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루케이도(Max Lucado)의 원작 『Christmas Cross』(번역본 『십자가를 찾아서』)는 한 번 펴면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작은 분량의 책이다. 그런데 제목 중 Cross를 Child로 바꾸고 ‘A story of coming home'이라는 부제와 함께 성탄 가족 영화로 제작된 것을 보고, 문자 매체와는 또 다른 감동을 받아 소개한다. 영화 내내 흐르는 잔잔한 음악이 영화에 몰입하게 해주고, 약간의 등장 인물(주인공을 도와주고 기타를 치며 성탄 찬양을 인도하는 목사로 나오는 스티븐 커티스 채프맨은 CCM 가수이고 영화 속에 딸을 입양한 것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도 입양한 자녀가 있다)을 더해 풍성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추수감사절에 이어 성탄절은 온 가족이 함께 하고 재회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일벌레 저널리스트인 주인공 잭은 성탄을 앞두고 시카고에서 텍사스로 멀리 출장을 가게 된다. 임신한 아내 멕은 남편 잭에게 아직도 그 기쁜 소식 전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평소 가정보다 일이 우선인 남편 잭의 40세 생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이고, 성탄절이 그 다음날인데도 출장 간다는 잭이 멕은 야속하기만 하다. 그만큼 둘은 서로 멀어져 있다. 잭은 성탄 당일에 돌아온다 했지만 이미 멕은 많이 속상하다.

이제 무대는 얼음이 떠 있는 미시간 호수에서 바라본 존 행콕 빌딩과 활기찬 크리스마스 쇼핑 거리를 보여주는 시카고 다운타운에서 텍사스의 한 시골로 옮겨진다. 잭이 텍사스를 가게 된 것은 출장 일도 있었지만 아버지 유품에서 한 장의 교회 사진을 발견하고 자신의 출생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싶어서였다. 공교롭게도 자신의 생일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 잭이 방문한 클리어워터란 곳은 자신이 태어났고, 입양된 곳으로 오래 전 잠시 들른 적이 있던 곳이다.

사진 속의 실제 교회는 생각보다 제법 컸다. 또 교회 앞 아기 예수 탄생을 나무로 조각한 Nativity set가 눈에 띄는데 이 나무 조각 세트가 잭의 출생과 관련해서 중요한 비밀을 갖고 있는 것을 그는 아직 모른다. 잭이 막 예배당으로 들어갔을 때 오르간 연주 소리와 함께 교회 관리인이 예배를 준비하고 있다. “오늘 저녁 예배가 있습니까?” 잭이 말문을 열자, 조라고 자신을 소개한 관리인은 “오후 6시에 예배가 있는데 올 거냐?”고 묻는다 “아직 생각 중!”이라는 잭의 답에 “하나님은 생각만 하지 않고 생각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셨다! (아기 예수가) 오셨다!”라는 조의 대꾸가 사뭇 도전적으로 들린다. 잭은 교회 사진을 보여주고 목사와의 면담을 의뢰한다. 그런데 정작 돌아오는 답은 “성탄 계절에 가족들과 지내지 않고 여기서 뭘 하느냐?”면서 훈계조의 대화가 이어진다. 교회 다닌 지 오래된 잭의 신앙에 도전하는 역할을 조가 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에서는 딸을 입양한 현재의 목사가 잭의 입장을 잘 이해하는 이야기, 이 지역 기자의 도움을 얻어 사진을 보낸 교회 옛 목사 이야기, 그리고 교회 앞 나무 조각 Nativity set의 유래 등을 추적하고 나아가 자신의 출생 신고 서류를 열람하려는 이야기가 원작에 추가되었다. 어렵게 찾은 출생 신고 서류는 열람이 금지되어 있는데, 오틀맨이라는 인물과 관련이 있다. 사연인즉 그는 성탄 무렵 임신한 아내를 병원에 데리고 가다가 사고를 내고 아내는 죽는다. 음주 운전을 했던 것이다.

다행히 칼멘이라는 딸이 태어나지만, 18년이 지나 애지중지 키운 딸이 미혼모로 임신하자 상심한 오틀맨은 역시 음주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고 딸이 죽는다. 이때에도 아기만은 무사한데 그가 바로 주인공 잭이다. 출생 신고 서류 열람을 제한한 이유가 바로 비극의 당사자인 잭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는데 이제 잭은 그 사실을 전해 듣고 한 모텔 방에서 술을 마시며 괴로워한다. 

Nativity set는 사랑하는 가족 곧 임신한 아내와 딸을 두 번의 음주 운전으로 보낸 바로 그 비극의 주인공 오틀맨이 아내를 잃은 후 10년에 걸쳐 고행으로 조각한 것이다. 아내가 죽은 후 목사님의 성탄 설교를 듣고 신앙을 갖게 된다.“아기 예수는 십자가에 달리기 위해 태어나셨어요. 예수님은 베들레헴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갈보리를 위해서도 오셨어요.  우리와 함께 살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를 위해 돌아가시려고 오셨어요. 그 눈에는 사랑을 담고 그 가슴에는 십자가를 품고 태어나셨어요. 그분은 십자가에 달리기 위해 태어나셨어요.” 라는 설교를 들은 그는 아기 예수님의 가슴에 진홍색 십자가(Scarlet Cross)를 조각하는데 사람들은 처음에 말도 안 된다면서 불쾌한 반응을 보인다.

문제의 아기 예수 조각은 성탄 전 임신한 아기를 보고 싶어하던 딸 칼멘의 소원을 대신하고자 아버지 오틀맨이 병원으로 들고간 사연이 있다. 성탄 예배를 앞두고 다들 놀라는데 조각은 다시 돌아오지만 가슴에 있던 진홍색 십자가는 없어졌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 Nativity set를 조각한 사람, 곧 칼멘의 아버지 오틀맨이 교회 관리인 조임이 밝혀진다. 바로 잭의 할아버지였던 것이다. 아내와의 관계가 소원해져 성탄 계절에 가족을 멀리 하고 있는 잭은 이곳에서 뜻밖에 자신의 혈육을 만나게 된 것이다.

사연을 전해들은 아내 멕은 텍사스로 부랴부랴 달려온다. 공항에서 멕은 자신의 배를 잭이 쓰다듬게 하면서 임신 사실을 알린다. 성탄 예배 후 Nativity set 앞에서 잭과 맥 그리고 조는 포옹하는데, 잭은 할아버지에게 이제 곧 증조 할아버지가 될 거라는 기쁜 소식을 전한다.

“나는 큰 실수들을 저질렀어. 그런 실수를 또 다시 하지 않길 기도하고 있다네. 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주고 싶었고 살아 있는 동안 꼭 한 번 보고 싶었어.”할아버지임을 밝히며 손자 잭에게 말했던 조의 소원은 새 아기가 탄생하면 이루어지게 된다. 할아버지는 진홍색 십자가를 잭에게 넘겨주며 소원을 다짐했다. 어머니는 죽었지만 할아버지는 신앙을 전하고 싶었으리라 생각되는 장면이다. 잭이 교회를 쉬고 있던 참이라 십자가는 더 의미있게 다가온다.                

원작의 마지막은“과거를 찾아 떠난 그 여행이 미래를 향한 열쇠가 되었고 진홍색 십자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열어 주었다.”라고 말한다. 계절을 탄다고 하던가? 온 가족이 모이고 재회하는 축복의 계절에 그 축복을 마다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보인다. 그래서 엉뚱한 일로 만족을 얻으려 하거나 아니면 도피해 버린다. 일을 핑계로 집을 멀리 떠났던 잭처럼 말이다. 그런데 자신을 돌아보고, 무엇보다 십자가의 의미를 돌아보면서 영화 속 주인공은 아내와 화해한다. 낮고 천한 인간 세상으로 내려오신 예수님의 십자가 사랑을 다시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리라. 올해의 성탄은 그냥 흘려보내는 성탄이 아니라, 나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과 화해하고, 하나님 앞에 돌아오는 성탄이 되길 소망한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 하니라”(누가복음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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