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많은 사람들이 성경을 읽기 시작하면 창세기는 잘 읽습니다. 그리고 출애굽기 24장까지도 잘 읽습니다. 그러다가, 25장 8절부터 시작되는 성막에 대한 부분에 다다르면 그 말이 그 말처럼 들리게 됩니다. 왜냐하면 규빗, 길이, 너비, 높이 등 크기에 관한 반복되는 표현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사람들은 졸리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출애굽기를 넘기지 못 합니다… 그 다음에 레위기는 제사하는 이야기로서 역시 그 소리가 그 소리로 보입니다. 양 잡고, 소 잡고, 화목제는 어쩌고 속건제는 죄가 어쩌고저쩌고 매일 똑같은 소리인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레위기 넘기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창세기만 20번 읽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1부 1장 성막, 중심에 세우다, 14~16쪽).

글쓴 이는 교회에서 실시하는 매주 성경읽기 문제지를 준비하면서 출애굽기, 레위기 성막 부분에서 위와 같은 똑같은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일반 교인들은 고사하고 성경을 잘 가르치고 전달해야 할 목회자인 나 자신이 번제단, 물두멍, 성소(떡상, 등잔대, 분향단), 지성소(법궤)와 같은 용어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또 울타리의 뜰문 크기며 성막을 덮는 네 가지 덮개(1. 청색, 자색, 빨간 색, 가는 베실 2. 염소털 3. 숫양 가죽 4. 해달 가죽)의 색상과 모양을 이해하기 위해 그림을 찾아보는 등의 노력을 한 적이 있다.

그러던 중‘삶으로 만나는 지성소’-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성막 이야기 -(두란노, 신승훈 지음, 2008)를 읽고, 많은 도움을 얻어 이 책을 소개한다. 이 책의 장점은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가운데 어렵게 생각되던 성막(회막, 장막, 증거막 등의 명칭이 있으며 영어로는 Tabernacle)에 대한 용어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크기를 나타내는 규빗(cubit; 성인 남자의 팔꿈치에서 가운데 손가락 끝까지를 말하는 길이 단위, 약 45cm이나 쉽게 50cm로 계산)을 풀이하여 성막 각 부분(울타리, 뜰문, 휘장, 성소, 지성소)을 잘 준비된 그림(일러스트레이션)으로 보여주어 입체적인 이해가 가능하다.

이 책의 장점은 단순히 용어나 크기를 파악하는 정도를 넘어선다. 책 제목이 말하듯 성막의 의미를 이해하고, 우리 삶에 현재화하고 적용하는 단계에까지 내용을 전개하고 있다. 성경이 성막에 대해 반복하여 강조하듯이 이 책자도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가운데 읽는 이가 자연히 그 의미를 이해하고 삶에 적용토록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구약 시대의 성막을 신약 성경의 예수님과 연결하는 여러 구절들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 구약 시대 광야 생활과 이스라엘 시대만의 성막이 아니라 바로 오늘 나의 삶, 또 신앙 공동체인 교회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신구약 성경 말씀을 연결하며 말하고 있는 것이다.

몇 가지 대표적인 부분을 살펴보자. 첫째, 번제단에 관한 것으로 가로 2.5m(5규빗), 세로 2.5m(5규빗), 높이 1.5m(3규빗) 크기의 제단이다. 번제단은 조각목(아카시아)으로 만드는데 단을 전부 놋으로 싸게 되어 있다. 놋은 금보다 더 나중에 녹을 정도로 열에 매우 강하므로 그 안에 나무를 밀폐시켜서 놋으로 뒤집어 싸면 나무가 불에 타지 않는다.

제물을 태우는 단에서 죽은 짐승은 바로 예수님을, 놋은 십자가를 의미하고, 십자가에 싸여 있는 영혼은 절대 멸망 당하지 않고 사람이 놋과 같은 십자가에 싸여 있으면 승리하며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번제단에서 나의 죄를 짊어지고 죽으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나의 죄를 용서받은 것과 구원받은 것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신앙 생활이 요구되는 것이다.

둘째, 성소(Holy Place) 안에 있는 세 가지 물건‘떡상, 등대, 분향단’에 대해 각각‘하나님의 말씀, 성령, 기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 셋을 가지고 지성소(The Most Holy Place) 안의‘법궤(Ark)’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상 위에 진설병을 두어 항상 내 앞에 있게 할지니라”라는 출애굽기 25장 30절 말씀은 떡상의 떡을 말하는데, 진열하다는 진, 설치한다는 설, 떡을 의미하는 병을 말하는 것으로“…믿는 자는 영생을 가졌나니 내가 곧 생명의 떡이라…”는 신약성경 요한복음 6장 47절 이하 말씀과 연결된다. 생명의 떡은 곧 예수님을 의미하는 것이다.

나아가“거기서 내가 너와 만나고... 네게 명령할 모든 일을 네게 이르리라”(출애굽기 25:22)라는 말씀에서 보듯 하나님이 성막에 사신다고 하는 것은 우리 인생들을 너무 사랑하셔서 우리와 함께 사시는 것을 뜻한다. 바로 인생들과 똑같이 인간의 몸을 입으신 것인데 그 까닭은 내가 지은 죄 때문에 내가 죽어야 할 그 자리에 그분이 대신 죽어 주심을 말한다. 그러므로, 우리 삶이 곧 말씀 충만(떡상), 성령 충만(등대), 기도 충만(분향단)하여 하나님을 만나며 교제하는 중에 우리 자신이 하나님께서 거하시는 처소가 되어 감을 결론적으로 강조한다(4부 4장, 삶으로 만나는 지성소, 197쪽).

지은이는 성경에서 50장 정도의 분량으로 성막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성경에 단일 주제로 50장 정도 언급된 것은 성막밖에 없다고 그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만큼 성막이 중요하고 구약시대 출애굽 후 광야에서 시작된 이 성막에 바로 신약 예수님의 모습, 오늘날 교회의 모습, 우리 인간의 모습과 신앙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함축되어 있다는 것이다.

“내가 그들 중에 거할 성소를 그들을 시켜 나를 위하여 짓되”(출애굽기 25:8)라는 말씀을 통해 지었던 구약 시대의 물리적인 성막을 오늘날에는 더 이상 짓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으로 휘장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찢어져 1년에 한 번 대제사장이 들어가던 지성소가 물리적으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우리가 다 하나님과 하나 되어서 성전이 지어지는데, 곧 우리 자신이 하나님이 거하시는 처소가 되도록 살아야 하는 것이다. 말씀 충만, 성령 충만, 기도 충만을 통해!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에베소서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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