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 소개하고 싶은 영화 「Fireproof」는 우리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부부간의 갈등, 좀더 나아가 이혼 직전에까지 이른 두 사람의 심각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형제 목사들(Alex and Stephen Kendrick, 애틀랜타 주 Sherwood Baptist Church의 부목사)이 영화 각본을 쓰고 감독을 맡아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부부 문제를 잘 소화해낸 영화이므로 적극 추천해드린다. 

옛 속담 중에‘부부 싸움은 개도 안 말린다’고 했다. 제삼자는 부부간의 문제를 중재하기 어렵고, 섣불리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동물인 개는 그렇다 치고 우리 인간은 좀더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이 영화에서 관심 가는 부분은 결혼 7년째를 맞아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 보다 주변 인물들이다. 어떤 면에서 주연이 아닌 조연에 초점을 맞추어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 싶다.

당사자가 문제 해결의 일차적인 주체이지만, 부부의 주변 인물들이 끼치는 영향 또한 크다는 것을 영화 속에서 발견한다. ‘주변 인물들은 부부 문제에 대한 조언 또는 상담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관점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다. 한편, 영화 내용에 대해 말하는 것이 이 글의 일차 목적이 아님을 밝혀둔다.

먼저 남편과 아내의 직장 동료들이 갈등의 당사자들을 각각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다. 마이클은 남편으로 나오는 소방관 캡틴 케일럽의 직장 동료이다. 케일럽은 아내와 불화가 시작되자 자기 이야기를 마이클에게 조금씩 털어놓는다. 처음에는 마이클이 카운셀링을 통해 조언을 받는다는 말을 듣고 케일럽은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며 무시해 버린다. 그러나 문제는 깊어만 가고 마이클의 경우 아내가 직장을 방문하고 케일럽과 대화를 나눈 그대로 다정한 실제 모습을 보고 조금씩 마음이 변한다. 후반부에 케일럽이 신앙을 가지게 될 정도로 변화할 때 가장 기뻐해 주고 함께 한 이가 바로 마이클이다.

그런데 마이클이 재혼한 사실을 밝히자 케일럽은 지난 몇 년 동안 함께 일하면서도 그 사실을 몰랐던 것에 크게 놀란다. 마이클은 첫 번째 결혼에 실패한 후 신앙을 되찾았다. 뒤늦게나마 아내를 제대로 사랑하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떠나버린 뒤였고, 마이클은 재혼해서 이전에 못 다한 사랑을 위해 신앙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패를 경험하고 그 상처를 치유 받았다는 의미에서 마이클은 상처를 회복한 치유자(Wounded Healer)이다. 자신의 상처가 회복되고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을 돕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병원의 홍보부서 디렉터로 일하는 아내 캐더린의 주위 인물들은 마이클과 달리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그려졌다. 간호사 동료들은 캐더린이 남편과 크게 싸운 이야기를 하자 같이 남편을 욕하면서“잘 될 거야!”라고 막연하게 달랜다(내담자가 가족 욕을 한다고 상담자가 맞장구치면, 정작 욕하던 내담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내담자의 본심이 욕하는 데 있지 않으므로 금기 중의 금기!) 그리곤 뒤돌아서서 캐더린과 동료 의사 개빈의 관계가 발전되는 것을 자기들끼리의 가십거리로 삼는다. 동료의 어려움을 내 아픔으로 삼지는 못할지언정 웃음거리 정도로 다루는 것이다.

남편 케일럽이 관계 회복을 위해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할 때 아내 캐더린이 이게 무슨 일인가?  하여 혼돈스러워하자, 한 동료 간호사는 엉뚱하게도 이혼 때 금전적인 협상을 잘 하려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 말을 들은 캐더린은 남편을 더 불신하게 되고 일은 더 꼬이게 된다. 내담자의 입장이나 마음을 제대로 모르면서 자기 나름대로 섣부른 진단을 내린 경우이다.

또 한 명의 나이든 직장 동료는 유부녀 캐더린과 유부남 의사 개빈의 만남에 대해 조심스럽게 조언을 하지만 캐더린은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 의도나 방법에 문제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조언이 성공하지 못한 경우이다.

마지막으로 케일럽의 아버지 존의 역할이 가장 크다. 다 커서 독립한 아들이 자신의 인생 문제를 흉금 없이 나누는 존에게서 참 좋은 아버지 역할 모델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황량하고 외롭겠는가? 아버지 존은 케일럽이 답답한 자신의 고충을 나누고 싶은 인격을 갖춘 인물이다. 이래라! 저래라!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전에 먼저 들어주는 성숙함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반면, 케일럽의 어머니는 영화 초반부에 아들에게 잔소리하는 모습 정도로 그려진다. 그러나 결말에 이르면, 아버지는 아들이 부부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어려운 과정에서 조언해야 할 때와 기다릴 때를 알고 있고, 어머니 역시 아버지와 함께 기도하며 한없는 부모의 사랑을 보여준다.
처음에 아들이 이혼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하자 아버지는‘The Love Dare’(사랑에 도전하기)라는 관계 회복을 위한 40일간의 실천 사항을 제시한다. 그 내용은 아버지가 손수 자필로 쓴 저널로 전달되었는데 아버지 역시 부부 관계의 위기를 겪었을 때 어머니에게 실천했던 것이라 했다. 아들은 셋째날까지 잘 실천하지만 아내의 반응이 없자 아버지에게 항의한다. 아버지는 “40일중 이제 3일이다. 하나의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잘 설득하고 아들은 다시 시작한다.

중간쯤 지났을 때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테이블을 꾸민 호의를거절당한 아들이 “계속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을 내가 어떻게 사랑할 수 있느냐?”고 크게 낙담하자, 아버지는 직접 아들을 방문한다. “바로 끊임없이 거절하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그러하셨다, 네 능력으로는 한 인간을 온전히 사랑할 수 없다”는 결정적인 조언을 하여 드디어 아들이 신앙을 가지게 된다.

마침내 아들의 부부 갈등이 해피 엔딩으로 끝났을 때 알고 보니, 아버지가 조언한 ‘The Love Dare’는 정작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한 일이었다. 어머니의 조언을 잔소리쯤으로 받아들였던 아들은 어머니와도 포옹하며 화해한다. 무엇보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The Love Dare’를 통해 신앙을 갖게 되었고, 자신의 변화를 아들에게 전했던 것이다. 먼저 아버지를 기다려 주었고, 다음에는 오해하는 아들을 기다려 주었던 어머니의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

“기름과 향이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하나니 친구의 충성된 권고가 이와 같이 아름다우니라” (잠언 27:9). 오늘도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을 데가 없어 힘들어하거나, 정작 문제를 나누고도 적절한 도움을 못 받는 경우를 본다. 직장 동료 마이클과 아버지 존처럼 잘 들어주고 조언해 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  

※ 자료가 필요하신 분(The Love Dare 영문 등) 또, 기독교적인 부부 상담을 희망하는 분들은 연락 바랍니다(847-843-2321
www.hansarangchurch.net
peter369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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