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방사성 물질 유출 가능성 높아져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 사절단이 2022년 9월 1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 에네르호다르 외곽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이 진행 중인 러시아가 통제하는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하고 있다.(본지-로이터 게재 특약)
국제원자력기구(IAEA) 전문가 사절단이 2022년 9월 1일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 에네르호다르 외곽에서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이 진행 중인 러시아가 통제하는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하고 있다.(본지-로이터 게재 특약)

지난 8월 24일은 소련이 붕괴되고 우크라이나가 독립을 선언한 날이자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된 지 6개월째가 된 날이었다. 전쟁 초기, 러시아는 키이우와 다른 주요 도시를 점령하려 했으나 우크라이나의 매복 전술과 대전차 미사일 공격으로 밀려났다.

그 후 러시아는 돈바스 점령에 집중하여 루간스크 주를 지배하고 있으며, 남동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을 지난 5월 오랜 포위 끝에 함락했다. 이를 통해 러시아는 크림 반도까지 육로로 연결했고, 우크라이나 남동부 해안선과 아조프해를 완전히 장악했다.

우크라이나 핵심 전선이 동부 돈바스에서 남부로 옮겨가면서 이번 전쟁이 3단계 상황으로 진입했다고 지난 8월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과 영국의 정보당국 등을 인용해 분석했다.

지난 9월 10일, 우크라이나군이 북동부 하르키우 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지역을 수복하고, 남부로 진격 헤르손 탈환을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에서 러시아군을 저지하고 남부의 헤르손을 탈환하면 이번 전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WSJ이 보도했다. 헤르손은 항구 도시이자 전략적 요충지로 러시아가 오데사로 진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한편 지난 9월 11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 속에 원전의 전력 공급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경우가 여러 차례 발생했고, 단지 내 잇단 포격으로 행정·관리동과 훈련용 시설 등에 화재가 발생해 원전 사고에 관한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나온 조치이다.

러시아는 지난 3월 말, 원자로 6기를 보유한 유럽 최대 규모의 단일 시설인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했다.이에 해당 원전의 통제권은 러시아군이 갖고 있으나, 실무 인원은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사 ‘에네르고아톰’ 소속 우크라이나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에네르고아톰은 8월 27일, 러시아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원전 부지를 포격하여 원전 기반 시설에서 피해가 발생했으며, 수소와 방사성 물질 유출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러시아 국방부는 같은 날 우크라이나군이 원전 단지를 3차례 공격하여 총 17발의 포탄을 발사했으며, 8월 29일에는 발전소 건물 위에서 우크라이나의 무인기(드론) 1대를 격추했다는 주장을 했다고 로이터,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은 원전 주변에서 상대방이 도발하고 있다며 서로 비난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가 원전 주변 주민 40만 명에게 방사능 피폭 시 몸에 축적되는 것을 막아 주는 아이오딘(요오드) 알약을 배포했다고 현지에서 구호 활동을 하는 송솔나무 선교사가 밝혔다. 현지 주민들은 주변에 방사능이 퍼졌다고 여기며 이 지역에 구호 활동을 위해 들어가는 봉사자들은 이 알약을 먹고 들어간다고 전했다.

이처럼 방사성 물질 유출 사고에 대한 위험이 커지자 국제사회는 잇따라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주요 통신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충돌이 계속된다면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원전과 주변부를 겨냥하는 모든 군사 행동을 즉각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G7(주요 7국) 외교장관들은 “러시아는 즉시 자포리자 원전에서 철수하라”는 공동 성명을 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시찰단 14명은 지난 9월 1일, 자포리자 원전 시설 현장 방문 후 물리적 무결성 및 안전·보안 체계를 위해 위해 원전 주변에 보호 구역을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금 불장난을 하고 있다. 매우 파멸적인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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