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백성이 모세를 따라 애굽에서 탈출하여 광야에서 오랫동안 방황하다가 결국은 하나님의 약속대로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되었다.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가나안을 정복하고 그곳에 정착하였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하나님을 점점 잊어 버리게 되었고 이방 문화에 조금씩 동화되기 시작했다.
이방인들이 섬기는 신을 따르며 하나님을 배반하게 된 것이다. 하나님을 섬기던 전 세대 사람들은 다 죽었고 그 후에 태어난 신세대들은 여호와 하나님을 알지 못하며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위하여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도 전혀 몰랐던 것이다.

이처럼 문화의 위력은 겉으로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세상의 문화가 많은 크리스천들을 그럴 듯하게 유혹하며 이끌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도 인식하지 못한 채 따라가고 있다.

교회 안에서는 주님을 생각하고 말하고 열심히 주의 일을 하지만, 세상에 나와서는 문화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아무 느낌도 없이 세상에 끌려가고 있다. 우리들이 늘 보는 TV나 대중매체에 나오는 내용들의 대부분은 하나님과 상관이 없다. 아니 상관이 없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반기독교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들이 더욱 많다. 대중가요 의 가사 하나를 보더라도 성경적인 가치와는 전혀 딴판이다. 그럼에도 우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유행가 가사를 흥얼거린다.

문화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하고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우리들이 문화를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실제 우리들의 삶 속에서 예수를 바로 믿고 바로 신앙생활 하기 위한 것이다. 문화를 잘 알고 있어야 내가 믿는 신앙에 따른 참된 실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민자로서 우리는 열심히 생업에 종사하며, 또 자녀들을 양육하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면 신앙생활은커녕 내 아이들도 바르게 양육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자녀들은 다 문화 속에서 자라가고 있다. 이들은 우리 이민 1세와는 다른 문화적인 배경을 가지고 자란다는 말이다.

모든 면에서 우리들과 다르다.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표현하는 것들이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외면하거나 다르다는 이유로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는데,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기 때문에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무조건 1세의 생각이 맞는다고 고집을 부려야 하는가? 아니면 우리들보다 2세들이 똑똑하고 새로운 세대이니 저들이 알아서 하라고 무조건 양보해야 하는가? 물론 진리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하고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데 많은 크리스천들이 신앙과 복음의 근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엉거주춤 넘어가는 듯한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면서도 내 편의나 내가 행하던 습관적인 일과 관련된 것들에 대해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녀들의 결혼 문제를 생각해 보자. 자녀들의 배우자의 인종을 무지하게 따진다. 그러면서도 그 배우자의 신앙은 별로 관계없고 돈만 잘 벌어오는 사람이면 괜찮다고 말한다.
우리들의 자녀들이 부모 말을 듣기 싫어서 안 듣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제대로 인도하지 못하니까 부모의 말을 듣지 않고 세상 문화라는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가는 것뿐이다.

어떤 개인이나 단체가 예술, 예절, 학문 등 우리들의 삶과 관련된 모든 내용의 것들 중에서 최선으로 여겨지는 것에 익숙해지거나 거기에 마음을 두는 것을 문화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삶의 모든 방식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의 전통과 예술 등에 관한 것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이나 살아가는 방법, 국가나 사회에 있어서 그 구성원들의 사고방식이 모두가 문화이다. 좀더 쉽게 말하면 내게 맞아서 익숙해지고 편안함을 느끼는 삶의 모든 방식을 문화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이 왜 문화에 대해 바른 이해를 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마 28장의 지상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주님으로부터 명령을 받았는데 “모든 족속”에게 복음을 전하고 가르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일을 감당하기 위해서 문화가 필요한 것이다. 문화는 복음이 전달되는 통로로서의 훌륭한 역할을 한다. 문화를 잘 이해하면 복음을 전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거나 선교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님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들 모두가 이 세상에서 복음을 전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이다. 내 가정에서 신앙을 전해야 하는 자녀들이 있고, 내 직장과 내 주변에 아직도 하나님을 모르는 잃어버린 영혼들이 있다는 말이다.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면 문화를 알아야 한다.

우리 자녀들, 우리들이 다니는 교회의 2세들의 문화를 알면 복음이 전해진다. 우리들이 그들의 문화를 무신경하게 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생긴 것이다. 우리들의 신앙은 우리에게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대에서 세대로 흘러가야 하는데 이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고집이 세다.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용돈만 쥐어 주거나, 교회에서는 2세들에게 같은 건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으로만은 절대로 문화에 대한 이해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 이민 1세와 2세가 문화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서로를 알아가며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러면 서로의 신앙에 대한 차이점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세계관과 가치관을 나누게 될 것이다.
내가 속한 문화 속에서 내가 믿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념과 가치관을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나눌 때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문화가 열리고 신앙이 흘러 내려가는 역사가 일어나게 될 것이다.

우리들의 문화 속에서 굳어진 우리들만의 전통이나 관습을 문화라고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문화를 이해하여 복음과 신앙의 도구로 잘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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