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 목사

파사 나라의 총리대신 하만은 유대인 몰살 계획을 세웠습니다. 모르드개라는 유대인이 자신을 무시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하만은 은 일만 달란트를 낸다는 조건으로 유대인 박멸 허가를 받았습니다.
하만이 작성한 포고문에 아하수에로 왕의 어인이 찍혔습니다.
“십이월 곧 아달월 13일 하루 동안에 모든 유대인을 노소나 어린아이나 부녀를 무론하고 죽이고 도륙하고 진멸하고 또 그 재산을 탈취하라.”
아하수에로 왕의 왕후 에스더는 유대인 출신이었습니다. 고아가 된 에스더를 길러준 사촌 오빠가 바로 모르드개였습니다. 칙령이 시행되면 에스더도 영락없이 죽을 판입니다.
모르드개는 비록 포로 신세로 파사 왕궁의 문지기였지만 하나님을 믿는 믿음을 굳게 지키는 유대인이었습니다.
모르드개는 구중궁궐 깊은 내실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왕후 에스더에게 무서운 사실을 알렸습니다. 왕후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일체 접촉을 끊은 지 9년만의 연락이었습니다.
“이 때에 네가 만일 잠잠하여 말이 없으면 유대인은 다른 데로 말미암아 놓임과 구원을 얻으려니와 너와 네 아비 집은 멸망하리라 네가 왕후의 자리를 얻은 것이 이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알겠느냐?”(에 4:14).


“이때에 네가 만일 잠잠하여 말이 없으면”
말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사명을 저버린 행위라는 뜻입니다. 말하는 것이 죄가 될 수 있는가 하면 침묵이 죄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당한 주장이 위험을 부르기도 하지만 꼭 필요한 말 한 마디가 역사를 바꿔 놓을 수도 있습니다. 말할 사람이 침묵하거나, 다른 말을 한다면 사명을 저버리고 진실을 은폐하고 진리를 저해한 자라는 오명을 면할 수 없습니다.
에스더는 침묵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왕후의 지위와 안락한 삶이 끝장날까 두려웠습니다. 동족의 위험을 모른 체 침묵하면 자신은 안전하리라는 이기심도 발동했습니다. 왕후로서 몸에 밴 게으름도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에스더는 이 모든 유혹을 끝내 극복했습니다.
필요한 곳에 나를 바친다는 것은 나의 안락을 버린다는 뜻입니다.

“유대인은 다른 데로 말미암아 놓임과 구원을 얻으려니와”
사람이 맡은 일을 하지 않으면 하나님이 다른 방법으로 그 일을 하시리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언약의 백성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언약에 따라 이스라엘을 위기에서 구원하신 적이 한두 번 아니었습니다. 모르드개는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버리지 않으실 것을 확신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일을 맡은 자가 실패해도 하나님은 반드시 구원의 역사를 이루십니다. 우리에게 맡겨진 일을 우리가 저버린다 해도 하나님은 다른 사람을 일으켜서라도 그 일을 반드시 성사시키고 말 것입니다.
너와 네 아비 집은 멸망하리라
사명을 저버리면 멸망의 보응이 있다는 뜻입니다. 멸망은 재물의 박탈이나 인격의 타락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세상에서 멸망이 보류되어도 하나님의 심판대를 피할 수는 없습니다.


“네가 왕후의 위를 얻은 것이 이때를 위함이 아닌지 누가 아느냐?”
주어진 모든 기회를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모르드개는 때의 긴급성과 하나님의 섭리를 믿었습니다. 에스더의 왕후 간택에 하나님의 뜻이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동족의 생명이 에스더의 손에 달렸습니다. 에스더는 하나님이 주신 임무수행의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삶 자체가 기회입니다. 하늘나라로 향하는 길입니다. 되는 대로 살 수도 있지만, 보다 고상한 능력의 지배 아래 둘 수도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에는 공세적 성격과 방어적 성격이 있습니다. 바벨론에서 돌아온 유다 백성은 한 손에 잡은 무기로 적의 공격을 막고 다른 손에 쥔 연장으로 성벽을 쌓았습니다. 영적인 새 예루살렘은 오늘까지 이런 방법으로 지어져 왔고 앞으로도 지어져 갈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맞이합니까? 무기도 연장도 내던지고 나의 안일을 추구하는 데 낭비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악한 하만의 무리가 사탄으로부터 인류 박멸의 권한을 부여받고 살인 흉계를 꾸미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모세의 지팡이와 에스더의 기회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성경은 경고합니다. “이 때에 네가 만일 잠잠하여 말이 없으면 (택한 백성은) 다른 데로 말미암아 놓임과 구원을 얻으려니와 너와 네 아버지 집은 멸망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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