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버지가 내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기도를 해준다고 했습니다. 나는 귀찮기만 했죠. 속으로 며칠 저러다 말겠지, 하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버지는 계속해서 내 방문을 두드렸고 축복기도를 해주는 겁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아버지가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계시며,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알았지요. 그러면서 나는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나도 결혼하면 꼭 아버지처럼 자녀들을 축복해 주는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 (108쪽, 2부 아버지, 당신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입니다)

한국에선 5월 8일을 어버이날이라 하여 아버지, 어머니 구분 없이 기념하지만, 미국에선 5월 둘째 주일을 어머니 날로, 6월 셋째 주일을 아버지 날로 지킨다. 오늘 소개하는『아버지 사랑합니다(김성묵 지음, 두란노)』는 6월 아버지 날을 맞아 가정에서 차지하는 아버지의 중요성을 돌아보고자 골랐다.

1995년 한국에서 시작된‘두란노 아버지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내용은 지금 교회 장로요, 아버지학교 강사로 전세계를 다니며 활동하고 있는 글쓴이 자신의 아버지 됨을 회복한 이야기이다.
먼저 글쓴이의 가정이 이혼 위기에 처했을 때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했던 그는 남보다 승진을 빨리 했지만 어느 날 간경화로 삼 개월 입원에 일년 넘게 쉬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접대를 핑계로 술 자리를 마다하지 않은데다 더 큰 문제는 술 자리에서 만난 아가씨와 바람이 났던 것이다. 글쓴이는‘바람을 피우며 미친 듯이 놀아났으니’(10쪽)라고 자신을 표현한다. 죽음을 생각할 정도로 막다른 골목에 이른 그는 친구의 권유로 트레스 디아스(Tres Dias)에 참석하고, 가정 문제가 곧 자신의 책임이요, 자신이 죄인임을 깨닫게 된다. 10여 년 교회를 다녔지만, 설교 시간엔 항상 졸고, 예배 후 교인들과 테니스하는 낙으로 다니던 날라리 신자가 거듭남을 체험한 것이다.

그러나 “아빠 엄마가 헤어질 텐데 누구랑 살고 싶으냐?”고 아들에게 물었다가‘엄마, 난 엄마도 좋지만 아빠도 필요해!’(21쪽)라는 답에 할 수 없이 이혼을 포기한 아내는 절대로 남편을 용서할 수 없노라며 각 방 생활이 계속된다. 남편이 거실로 나오면 아내는 방으로 들어가고, 교회를 가도 따로 예배를 드린다.

한편, 예전 같으면 술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이제 수련회 차량 봉사로 향한다. 어느 날 봉사중에 운전하기 어려울 정도로 몸이 아파 기도하다가 방언을 체험한다. 그러던 중, 글쓴이가 섬기던 온누리교회에서 하용조 목사님의 권유로 가정사역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에 참여한다. 아내는 부부가 함께 하는 것이니 싫다 하고, 자신도 당초 원하던 긍휼 사역이 아닌데다 행복하기는커녕 겨우 유지하는 가정인데 웬 가정사역! 글쓴이는 기도하던 중 “너희를 준비한 것이 이때를 위함이 아니냐!”(에스더 4:14)는 말씀으로 응답받는다. 그간의 가정 불화가 하나님의 도구로 쓰이기 위함임을 깨닫고 아내와 손을 맞잡고 기도하기에 이른다. 더욱이 사역을 준비하던 어느 날 목사님이 “부부끼리 서로 용서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이 시간에 모두 용서합시다.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세요.”(40쪽)라고 말씀하시자, 글쓴이와 아내가 번갈아가며 용서하는 역사가 일어난다.

열심히 아버지학교를 섬기던 글쓴이는 어느 날 연락 착오로 대신 강의한 것이 계기가 되어 아버지학교의 대표적인 강사가 된다. 아버지 됨을 회복한 글쓴이의 강의 내용을 요약해서 들어보자.
‘3부 아버지, 그 이름은 신화입니다’에선 아버지들의 부정적인 모습 여섯 가지, 체면 문화, 일 문화, 술 문화, 성 문화, 레저 문화, 폭력 문화를 설명하는데, 그 중‘체면 문화’ 부분을 소개한다.
남편이 이웃집에 바퀴벌레 있다는 말을 듣고 쫓아가 열심히 잡아 주곤, 정작 자기 집에 바퀴벌레 있다는 아내의 말에는 “우리 집 바퀴벌레는 네가 잡아!”(120쪽) 하더라는 것이다.‘다른 사람에게는 친절하면서 자신의 아내, 가족을 등한시하는 것은 대부분의 남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121쪽)인데 소중한 아내의 마음은 살피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어‘이중인격자’라는 말까지 듣게 된다.

글쓴이는 체면문화에 대한 바람직한 대안으로 다음의 예를 든다. “부인이 참 미인이십니다”하면 “얼굴만 예쁘면 뭐 합니까, 마음이 고와야지요.”라고 답하는 대신 “참 예쁘죠. 그런데요, 마음은 더 곱습니다.”하고, “아드님이 참 건장하네요”하면“허우대만 멀쩡하면 뭐합니까, 공부를 못하는데”대신 “몸도 크고 동생도 잘 돌봅니다.”라고 말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남들 앞에서 가족을 세우는 아버지를 팔불출이라 하지만, 하나님은 당신 자녀들을 향해 “오늘날 내가 너를 낳았다. 너는 보배롭고 존귀한 자다. 너는 내 사랑하고 기뻐하는 자다”하시며, 부족한 우리를 자랑스럽게 여기시고 또 세워 주신다는 것이다.

‘4부 아버지, 당신은 살아 있는 정신입니다’에선 아버지들이 지향해야 할 긍정적인 모습- 나무 정신, 갈비뼈 정신, 벼 이삭 정신, 배트맨 정신, 다리미 정신, 행주 정신, 십자가 정신, 무릎 정신, 손잡이 정신, 양치기 정신, 수호천사 정신-들을 제시한다. 

‘5부 아버지, 당신은 사랑을 표현할 때 더 아름답습니다’에선 더 구체적인 실천 사례들이 소개된다.  먼저 가족 사진을 예로 든다. 우리 나라에는 아버지 어머니 사이에 아이들이 앉아 있는 가족사진이 흔하다면서, 부부가 친밀하지 않으면 절대 단란한 가정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아빠는 엄마를 근사하게 대하신다. 그걸 보면서 나는 아빠 엄마에게 사랑 받는 아이라고 느꼈다.’(222쪽) 라는 어느 초등학생이 쓴 일기를 소개하며 아버지, 어머니가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만큼 훌륭한 자녀교육은 이 세상에 없다고 한다. 가족 사진을 찍을 때 남편과 아내가 나란히 앉고 아이들을 등 뒤에 서게 하라고 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함께 손잡고 기도한다’(236쪽)에선 부부 관계를 다룬다. 사실 다툼이 있는 날  함께 기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 기도는 하는데 상대방을 쳐다보지는 않고 손만 내민다든지, 결국 함께 기도를 못했다가 잠든 아내 옆에 가서 기도를 하는 가운데 기도의 능력을 체험한다.
마지막으로‘축복기도를 해준다’(240쪽)에선 자녀의 잠자리에서 기도해 주는 것을 영혼의 잠옷을 입힌다고 표현한다. 글쓴이의 둘째 아들이 부모들 싸우는 모습을 많이 본 탓인지 마음이 닫혀 있었다.  재수 시절 축복기도를 시작했는데 그로 인해 닫혔던 마음이 열리고 인생의 방향을 새롭게 설정하는 모습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이외에도 아버지학교에 참여한 이들의 숱한 사연들을 소개하는데 눈물없이 읽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많다. 앞세대로부터 내려온 가족사의 상처들, 결혼 후 아버지로서 아내와 자녀에게 실수한 사연들 속에서 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글쓴이가 아내와 자식에게 크리스천 가장의 모습을 세워나가는 모범을 따를 일이다. 아버지가 변하지 않고는 가정이 변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아버지학교 운동이 내게도 역사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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