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심리

알코올/마약 중독을 예방하고 또 상담이나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일리노이 주 정부에서 아시안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캠페인 프로젝트에 잠시 가담하게 되었다. 중독 여부를 알아 보기 위해 스크린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새삼 우리 주위에 중독자들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체면 문화의 영향으로 쉬쉬! 하면서 드러내지 않거나 막상 도움을 받으려면 말이 통하지 않아 많은 한인들이 어려움을 겪는다.

다른 아시안 커뮤니티들도 이민자로서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어쨌거나 마약 문제는 중독 당사자 한 사람으로 끝나지 않는다. 가족 구성원 등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게 더 큰 문제이다.한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 주변에서 마약을 파는데, 큰 도시는 물론이고 서버브 학교도 예외가 아니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자식 교육을 고려해서 도시보다 서버브에 주거지를 정하는 추세인데, 마약에는 정작 예외가 없다는 것이다. 이유인즉 도시보다 서버브 학생들이 돈이 많기 때문이라나? 큰 도시 주변뿐 아니라 100마일 넘게 떨어진 시골 지역도 주변 중소도시의 영향으로 마약이 보급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사방 마약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런 문제를 고민하던 터여서 이번에는 마약 중독 가정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선물 The Gift'(시카고 예향문화선교회 제작)를 소개한다. 한인교포들이 만든 영화라서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영화의 사실성이며 연기 등 적은 예산으로 최선을 다한 영화인 것 같다.

스피드, 엑스타시, 필로폰 등 마약을 하는 장면, 마약 유통 경로 등과 함께 F자 들어간 욕설을 퍼붓는 장면 등 영화는 상당히 리얼하게 전개된다. 가정의 달인 5월을 맞아, 마약 중독으로부터 가정을 지키고 싶거나 가족 중에 마약 중독에 빠진 이가 있다면 이 영화를 통해 희망을 가져보기를 기대한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엄마와 딸이 싸운다. “너 때문에 미치겠다! 엄마 아빠가 창피해서 바깥에 나갈 수가 없다! 너 키우느라 고생해서 얼마나 돈을 벌어야 했는데?” “뭐, 나도 미치겠어! 재활병원에서 금방 나왔는데 나한테 돈, 체면 얘기나 해? 잔소리 듣느니 죽어 버릴 거야!” “그래 죽어라! 죽어!”

부모님은 열심히 일하고 자녀들은 학교 잘 다니던 평범한 이민자 가정인데, 어느 날 딸이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하던 중 쓰러졌다. 알고 보니 마약 중독 때문이었다. 뒤이어 그 가정에선 한국인 특유의 극단적 대화-미치겠다! 죽겠다!-가 실감나게 전개된다. 마약 때문에 재활 병원에 다녀온 딸은 부모와의 불화로 집을 나간다.

하지만 이 가정의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고등학생 아들이 마약에 손을 댄다. 아들이 나이트 클럽을 갔다가 오랜만에 만난 어릴 적 친구가 거저 주는 것을 받아 먹었는데 그것이 마약이었다. 서서히 아들은 마약 없이 살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앞에서도 언급했고 이 영화도 보여 주듯이 사랑하는 아들, 딸들이 마약에 너무 쉽게 노출되어 있다. 게다가 설마 내 자식은 아니겠지 하는 마음에 부모들은 자녀가 마약 하는 것을 잘 모른다. 그러다가 막상 문제가 터지면 어찌할 바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른다.

이번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갈등한다. “너 이 자식아! 네 누나가 마약해서 속상한데 이제 너까지 마약을 해? 나가! 내 눈앞에서 꺼져버려!” “씨~(bullshit!)” “뭐 씨발!” 아들은 머리를 쥐어박는 아버지와 한바탕 몸싸움이라도 벌일 듯하다가 쌍욕을 퍼붓고 집을 나간다.

용돈으로 마약을 샀던 아들은 가출하여 돈이 떨어지자 마약을 파는 일까지 하게 된다. 히스패닉 보스의 신임을 얻어 타주로 마약을 운반하는 일을 맡은 그는 모텔에서 마약을 하다가 경찰에게 잡혀간다. 초범에다 마약 공급책 한 명을 밀고한 점을 고려해 풀려난 아들이 마약 중독자의 재활 훈련원인 나눔선교회(L.A. 한인타운 지역에 있는 기독교정신으로 설립된 기관)로 보내지면서 영화는 반전한다.

아들은 나눔선교회에서 자기가 마약을 맨처음 팔았던 친구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공부를 잘 하던 모범생 친구에게 공부 집중에 도움이 된다며 마약을 팔기 시작했는데 그 친구가 재활 기관까지 와 있을 줄이야? 친구의 상태는 아주 좋지 않았다. 마약을 너무 많이 흡수해 뇌 손상까지 입어 환청을 듣고환시를 보면서 헛소리를 한다. 결국 그 친구는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려 죽는다.

“내가 친구를 죽였다. 총칼은 아니지만 돈을 벌기 위해 마약을 판 이기적인 욕심으로 내가 친구를 죽였다!”면서 아들은 무척이나 괴로워한다. 죽은 친구가 벌떡 일어나고, 자신이 밀고한 친한 친구가 나타나는 등 환시에다 괴성이 들리는 환청 현상을 겪기까지 한다. 너무 괴로워 예배당에서 기도하고 있는 아들에게 선교회를 인도하는 목사님은 마약 중독자로서 힘들었던 자신의 경험을 들려 주고 다시 거듭날 것을 권면한다.

영화가 마지막에 이르면, 선교회가 주관하는 가족 마라톤 대회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뛴다. 빨리 완주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달리고, 같이 목표점에 도달해야 한다는 대회의 취지를 통해 아들과 아버지는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가지고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드디어 1년간의 재활을 마치고 아들이 집에 돌아오고, 집 나갔던 누나 즉, 딸도 아기를 데리고 돌아온다. 소리 지르고 서로 미워했던 가족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 교회에서 아기 유아세례를 받는다.가족은 하나님이 주신 가장 큰 선물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자녀들을 이해 못했던 부모들과 마약 중독에서 벗어난 아들과 딸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비록 아픔이 있었지만 새 출발의 희망이 한없이 소중해 보인다.“…마약에 중독된 미국의 한인 청소년들이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가정을 통해서입니다. 한인 부모들이 단 한번만이라도 마약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면 마약하는 아이들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영화를 제작한 예향문화선교회 대표의 말은 마약 중독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의 문제임을 시사한다.

가족내의 대화 부족, 억압적인 분위기 등이 자녀들의 일탈로 이어지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마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무엇보다 가정이 회복되어야 중독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들이 감각 없는 자가 되어 자신을 방탕에 방임하여 모든 더러운 것을 욕심으로 행하되”(에베소서 4:19), “오직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옷 입고 정욕을 위하여 육신의 일을 도모하지 말라”(로마서 13:14) 는 성경 말씀과 함께 ‘마약은 만약이 없습니다'라는 한국의 마약 예방 문구를 되새기면서 마약에 중독된 이들이 늦게나마 회복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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