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 목사

아덴은 헬라의 예술, 종교, 사상의 중심지였습니다. 아름다운 환경, 세련된 사회제도, 뛰어난 지성은 당대 최고의 문화도시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아덴은 우상의 도시였습니다. “사람보다 신이 더 많다.”는 속담이 생겼을 정도입니다.
아덴은 타락한 도시였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이나 플라톤 같이 위대한 스승들은 이미 고인이 되었습니다. 순수한 이성의 불꽃은 꺼지고 관능의 열기만 타올랐습니다. 철학은 힘을 잃고 미신이 기세를 올렸습니다. 각종 우상 제단, 기상천외한 제물들, 각양각색의 신당, 난잡한 축제들, 이것이 아덴의 실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덴 사람들은 여전히 새것을 목말라했습니다. 새로운 신을 소개하는 바울은 곧 그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수많은 신들
바울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아덴 사람들아 너희를 보니 범사에 종교성이 많도다.” 칭찬의 말 같지만 “당신들은 너무 미신적”이라는 지적이기도 했습니다.
“종교마다 이름과 의식이 다를 뿐 귀착점은 하나”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도 부처도 신령도 다 믿는다고 합니다. 점집에 다니는 교인이나, 이른바 종교다원주의자들도 아덴 사람들과 같은 부류라 하겠습니다.
알지 못하는 신
바울은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고 새긴 제단도 보았습니다. 아덴 사람들은 모든 신의 제단을 쌓고도 미심쩍어서 여분의 제단에 “알지 못하는 신에게”라 새겨놓았던 것입니다.
지금도 알지 못하는 신을 모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신은 물론 아무것도 확실히 알 수 없다는 이른바 불가지론자들입니다. 오늘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전반이 이 불가지론에 물들어 있습니다. 현대인은 흔들리지 않는 생의 신념을 잃어버렸습니다. 어떤 평론가의 말입니다. “지난 날 인간의 심령에 하늘의 소망을 불어넣던 시인들이 오늘은 불가지론과 회의주의를 노래하고 있다.”
시인 윌리엄 왓슨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구름 위에도 땅 속에도 알지 못하는 신, 알지 못하는 신”
시인 스윈번은 이렇게 노래합니다.
“우리를 안아주던 꿈에게 말하노라, 우리를 때려주던 두려움에게 말하노라, 안녕, 안녕!”
그러나 전혀 다른 노래를 부른 시인들도 있었습니다. 브라우닝은 죽음이 임박했을 때 그의 신앙에 대한 질문을 받고,
“희미하던 그 얼굴 뚜렷이 떠오르고 환원하여 되살아나서 내가 느끼고 내가 아는 나의 우주가 되느니...”
이렇게 자신의 시를 읊은 다음 “그 얼굴은 바로 그리스도의 얼굴입니다. 이것이 나의 신앙입니다.”라고 덧붙였다고 합니다.

살아계신 참 하나님
“그런즉 너희가 알지 못하고 위하는 그것을 내가 너희에게 알게 하리라.
바울은 참 하나님을 확실하게 소개했습니다. “우주와 그 가운데 있는 만유를 지으신 신께서는 손으로 지은 전에 계시지 아니하시고 또 무엇이 부족한 것처럼 사람의 손으로 섬김을 받으시는 것이 아니니 이는 만민에게 생명과 호흡과 만물을 친히 주시는 자이심이라.”
바울은 참된 예배의 대상은 세계의 창조자라고 말합니다. 하늘과 땅과 만물의 주인은 손으로 지은 전이 필요 없으십니다. 모든 피조물에게 생명을 주시고 먹고 입고 쓸 것을 주시는 분은 무엇이 부족한 것처럼 사람에게 섬김을 받을 필요조차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창조주 하나님의 의가 계시되었다고 선언했습니다.
세상이 살벌하고 인간이 천박한 이유는 하나님을 밖에서만 찾고 내재하시는 하나님을 외면할 뿐 아니라 그 뜻을 행하기를 주저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행하려면 희생이 따릅니다. 그리스도 안에 나타나신 하나님의 계시의 능력은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뜻을 행하기 위하여 십자가를 지셨다는 사실에 있습니다. 그는 하나님과 완전한 연합을 이루시고 하나님의 역사의 계승자가 되셨습니다. 우주의 모든 질서에 순응하시고 인생을 암흑과 비극으로 만드는 하나님의 침묵 가운데서 인간 최악의 고통을 참으시고 죄의 결과를 맛보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님 자신의 생명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수많은 신과 주인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현대인이 생의 좌표를 바로잡으려면 참 주인 참 신을 찾아야 합니다. 창조의 하나님, 섭리의 하나님, 자연을 통해 계시하시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계시를 완성하신 참 하나님을 만나야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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