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려서 이발소 다니던 기억을 떠올리면 참 재미있다. 이발소 벽에는 왜 그런지 늘 촌스런 그림이 걸려 있다. 초가집 옆에서 소가 쟁기질을 하는 농촌의 풍경 같은 내용의 그림이다. 게다가 이발소 안을 가득 채우는  구닥다리 뽕짝 음악은 계속해서 쉬지 않고 흘러나온다.
그리고 이발사 아저씨는 약간은 무서운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머리를 깎아 주시고는 높은 의자에 머리를 디밀고 박박 감겨 주시는 것이다. 약간은 비린내 비슷한 냄새가 나는 싸구려 비누로 구석 구석 감아주신다. 나중에 커서 대학교 다닐 때에는 미장원에 가기 시작했다. 80년대 초에는 남자도 미장원에서 머리를 깎기 시작한 것이다. 머리를 다 깎고 머리를 감겨 주는 데 바로 여기서 이발소와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앞으로 숙이는 것이 아니라 앉아서 뒤로 누우라는 것이었다.

어쩌지 못하고 쩔쩔 맨 기억이 난다. 뒤로, 완전히, 그야말로 자빠져야 하는데 목에 힘을 잔뜩 주고 힘들어서 끙끙거리는데 미장원 아줌마의 “목에 힘 빼요.”라는 말을 듣고서야 제대로 할 수 있었다. 괜히 힘주다가 오히려 고생하고, 옷에 물 다 적시고, 아줌마도 나도 다 힘이 들었던 것이다.
하나님께 맡긴다는 것, 완전히 순종한다는 것은 이처럼 완전히 내 힘, 의지, 생각, 다 빼고 그냥 내맡기는 것을 말한다. 힘을 주면 줄수록 오히려 더 힘만 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우리들은 믿음생활을 하면서 이처럼 하나님께 확실하게 순종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하나님 말씀대로 살아야 함을 잘 알지만 그저 살면서 70-80% 정도로만 해도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 스스로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지금 세상에서는 누구도 그렇게 살 수 없고 100%의 순종의 삶이란 것은 성경에 나오는 사람들, 아브라함 같이 하나님이 뽑아서 세운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지 우리는 그렇게 못한다고 생각한다.

성경에 보면 아브라함은 정말 순종의 사람이었다. 하나님께서 떠나라고 하면 떠나고, 아들을 잡아서 번제로 드리라고 하면 두말하지 않고 산에 올라가서 아들을 바치려 했던 사람이다. 하나님께서도 아브라함의 순종을 인정하실 만큼 그는 순종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씀을 보면 우리는 솔직히 더욱 낙심하게 된다. 우리는 그렇게까지 순종할 자신도 없고, 근처에도 못 갈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가지고 늘 살면서도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지 못하고 불순종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또 내가 생각하는 대로 행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쓱 무시하고 지나가기 일쑤다.
하지만 내 마음대로 하다가도 마음속에 뭔가 걸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바로 이것이 성령이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심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하나님의 영이 우리 안에 계시기 때문에 그 성령이 말씀하시는 대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불순종할 때마다 여러 가지로 우리를 깨닫게 하신다. 스스로 깨닫게, 양심으로, 상황으로, 말씀으로, 그리고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우리 스스로가 깨닫도록 계속해서 다가와 주심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우리들이 깨닫지 못하면 다른 방법을 동원하셔서 하나님의 뜻을 전달해 주신다. 쉽게 말해서 하나님의 사자를 보내시는 것이다. 그것은 내 식구나 친구일 수도 있고 직장 동료일 수도 있다. 어떤 때는 상황으로 인도하실 때도 있다.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고 내 길로 나아갈 때, 하나님께서는 우리들을 그냥 내버려 두시지 않고 사랑하는 자녀들이 바른 길로 돌아올 수 있도록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시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들을 지극히 사랑하시며 우리들이 조금이라도 곁길로 나가는 것을 원치 않으시기 때문에 계속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계신 것이다.

혹시 내게 이런 신호음이 울리고 있지는 않은지 주위를 둘러보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 하나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지 않는지, 나는 진심으로 주님 말씀대로 순종의 삶을 살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길로 가다가 경고의 음성이 이곳저곳에서 들리지는 않는지를 늘 확인해야 할 것이다. 혹시라도 내 마음속에 거리끼는 것이 있다면, 혹은 내 주위를 통한 사자의 음성이 있다면 잘 듣고 하나님께서 바라시는 길로, 순종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어떤 결과나, 성취나, 무슨 대단한 업적을 바라시는 것이 절대로 아니다. 하나님은 단지 우리들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기를 바라시는 것이다. 아주 단순하게 하나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따르기를 바라고 계신다. 하지만 우리들은 너무나 내 마음대로 생각하고 행한다.

하나님이 이런 일을 하면 좋아하시겠지, 또는 이렇게 내가 일을 이뤄내면 칭찬해 주시겠지, 그러면서 하나님과는 아무 상관없이 내 방식대로 일을 진행한다. 우리들이 어떻게 하나님의 그 지혜를 따라가며, 어떻게 하나님을 무시하고 내 마음대로 일을 행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는 내가 하나님을 위해서 일했다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한 일이라고 우리 스스로를 정당화할 수 없을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100%의 온전한 순종을 원하고 계신다. 이 100%라는 말은 어떤 어마어마한 일을 이루고, 대단한 업적을 쌓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경우든, 어떤 명령이든, 하나님의 말씀에 온유함으로 그저 따르면 100%가 되는 것이다. 하나님의 그 절대적인 권위 밑으로 들어가라는 말이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잔잔한 물가로 푸른 초장으로 인도해 주신다고 약속해 주시는 것이다.

오늘도 우리들 안에서 음성이 들릴 수도 있고, 말씀을 통해 깨달아질 수도 있고, 또 누군가를 통해서, 주위환경을 통해서 하나님은 우리들을 이끌어 가실 것이다. 그냥 무심히 넘기지 말고 한 번 다시 나를 확인하고 그 음성을 들으려고 노력하여, 하나님께서 지금 나에게 말씀하시는 것들을 전심으로, 100% 순종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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