은 아무 곳도 없다. 하물며 솔로몬이 건축한 성전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을 모시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성전이다.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은 이 땅의 모든 피조물을 권능과 지혜로 통치하시고 다스리시는 하늘의 하나님이시다.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는 분은 우리 기도에 하나님의 뜻과 하나님의 때에 가장 좋은 응답을 주실 수 있는 능력의 하나님이시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는 연약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응답하여 주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이시기에 우리의 기도로 하나님 앞에 나아간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는 우리의 아버지이시기에 교회가 한마음으로 드리는 기도에 응답하여 주신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빠 아버지는 우리가 친밀하게 신뢰할 수 있는 우리 하나님이시다.

* 편집자 주: 김민순 목사는 서울대, 총신대 M. Div., 합신대, 칼빈세미너리 역사신학 Th. M. 및 Ph. D. 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뉴멕시코 주 알버커키 갈릴리 장로교회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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