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영성

소기범 목사(뉴저지 은혜와 사랑교회 담임)


크리스찬저널에 기고하는 마지막 글입니다. 2004년부터 영성에 대한 글을 기고했으니, 18년 동안 글을 써온 셈입니다. 오랜 글쓰기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번까지 다루었던 <기도를 배우기>와 연결지어 예수님의 기도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나를 위해 기도하신 하나님

예수님은 요한복음에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홀로 남겨질 제자들을 위해서 고별 설교를 하십니다. 제자들을 위한 유언과도 같은 마지막 말씀이니, 얼마나 간절한 내용이 담겨 있겠습니까? 예수님은 요한복음 14-16장에서 제자 사랑이 가득한 고별 설교를 하시고, 17장에서는 제자들을 위해 마지막 기도를 드립니다. 예수님은 사역의 마지막을 기도로 마칩니다. 우리도 모든 일의 마지막은 주님처럼 기도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요한복음 17장의 마지막 기도에서 예수님은 홀로 남겨질 제자들을 하나님의 손에 의탁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기도는 제자들만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기도이기도 합니다. 요한복음 17:20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기도하십니다. “내가 비옵는 것은 이 사람들만 위함이 아니요, 또 그들의 말로 말미암아 나를 믿는 사람들도 위함이니.” 예수님의 기도는 이 사람들, 곧 제자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제자들의 말로 예수님을 믿게 된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하고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바로 우리들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의 제자들이 전해 준 복음의 소식을 듣고서 예수님을 믿게 된 사람들입니다. 

요한복음 17장의 기도가 제자들만을 위한 기도가 아니라 우리를 위한 기도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으면, 여기에 나오는 구절구절 모든 말씀이 얼마나 은혜가 되는지 모릅니다. 한번 요한복음 17장에 나오는 제자들, 혹은 그들이라는 말에 독자 여러분의 이름을 넣어 보십시오. 이름을 넣어서 읽으면, 주님이 우리를 위해 기도해 주셨다는 은혜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하나님과 하나되게 하소서

예수님의 마지막 기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되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아버지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요 17:21). 이 기도는 대단히 중요한 기도입니다. 

한국 연세대에서 오랫동안 신학을 가르쳤던 유동식 교수가 2022년 10월 향년 100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는 오래 전 유동식 교수가 보스턴 대학교 신학대학원을 방문해 강의할 때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유동식 교수는 자신이 졸업한 모교를 방문해 교수들과 학생들을 모아 놓고 특강을 하면서 요한복음 17:21을 이야기했습니다. 자신은 요한복음 17:21이야말로 성경을 요약할 수 있는 구절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만큼 중요한 말씀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요한복음 17:21에서 하나됨의 기도를 드리면서 두 가지를 기도하십니다. 먼저 우리가 하나님과 하나되게 해달라고 기도드립니다. “하나님이 내 안에, 내가 하나님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하나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이 기도는 하나님과 예수님이 이루신 하나됨에 우리도 참여하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쉽게 말하면 우리도 하나님과 하나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드리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하나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그 풍성한 생명력을 날마다 공급받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하나되면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과 기쁨, 사랑이 샘솟듯이 솟아날 것입니다. 마치 전등에 전기 플러그가 꽂혀 있으면 불이 들어오듯이, 우리가 하나님께 연결되어 있으면 우리에게는 기쁨, 사랑, 은혜가 들어올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가 하나님 안에 있는 삶, 곧 하나님과 하나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드립니다.

지난 18년 동안 제가 크리스찬저널에 연재한 영성에 대한 글을 하나의 표현으로 요약하면 “하나님과 하나됨(Union with God)”입니다.

저는 시카고로 유학을 와서 기독교 영성을 공부하면서 영성가들이 이야기한 영성의 목표를 저도 이루어가기를 소원했습니다. 영성의 목표는 바로 하나님과의 하나됨입니다. 하나님과의 하나됨은 우리의 삶의 의미이고, 행복의 근거이며, 영생의 본질이고, 신앙생활의 목표입니다. 우리는 하나님과의 하나됨 속에서 풍성한 생명력에 연결되는 기쁨을 경험합니다. 2023년 새해에는 여러분들에게 하나님과 하나되는 은혜를 사모하는 마음이 샘솟기를 바랍니다.


서로 하나되게 하소서

예수님은 또 제자들도 하나되게 해달라고 기도하십니다. 요한복음 17:21에서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라고 기도하십니다. 왜 그리스도인들은 하나가 되어야 할까요? 성도들의 하나됨의 사귐 속에서 하나님을 만나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주님도 마태복음 18:20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 우리는 하나됨의 사귐 속에서 주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임재를 느낍니다. 초대교회의 성도들은 예수님이 기도하신 우리들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중요하게 간직했습니다. 하나됨의 사귐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과의 하나됨으로 들어가고, 예수님을 만나는 은혜를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초대교회는 공동체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믿음의 공동체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하나됨의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삶의 상황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하나됨을 이루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교회 안에서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시험에 들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대교회는 공동체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하나되게 해달라는 주님의 기도를 소중하게 고백했습니다. 하나됨을 이루는 성도의 교제 속에서 주님을 만나고, 하나님과 하나됨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히브리서 10장에서 “예수가 소망이 되는 교회, 교회가 소망이 되는 성도”라는 말씀을 묵상했습니다. 교회가 올바르게 세워지는 방법은 “예수가 소망이 되는 교회”(히 10:19-22)를 만드는 것입니다. 성도는 주님이 소망이 되는 교회를 함께 가꾸면서 그 속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교회가 소망이 되는 성도”(히 10:24-25)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예수가 소망이 되는 교회”는 쉽게 받아들이지만, “교회가 소망이 되는 성도”가 되는 것은 쉽게 받아들지 못합니다. 교회에서 경험하는 일들을 생각하면 어떻게 교회가 소망이 될 수 있을까 하고 회의적인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때 우리는 주님이 드리신 기도를 드려야 합니다. “그들도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옵소서.” 우리가 하나됨의 사귐을 이루어 그 속에서 하나님과의 하나됨을 경험하는 공동체를 가꾸면, 우리는 교회가 소망이 되는 성도가 될 수 있습니다.

오늘 주님의 기도, “하나님과 하나되고, 서로가 하나되게 해달라”는 하나됨을 위한 기도는 우리의 신앙생활의 목표입니다. 신앙생활이란 무엇일까요? 신앙생활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지금 요한복음 17:21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하나님과 하나됨 속에서 생명을 공급받고, 서로 하나되면서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믿음생활입니다.

그동안 부족한 제 글을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에 여러분의 삶에 예수님이 간절하게 기도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는 은혜가 있길 기도합니다. “하나되게 하소서.” 하나님과 하나되어 풍성한 생명력을 공급받고, 서로 하나되어 하나님을 만나는 기쁨이 넘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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