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영(위스칸신)

암으로 투병하다 지난 여름, 세상을 떠난 자매와의 E-메일을 다시 읽으며 마음이 착잡해졌습니다. 날마다 읽는 성경 귀절과 작은 위로의 기도말을 써보내곤 했는데... 이제는 아무리 좋은 말씀도 함께 나눌 수 없습니다.
기도가 안 나온다고, 성경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지만 메일로 날아오는 말씀을 읽으며 힘을 얻는다고 했는데... “하나님께서 저를 이렇게 데려가시지는 않겠지요?”하며 애절하게 기도 지원을 부탁하기도 했고, “절대로 지금 데려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병들었던 히스기야 왕의 기도를 읽고 또 읽었으며, 수르보니게 여인처럼 자녀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라도 주시라고 부르짖었습니다. 죽을 병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병이기를 바라며 기도했습니다.
40대 초반, 한참 일할 나이인데, 그 어렵고도 힘든 공부를 마치고, 평생 소원하던 새로운 직장에 들어갔건만, 사랑하던 사람들의 기도와 눈물을 뒤로 한 채, 떠나간 것이 너무나 아깝고 불쌍했습니다.

남편은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이라면서 장례식 직후에 E-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사랑하는 세 살, 일곱 살, 여덟 살짜리 아들들과 남편, 그리고 그렇게 좋아하던 일을 떨구지 못해, 세상 떠나는 순간이 너무 힘들었다고 썼습니다. 목사님들의 기도 속에 평안히 잠들 듯 갔다고 썼지만, 남편의 한맺힌 울음 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 부부는 환경공학 박사들로, 대학교수로 일하다가, 포스트 닥터 과정을 위해 미국에 유학왔습니다. 그 자매는 바쁜 연구 생활 중에도 찬양 봉사를 철저하게 했고 아이들에게도 이것저것 가르치느라 시간을 쪼개어 열심히 살았습니다. 한국에 돌아간 뒤 오랫동안 소식을 들을 수 없었는데, 어느 날 그렇게 가고 싶었던 직장에 들어갔노라며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새 직장에서 근무를 위한 신체검사를 받던 중에 병이 발견되었다고 했습니다. 아직 초기여서 순조롭게 수술을 했으며 정상적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노라며 즐거워했습니다. 한국의 아인슈타인이 되어 인류에게 공헌을 할 것이라고 키워온 꿈을 이야기하기도 했고, 가끔씩 병가나 휴가를 받아 쉬면서 치료도 받는다는 이야기를 보내왔습니다. 정말 복받은 재미있는 가정인데, 자기가 아파서 문제라고 식구들을 향한 미안함을 내비치기도 했으며,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공부가 재미있어서 했지만, 지금 하는 일은 보람있다고 자부심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어느 주일에는 헌금 시간에 첼로 솔로 연주를 맡았다고 들떠 있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 자매를 이 시대에 필요한 주님의 일꾼으로 사용해 달라고 주님께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우리는 거의 날마다, 지금까지 지켜 주시고 치료 받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좋은 환경과 공부할 기회를 주신 것을 감사드렸고, 지난 날 교만했던 마음과 생각나는 죄 용서 받기를 간구했습니다. 그리고 병에서 놓여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 자매의 부모님은 물론이고 형제자매, 교회의 온 교우들도 힘 모아, 마음 쏟아 기도한다고 했습니다.
남편과 주위 사람들은 집에서 치료할 것을 권고했지만, 집에 있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다고 일을 놓지 않았습니다. 평소와 다름 없이 일하는 게 아픈 중에도 큰 위로가 되는 듯했습니다. 가끔 직장에서 통증을 참으면서 일하고 있다고 기도 부탁을 해왔으며, 통증이 가라앉아 잠을 푹 잘 수 있었다고도 했습니다.

지난 휴가 때에는 상태가 아주 좋아져서 직장에 돌아왔던 경험도 있었으나, 이번에는 집에 머물 건지, 직장일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는지 기도중에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잠시 휴가로 쉬는가보다 했는데,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날아왔습니다. 한 번 죽는 것이야 우리에게 정해진 이치이고, 주님 보내주셨다가 허락하셨던 시간 속에서 맡은 소임을 다 마쳤으므로, 더 좋은 곳으로 데려가셨을 텐데... 하다가도 머릿속이 멍해지곤 합니다.
엄마를 그렇게 따르던 어린 세 아들과 아내를 아끼고 사랑한 남편이 겪고 있을 아픔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어서 부끄럽습니다. 그저 주님의 한없으신 위로가 함께 하시기만을 손 모아 기도 드립니다. 장례식에 모였던 모든 사람들의 간절한 위로의 기도가 그들의 삶에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믿음으로 잘 이겨내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미리미리 찾아가 만나지 못한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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