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 목사
그리스도인의 가정은 신앙을 자녀에게 이어주는 공동체입니다.
하나님이 교회를 통해 부모에게 부여한 사명은 가치 있는 유산을 자녀들에게 물려 주라는 것입니다. 교회가 세례시 부모에게 자녀들 앞에서 “복된 소식(복음)”이 되라고 당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영적 가치를 가르치는 일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부모된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리는 심각한 현상입니다.
지금은 확실히 새로운 시대입니다. 과거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구사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자녀들이 다른 것들로부터 더 큰 영향을 받습니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유일한 표준이던 부모가 이제는 그 자리에서 밀려난 것 같습니다.
오늘 우리 자녀들에게 가치관을 가르치는 것은 인터넷, 영화, TV요, 동년배 친구들이요, 거리의 문화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인터넷과 PC 게임에 매달리거나 친구들과 더불어 보내는 시간이 부모와 함께 있는 시간의 몇 배나 됩니다. 부모들이 당황하고 가정생활과 자녀교육에 위기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습니다.
부모들은 값있는 신앙유산을 자녀에게 보여 주고 물려줄 책임을 반드시 수행해야 합니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30만 명 이상의 부모들에게 가정생활에 가장 큰 위협이 무엇인가를 물어본 일이 있습니다.
가정의 위협자 첫째는 컴퓨터도, TV도, 마약도, 알코올도, 성범죄도, 이혼도, 맞벌이도 아니었습니다. 가정의 최대 위협자는 부모의 부주의라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는 어린 자녀의 첫째 교과서입니다. 어린이는 자기 또래 집단을 통해 가장 많이 배운다고 말하는 교육학자도 있지만 이것은 부모가 자녀의 제일의 교과서가 되는 책임을 상실했을 때 한하여 해당되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자녀들은 제 마음대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을 한 번씩은 가집니다. 그러나 제 뜻대로 가다 보면 그 길이 결코 순탄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들의 가치세계로 되돌아오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예수님의 “돌아온 아들 비유”에서도 볼 수 있는 사실입니다. 많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시험해 보기 위하여 일단 부모의 길을 거부합니다. 그들은 스스로 길을 찾아내야 합니다. 이 과정이 괴롭고 불안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위기는 아닙니다. 진짜 위기는 부모가 자녀들에게 참 가치를 보여 주고 전해야 할 책임의 자리를 세상의 다른 것들에게 내주었을 때 오는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에게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며 무엇이 선하고 참되고 아름다운가를 느끼고 분별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그들 스스로의 길을 가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의 가정은 사랑과 보살핌의 공동체입니다.
유아세례를 받을 때 부모에게 권면하는 가장 뜻깊은 메시지는 어린 자녀들 앞에서 복된 소식이 되는 삶을 살라는 말입니다.
기독교 가정의 형태는 다종다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 가정이 세속 가정과 구별되는 가장 중요한 점은 인간의 죄와 실수에도 불구하고 모든 식구가 용서와 사랑으로 받아들여지고 보살핌을 받는 공동체라는 사실입니다.
가정이 식구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내가 중요한 존재라는 확신을 심어 주는 것입니다. 러스 캠벨은 이것을 가리켜 “초점 맞춘 관심(focused attention)”이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식구들이 피차 상대방에게 제공하는 시간의 양(量)보다 그 시간의 질(質)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말이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바쁜 시대에 식구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에게 “초점 맞춘 관심”을 보여 줄 수는 있습니다.
외로움이란 홀로 있어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무시당하거나 무관심의 대상이 되는 데서 오는 문제입니다. 아무도 말을 걸어 주지 않고 존재를 알아 주지 않는다면 수많은 사람 속에 섞여 있어도 고독감을 면할 수 없습니다. 고독이란 들어 주는 자가 없어 내 소리가 허공을 칠 때 발생하는 것입니다. 누군가 내가 하는 말을 진정으로 들어 주고 나를 이해해준다고 느낄 때 비로소 그는 고독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어린이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부모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는 것입니다. 인생에 있어 자기 존재감을 성취하는 길은 많은 것을 받음으로써가 아니라 내가 남에게 받아들여짐으로써 입니다.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 내가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 누군가 나를 보살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값있는 존재라는 확신을 심어 주는 것이 기독교 가정의 가장 큰 사명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