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미(일리노이)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친구를 통해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동네 아줌마 몇 명이 모여서 밥도 가끔 먹고 쇼핑도 같이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화재는 명품이 되곤 했다 한다.
어느 날 그들은 압구정동 유명 백화점에 구경을 갔는데 그동안 아이들 키우면서 알뜰살뜰 살던 한 아줌마에게 이웃들이 이 정도 가방 하나쯤은 그 나이에 들고 다녀야하지 않겠느냐고 부추겼다. 약간 자존심까지 상한 그녀는 평소에 마음에 담아둔 명품을 보는 순간 너무 탐나고 가지고 싶어 눈 딱 감고 카드로 결제를 했다. 그리고 밤낮 보물처럼 쓰다듬으면서 맘이 뿌듯했다.

어느 날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다녀올 일이 생겼다. 며칠 전 구입한 명품 가방을 들고 버스에 오른 그녀는 승차할 때부터 식은땀을 줄줄 흘렸고  전철을 갈아탔을 때는 온몸이 긴장하여 집에 돌아온 후엔 몸살로 앓아누웠단다. 이유인즉 누가 갑자기 낚아채서 빼앗아 갈까봐 그리고 가방에 흠집이라도 생길까봐 노심초사했기 때문이라 했다. 그 후 그녀가 하는 말이 더 가관이었다 “앞으로 이런 명품을 들고 다닐 때는 가까운 곳이라도 꼭 자가용이나 택시만을 이용해야 할 것 같아.”며칠 후 그녀는 미화로 약 1,500불 상당의 그 명품 가방을 절반 가격의 가방으로 바꾸었다. 남편에게 너무 미안해서 못 들고 다니겠다면서…….
우리나라 경제가 안 좋다는 말을 하나같이 하고들 있지만 이번에 구경한 강남의 압구정동은 한국 경제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여 놀라웠다.
길거리의 젊은 아가씨들과 주부들 대부분의 손목에는 소위 각종 이름의 명품들이 들려 있었다.  그 속에 현금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생활의 여유가 얼마나 넉넉한지는 내가 상관할 바 아니지만, 필요에 의해서 사람이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인지 아니면 가방이 사람을 들고 다니는 것인지 아리송했다.

사실 난 미국 촌놈이 되었다. 무엇이 이름이  있는 물건이고 이름 없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바쁜 생활 속에서 굳이 그런 것을 알려고 애쓰지도 않을 뿐더러 구경은 더더욱 다니기 싫어하기 때문에 그 방면에 무지한 사람 중의 한 명일 것이다. 그렇다고 사는 데 불편을 느끼지 못했고, 무지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사람도 없었다.  요즘 남대문 시장이나 동대문 시장에 가면 온갖 종류의 짝퉁들이 있다고 한다. 분명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질 것이다.
명품을 가진 사람들은 “10명중 9명이 가진 것은  짝퉁이지만, 자기 것은 진짜 명품”이라고 말한다.  카드 빚까지 져가며 사들인  명품 가방, 기껏 소지품 몇개 넣는 가방을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다니는 여인네들의 중심은 도대체 무엇일까 깊이 생각해보게 한다. 
너무도 넉넉하고 풍족해서 온몸을 명품으로 도배해서 살겠다고 한다면 남의 일에 감히 콩 나와라 팥 나와라 할 수는 없겠지만, 뭐가 그리 허전해서 별것도 아닌 명품에 목숨을 건 사람들처럼  허세를 부리는지? 그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다.
아마도 진정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는 하나님의 사람이라면,  맘 속에 살아계신 주님이  함께만 하신다면  세상 사람들과는 다르게 살거나  적어도 치우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과연 주님 보시기에 명품 인간인가 짝퉁 인간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나를 명품 인간으로 대우해 주고 높여 준다고 할지라도 주께서 그날에 “너는 짝퉁” 이라 하시면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가짜요,  세상사람 보기에는 허술하고 볼품없는 짝퉁일지라도 주께서 “내 사랑하는 자야! 누가 뭐라 해도 너는 나의 명품이다” 하신다면 분명 주께서 인정하시는 진짜 알곡일 것이다.

얼마 전 부모님의 건강이 안 좋으셔서 갑자기 한국에 다녀오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한국은 정말 너무 많이 변해있었다. 생각 속의 옛 길은 새로 생긴 빌딩 속에 숨어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변했고, 사람들의 가치관도 변했고, 속이 깊고 자기보다 상대편을 항상 배려한다고 믿었던 친구도 세월과 함께 개인주의자로 변해 있었다. 짧은 시간 부모님을 뵈러갔기에 많은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대학 때 절친했던 친구를 만났는데, 나를 보자마자 꺼낸 말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예전에  똑똑하고 예뻤던 내 친구야, 세련되고, 화려했던 모습은 다 어딜 가고 시장의 고구마 장수 같은 모습이 되었니?”
난 그 말이 예전의 나를 칭찬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 볼품없이 평범해진 내 모습을 욕하는 것인지 분간이 되질 않아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겉모습만 보고 고구마 장수로 표현하는 친구가 조금 섭섭하기도 했지만, 믿음이 없는 친구의 눈에는 외모가 중요하고 손에 들린 백이나 신발, 겉옷이 중요할 테니 보이는 대로 판단하는 것은 당연지사였을 것이다.

이제 한두 해만 더 지나면 미국에 이민온 지 20년이 된다. 이전처럼 화려해 보이지 않아도, 내 손에 명품 가방 하나 들려 있지 않아도, 억만 년의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을  주님이 내 속에 살아 계시기에 예수표 짝퉁이 아닌, 예수표 명품으로 날마다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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