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y in Movies

한 사람의 전인격적 발달과 관련해서 프로이트(Freud), 피아제(Piaget), 에릭슨(Erikson)의 이론들을 대표적으로 언급해 보자.  프로이트는 아주 어린 시절의 몇 년간을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재기, 생식기로 구분하고, 각 단계의 생리적 욕구가 적절히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피아제는 인지 발달로 범위를 집중해 아주 어린 시절의 감각운동과 조작기라는 개념을 말한다. 에릭슨의 이론에서 주목할 것은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 인생의 전체 과정을 여덟 단계로 설명하면서, 각 단계마다 신뢰 대 불신, 자율 대 수치, 주도성 대 죄의식, 근면 대 열등, 자아정체성 대 역할 혼돈, 친밀 대 고립, 생성 대 침체, 자아통합 대 절망이라는 보다 세분화된 개념이 나왔다는 점이다.

그 중 청소년기의 ‘자아정체성 대 역할 혼돈’이라는 관점에서 오늘 영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Better Luck Tomorrow’는 한국 이민 청소년을 넘어 아시안 청소년들의 성장 모습을 잘 보여 준다. 고등학생들의 학교 및 일반 생활을 그린 영화를 통해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데, 안타깝게도 밝고 건강한 모습보다는 술, 마약, 성과 같은 어두운 문제를 여과없이 보여 준다(이 영화는 성인등급 판정을 받았다). 부모들이 잘 모를 뿐 아니라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우리의 자녀들이 경험하며 사는 모습이 영화에 등장하므로 자녀들을 좀더 이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추천한다.

이 영화에서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 가운데, 벤(Ben)은 대학 조기 지원 그것도 아이비리그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는 공부벌레이다. 공부는 물론 농구팀에서도 열심이다. 하지만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벤치 워머이다. 치어걸인 아시안 여학생을 맘에 두고 있는데 알고 보니 이미 남자 친구가 있다. 그 여학생과 숙제를 같이 하면서 점점 친해지지만 그녀의 남자 친구가 벤의 마음을 알아채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버질(Virgil)은 친구들 중에서 좀 덜 떨어져 보이고 기회주의적인 면도 보인다. 크레딧 카드를 사용해 전자제품을 사면서 예쁜 점원에게 자꾸 추파를 던진다. 리턴 사기를 칠 작정이라 옆에 있던 친구는 기억에 남을 일을 하지 말라고 버질에게 신호를 보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한 번은 백인 학생들과 패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에 불리해지자 총을 꺼내 백인 학생들을 궁지에 몰아 신나게 패준다. 벤까지 싸움에 동참시킨다.

한(Han)은 담배와 맥주를 달고 사는 모습이 뭔가 불만에 가득 차 있다. 한은 무슨 화풀이할 일이 생기면 버질을 마구 팬다. 게다가 움직이는 시한폭탄처럼 주먹을 앞세우니 지나가는 사람과 마주치면 여간 걱정스럽지가 않다.
문제의 인물은 대릭(Daric)이다. 무슨 일을 하든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고 방향을 제시하는 등 리더 역할을 곧잘 한다. 졸업생 대표에다 교지 편집 등 이미 여러 가지 리더 역할을 해본 경험이 있다.

벤이 농구팀 벤치 워머로  인터뷰를 하는데 엉뚱하게 소수 인종 차별이라는 이슈가 나온다. 정작 당사자는 크게 동의하지 않건만, 농구장에서 여러 학생들이 후보 선수 벤을 출전시키라고 일종의 시위를 하도록 조직한다. 그뿐 아니라 벤과 버질과 한이 마약을 하게 되는 것도 대릭의 집 파티에 참여하면서부터이다. 10대 학생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술과  성관계 등이 벌어지는 장면이 적지 않은 충격이다.

자연스레 네 사람은 일종의 클럽을 형성한다. 파티에서 시비 붙은 백인 학생을 총으로 제압한 이후에는 학교에 소문이 돌아 이들은 갱도 아니면서 더 응집력을 발휘한다. 공부를 잘하던 벤은 친구들과 몰려 다니느라 밤 늦은 시간에 겨우 공부를 시작한다. 마약을 팔기도 하고 자기가 직접 마약을 하니, 눈은 퀭하고 정신은 몽롱하여 공부에 집중할 수 없다. 마침내 벤이 클럽에서 탈퇴하겠다면서 영화는 반전된다. 대릭은 버질과 한의 동의를 이끌어내며 벤이 나가지 못하게 한다.

한번은 라스베가스에 놀러가는데 대릭이 매춘하는 여성을 데리고 와서 벤으로 하여금 첫 성 체험을 하게 한다. 버질의 차례가 되었는데 속옷에 권총이 들어 있어 여자가 떠나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폭력을 잘 쓰는 한이 버질을 몰아세우자 늘 꼼짝 못하던 버질이 한에게 총을 겨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벤이 좋아하던 여학생의 남자 친구를  네 명이 우발적으로 죽이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난다. 부자에다 공부도 잘하던 남자 친구에게 이질감을 느끼던 벤이 그를 야구 방망이로 때린다. 모범생이 나락으로 추락하는 아타까운 장면이다.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하던 친구들이 숨이 붙어 있는 여학생의 남자친구를 잔인하게 질식사시킨다.  이들은 모임 장소의 뒷뜰에 시체를 묻는다. 그리고 그 뒷일은 알려지지 않은 채 영화는 끝이 난다. 해피 엔딩을 기대했다가 당혹감을 느낀다. 희망 없는 엔딩을 통해 미국 이민 10대들이 처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 우리의 10대 자녀들은 어떤 모습으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는가?  영화에서 보여준 술, 담배, 마약이 주는 일시적인 쾌락, 중독에까지 빠지지 않게 하려면, 가정에 푸근한 사랑이 넘쳐야할 것이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 이는 혈통으로나 육정으로나 사람의 뜻으로 나지 아니하고 오직 하나님께로서 난 자들이니라” (요한복음 1:12~13).

피부색이 다른 소수 민족으로 살면서‘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혼돈, 내적 갈등을 많이 겪는다. 백인 주류 사회에서 외모로나 수적으로나 당해내기 어렵지만, 무엇보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신앙 정체성이 잘 세워지기를 원한다. 궁극적으로 나를 지으신 창조주 하나님이 신앙적으로 나의 부모가 되어 주시고, 내 자녀들에게도 역시 부모 되신다는 정체성이 잘 세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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