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0일, 칼빈 탄생 500주년을 전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기념 행사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는다.  작년 본 칼럼을 통해 491주년 종교개혁주일의 『칼빈, 하나님이 길들인 사람』(2008년 10월 31일자)이라는 제목으로 칼빈의 삶을 돌아본 데 이어 오늘은『칼빈주의의 5가지 요점 The Five Points of Calvinism』(생명의 말씀사, 1991)을 통해 그의 사상을 잠시 돌아보고자 한다. (이때까지 소개한 책 중에서 가장 짧은 47쪽 분량인데 정작 내용은 가장 어려운 점이 흥미롭다.) 

처음 시작 글자를 따서 일명 꽃 이름 “TULIP”이라고 하는 다섯 가지 요점은 다음과 같다.
T - Total Depravity or Total Inability (전적 타락, 곧 전적 무능)
U - Unconditional Election (무조건적 선택)
L - Limited Atonement or Particular Redemption (제한적 속죄, 곧 특정적 구속)
I - Irresistible Calling or Grace (불가항력적 소명, 또는 은혜)
P - Perseverance of the Saints (성도의 견인)

먼저 기억할 것은 “TULIP”은 『기독교강요』와 마찬가지로 칼빈이 직접 저술한 것은 아니다. 그의 사후, 알미니우스(Arminus)라는 신학자가 17세기 초 주창한 다섯 가지 주요 교리에 반대하여 종교회의를 통해 정립된 것이다.

종교개혁을 일으킨 16세기 개신교 1세대들이 가톨릭과 신학 논쟁을 펼쳤다면, 이제 개신교 내부에서 일어난 신학 논쟁 중 칼빈의 사상을 재정리한 것이다.  

“TULIP”을  차례로   돌아보면   

◆ T-Total Depravity or Total Inability(전적 타락, 곧 전적 무능)은 ‘인성론’을 말하는 것으로 인류가 에덴 동산에서 타락했을 때 그의 ‘전 존재’가 타락했다는 것이다(14쪽). 이는 구원을 받아야 할 자의 상태에 대한 정확한 평가 및 진단을 나타낸다.

타락으로 인한 죽음,  곧 영적 죽음의 상태에 있던 우리는 마치 무덤 속에 있는 나사로와 같이 손과 발이 묶인 채로 썩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타락과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주님께서“허물과 죄로 죽었던 우리를 살리셨다”(에베소서 2:1).

반면, 알미니안 주의에서는 ‘자유 의지, 또는 인간의 능력 (Free Will, or human ability)’을 말한다. 아담의 타락으로 말미암아  선행의 능력이 전부 상실된 것은 아니며 아무리 죄가 깊은 인간이라도 하나님께 향한 능력이 있으므로 구원에 들어가려면 그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U - Unconditional Election (무조건적 선택)은 ‘예정론’을 말하는 것으로 인간의 전적 타락에 대한 구제책이 되는데 인간의 외부 곧 하나님으로부터 말미암는다는 것이다.

인간은 공로, 자질 혹은 개인적인 성취를 바탕으로 구원되는 것이 아니다. 즉, 인간이 뭘 잘해서 믿음 때문에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된 것 때문에 인간은 믿는 것이다. 나아가 인간이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것’ 같은 거룩한 행동을 수행하기 때문에 택함 받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받았기 때문에 그를 ‘영접’할 수 있는 것이다(24쪽). 

반면, 알미니안 주의에서는 ‘조건적 선택 (Conditional election)’을 말한다. 하나님은 인간의 자유의지로 복음에 반응하고, 구원을 받고 싶어한다고 여기시는 자들을 선택하셨다는 것이다. 

◆ L-Limited Atonement or Particular Redemption (제한 속죄, 곧 특정적 구속)은 ‘속죄론’을 말하는 것으로, 그리스도 죽음의 이유를 다음 세가지 중 하나로 설명한다. 

1.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 위해서-to save all-  2. 특정한 어떤 사람을 구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거나-to save no one in particular- 3. 특정한 수효를 구원하기 위해서-to save a particular number- (30쪽).

보통 만인구원이라 하여 첫번째 이유를 ‘모든 사람을 위해서’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칼빈주의에서는 세 번째 이유를 말하고 있다. 속죄의 가치는 전 인류를 구원하기에 족하나 선민만을 우호적으로 구원한다는 것이다.

반면, 알미니안 주의는 두 번째 이유를 말한다. ‘보편적 구속, 또는 일반적 속죄(Universal redemption, or general atonement)’라 하여 ‘모든’인간을 위해‘잠재적인 구원’을  획득해 놓으셨다.  그러나 그를 믿는 자들만이 은혜를 받는다.

◆ I-Irresistible Calling or Grace(불가항력적 소명, 또는 은혜)는 ‘은총론’을 말하는 것으로 인간이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외적 부름(소명)과 내적 부름(소명)을 받게 된다고 한다.

사도행전 16장에서 사도 바울이 빌립보 강가에서 복음을 전할 때 전도자 바울을 통해 루디아가 외적 부름(소명)을 받고, 주님께서는 루디아의 마음을 향해 말씀하심으로써 내적 부름(소명)을 하시고 불가항력적 소명(은혜)을 베푼 것이다. 

나아가 인간의 구원 문제에 작용하는 3대 세력 곧 인간의 의지, 악마의 의지, 하나님의 의지를 통해 설명한다. 비록 인간의 의지는 악마의 의지보다 약하지만 복음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의지가 “하나님께 반항하는 철옹성 같은 의지를 굴복시켜 하나님의 은혜 앞에 무릎 꿇게 하시며, 돌 같은 마음에서 피가 흐르게 하신다.”(39쪽)는 것이다.

반면, 알미니안 주의에서는 ‘중생에 있어서 성령님의 역사는, 인간의 의지로 말미암아 제한을 받는다(The work of the Holy Spirit in regeneration limited by the human will)’고 한다. 인간이 부름 받을 때 저항할 수 있고, 심지어 하나님의 선한 목적이 좌절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Perseverance of the Saints(성도의 견인) 은 ‘성도론’을  말하는 것으로 일단 진정한 신자가 되면 두 번 다시 타락하여 멸망하는 일이 없다. 비록 일시적으로 죄에 빠져 들어가는 일이 있어도 필경은 다시 돌아와서 반드시 구원을 얻는다는 것이다.

궁극적인 구원은 인간의 선행으로 말미암지 않고 하나님의 은혜에 의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의 구원은 인간의 선택도 노력도 아니고, 온전히 하나님의 역사이므로 하나님께 이끌려서 신자는 구원받은 거룩한 상태가 되어간다고 한다.

반면, 알미니안 주의에서는 ‘은혜로부터 떨어짐(Falling from grace)’ 이라고 하여 구원받은 사람이라도 떨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이 자기 구원에 대한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면, 자연적으로 최종적인 결과에 대한 책임도 인간이 지게 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죄인이 중생 후 다시 중죄를 범하면 영원히 구원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오늘 소개한 내용들은 칼빈의 역작『기독교강요』에 나타난 성서론, 교회론, 성만찬론과 같은 종교개혁의 여러 주제들을 포함하기에는 부족해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흔히들 칼빈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데 그의 뜻이 왜곡되는 것을 보고 ‘칼빈이 무덤에서 운다’고 비유하는 누를 범하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다.

교리/신학은 우리의 신앙을 바로 세우는 데 기여하기도 하지만 자칫 나와 남을 구분하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무기로 오용되기도 한다. 또한 교리/신학이 약한 신앙이 뿌리가 약한 반면, 신앙이 약한 교리/신학은 차가운 것을 본다. 오늘 소개하는 교리/신학적인 내용에 더해 “신학은 넓게! 신앙은 깊게!”라는 말과 같이 균형을 취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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