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심리

“저기 있는 저 사람들 웃고 있는데 사실은 나에 대해 수군수군하며 비웃고 있는 것 같다. 집에서 나왔는데 웬 차량이 나를 미행한다. 잠시 들른 마켓에 나타난 저 사람이 그 차량의 운전자는 아닐까? ‘너는 안돼! 네 주제에 뭘 한다고 그래!’ 누가 말하는가 싶어 돌아보는데 아무도 없다.”

정신분열증(Schizophrenia)이 보여주는 증상 중 실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피해 망상’과 ‘환청’에 대한 설명이다.

망상(delusion)은 자신과 세상에 대한 잘못된 그러나 강한 믿음을 말하는 것으로, 자신이 구세주와 같은 특별한 인물이라도 된 듯 착각하는 ‘과대 망상’,  연예인과 같은 유명한 사람과 자신이 사랑하는 관계라고 생각하는 ‘애정 망상’ 등이 있다. 

환각(hallucination)은 외부 자극을 비현실적 또는 왜곡해서 지각하는 환시, 환후, 환청 등이 있는데, 환청이 가장 흔하게 발견된다.

이외에도 정신분열증은 대화가 횡설수설하거나(disorganized speech), 지나치게 엉뚱하거나 긴장된 행동(disorganized behavior), 혹은 정서적으로 둔해져 반응이 없거나 말이 없어지고 짧아지며 의욕이 없어 보이는 증상으로도 나타난다. 

정신분열증이 때로는 위대한 창의성으로 연결되어 인류에 공헌하는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과학자 중에는‘만유인력 법칙’의 아이작 뉴턴, 예술가로는 빈센트 반 고흐가 대표적이다.

현실세계로부터 유리되어 자신만의 세계에서 집중적인 작업을 하거나 자유로운 공상을 통해 얻은 기상천외한 창의성이 기존의 가치를 넘어서면서 긍정적인 결과를 이끌어 낸  경우라 하겠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는 정신분열증을 앓았으나 학문적 업적에서 큰 공헌을 남긴 한 수학 천재의 삶을 다루었다. 20세 초반에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으로 60대 후반에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쉬(John Nash)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다.

원작의 부제 ‘천재, 광기, 그리고 노벨상’이 말하듯  정신분열증을 극복한 휴먼드라마로서 한 장면 한 장면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어수룩한 모습에 가방을 옆에 끼고 뒤뚱뒤뚱 걷는 럿셀 크로우(Russell Crowe)의 연기가 일품이며, 정신분열증의 여러 증상들과 치료하는 모습들이 잘 그려져 있다.

정신분열증을 앓은 주인공은 어떻게 이를 극복했을까?

영화에서는 주인공의 정신분열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는 ‘나는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아요. 사람들도 나를 좋아하지 않지요.’라며 스스로 단정하곤 폐쇄적인 삶을 산다.

수업시간은 낭비라며 ‘비둘기가 몇 번이나 머리를 움직이는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와 같은 관찰활동을 하며 보통 사람과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 또한 도서관 창가에 온갖 수학 공식을 써가며 며칠 동안 음식도 먹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교수가 되어서도 연구에만 몰두하다 수업에 늦기 일쑤이며 학생들 앞에서 교재를 휴지통에 버리기도 하고, 과제를 풀면 수업 출석은 관계없다고도 한다. 그런데 그의 앞에 한 여인이 나타난다.  학생인 앨리샤가 과제를 풀고 연구실로  방문한 것이다. 성격이 괴팍하며 차갑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주인공이 이제 사랑을 알게 된 것이다.  

영화의 또 다른 볼거리는 기숙사 룸메이트 및  정부 비밀요원과의 이야기다. 공부만 하는 그에 반해 룸메이트는 처음부터 술에 취해 있고, 주인공의 책상을 기숙사 창 밖으로 던지는 등 자유분방하다. 이것은 그의 내면에 억눌려 있는 욕구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소련과 대치한 냉전시대에서 비밀암호를 푸는 프로젝트를 맡긴 비밀요원은 가족에게도 비밀로 할 것을 요구하기도 하며, 비밀요원과 함께 누군가에게 쫓기며 총격전을 벌이기도 한다.

영화의 반전은 룸메이트와 비밀요원이 주인공의 망상에서 비롯된 인물들일 뿐 실존 인물이 아니었음이 밝혀지면서 최고조에 이르는데 이는 정신분열증의 비현실적인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천재일지는 몰라도 남편으로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그에게 아내의 눈물겹고 아름다운 사랑이 지속된다. 정신병원에 재입원해야 하는 남편을 떠나려다 다시 돌아오는 아내의 모습은 관계의 지속을 보여준다.

자서전 원작을 보면 그들은 한때 이혼을 하고 재결합하기도 했으며, 아내는 남편을 하숙생 또는 한 지붕 아래 살면서도 너무나 떨어져 있는 개인들로 둘 사이를 묘사했으니 참으로  인고의 사랑이 아닐 수 없다.

정신분열증 치료에는 약물 처방 외에도 전기충격 치료가 있는데 영화에서는 이 모두가 자연스럽게 보여진다.

그러나 무엇보다 ‘의미있는 관계형성’이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으로서  이는 불안과 갈등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자신이 사람을 싫어하고 사람들도 자신을 싫어한다던 주인공은 아내를 만났고 아기도 갖게 되며 관계의 소중함을 알아간다.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그는 객석의 아내에게 말한다. “평생 수학 논리와 방정식들을 연구했지만 내 인생에서 소중한 발견은 어떤 논리나 이성으로 풀 수 없는 사랑의 신비한 방정식이었습니다. 오늘의 내가 존재하는 모든 이유는 당신 덕분이지요.”

그리고는 첫 데이트에서 아내가 양복 주머니에 꽂아준 손수건을 꺼내 보인다.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은 언제까지든지 떨어지지 아니하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고린도전서 13:7, 8).

많은 사람들이 그의 천재성과 노벨상 수상이라는 지식과 업적에 초점을 맞추지만 성경은 그런 것들은 모두 지나가는 것이라 말하며, 주인공 또한 사랑에 초점을 맞춘 수상 연설을 했다.

정신장애보다 더한 우리의 죄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놓고 돌아가신 예수님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닮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나도 주위의 한 사람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갖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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