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믿는 사람들은 어떤 의미에서 안 믿는 사람보다 배짱이 두둑하다. 힘들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당할 때, 처음에는 믿지 않는 사람들과 그렇게 큰 차이 없이 놀라는 것은 비슷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의연해진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의연할 수 있는가? 다름 아니라 뭔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힘들고 답답한 지경에 이르러도 결국에는 하나님께서 도와 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어려움이나 큰일을 당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어떤 때는 건강으로 놀라기도 하고, 또 물질적으로 쪼들려서 큰 고생을 하는 때도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특히 아주 가까운 가족, 자녀나 친구 때문에 마음이 상하고 힘든 시기를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너무 힘들어 견디기 어렵지만 그럼에도 신앙으로 우리들은 버텨나가는 것이다. 그냥 하나님께 맡기자. 그럼 하나님이 책임져 주실 것이다. 하나님이 다 알아서 좋은 쪽으로 인도해 주실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놓인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 가지 좀 혼란스럽고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다름 아니라 내가 하나님께 맡긴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 의미가 분명하지 않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하다 하다 안 되니까 그냥 하나님께 떠넘겨 버리는 듯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아주 소극적으로 내 노력이나 책임을 회피해 버리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어서 찜찜해진다.

하나님을 의지하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지만 뭔가가 걸리는 것이다. 내가 정말 하나님을 의지하여 나를 죽이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인지 아니면 도저히 안 되겠으니까 그저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주님이 알아서 해주겠지.” 하는 배짱인지 분명치가 않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맡긴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들이 잘 아는 로마서 8:28,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와 예레미야 29:11, “너희에게 어떻게 하여 주는 것이 좋을지 나는 이미 뜻을 세웠다. 나는 너희에게 나쁘게 하여 주지 않고 잘하여 주려고 뜻을 세웠다. 밝은 앞날이 너희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내 말이라, 어김이 없다 (공동번역)”에서 하나님의 의도는 분명히 나와 있다.

우리들은 이해할 수 없고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모든 것이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과 그 섭리 안에서 움직여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들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 이 모든 일에는 좋은 일만이 아니다. 어렵고 힘든 일, 아니 죽을 것같이 느껴지는 일, 도저히 가망이 없어 보이는 일 등 모든 것이 포함된다. 그런데 그 모든 일이 주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하나님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본다. 모든 상황을 나를 중심으로 보고, 또 내 눈으로, 내 방식으로 바라본다. 그렇기 때문에 부분밖에는 보지 못하고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실망하고 낙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획은 내가 보는 것과는 다르다. 모든 인류와 나라를 포함한 우주적인, 아주 포괄적인 계획이 하나님의 시각을 통해서 나온다.

이것을 붙잡고 사는 것이 믿음이다. 믿음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우리가 바라는 것들을 보장해 주며 내 눈에 보이는 것, 상황, 형편, 처지, 여기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하나님이 주신다는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소망할 때, 우리는 믿음 안에서 견고하게 설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하나님의 계획이 선함을, 하나님이 나를 통해 더 큰 일을 이루어 주실 줄 믿으면 이제 순종해야 한다. 군대 훈련소에서 조교나 교관들은 훈련병들을 거의 죽일 것처럼 훈련을 시킨다. 어떤 때는 사람을 잡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무섭게 시킨다.

왜 그러는가? 그렇게 훈련하지 않으면 실제 전쟁 때 싸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군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주 철저하게 잡아야 하는 것이다. 또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은 많지 않지만 선생님들이 열심히 공부를 시킨다. 부모가 공부하라고 닦달을 한다.

왜 그렇게 시키는가? 그렇게 공부해야 사회에 나와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힘들어도, 어려워도, 고통스러워도, 죽을 것 같아도 견디는 이유는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상 사람들도 고난을 잘 참는다. 어려움 끝에 낙이 있다는 것을 알고 견디는 것이다. 고진감래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 하나님의 자녀들은 고난만 오면 핑계를 대고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 유난히도 고난을 싫어하며 축복 받기만을 바란다.

고난은 축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욥기 23:10,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에서 보듯이, 정금, 불순물이 하나도 없는 하나님 쓰시기에 순전한 그런 온전함으로 변화된다는 말이다.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고 도저히 말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왜 이런 어려움과 고통이 하필이면 나에게 주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알고 계시다.
여호와께 맡긴다는 말은 단순히 어떤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것만을 말하지 않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헌신하고, 모든 것을 하나님께 드린다는 그런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맡긴다는 말은 그냥 내 책임을 하나님께 떠넘기는 것만이 아니라 내 삶 전체를 하나님께 드리는 것, 내가 가진 모든 것,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내 마음 속의 생각까지도 하나님 앞에 철저하게 내어 드리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맡긴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하고, 또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하면서, 내가 하기 싫은 것, 힘든 것, 귀찮은 것, 불편한 것을 주님께 맡기는 것이 아니다. 온전히, 모두 다 하나님께 내어 드리는 것이 우리 믿는 사람의 모습이다. 현재 재정상태가 어려워도, 건강이 말할 수 없이 나빠도, 또 내 가족과 내 자녀의 문제가 마음을 짓눌러도 하나님께 모든 것을 내어 드리라는 말이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붙들어주시고 요동치 않는 믿음을 주실 것이다.

우리 모든 사람들은 자신만의 인생의 짐을 지고 있다. 무겁고, 힘들고, 불편하고, 고생스러운 짐들이 누구에게나 다 있다. 그런데 주님은 그 고통과 절망과 분노의 짐을 다 맡겨 버리라고 명령하고 계신다. 이제까지 나와 함께 하셨던 참 좋으신 하나님만을 믿고 그분의 계획에 순종하며 우리들의 모든 것을 온전히 드리는 것이 우리 믿는 자들의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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