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y in Movies

더운 여름 날씨 때문인지 부부 싸움도 늘어나는 계절에 부부 관계를 잘 해보자는 취지로‘부부가 함께 보는 영화’시리즈를 준비해 보았다. 영화의 영어 제목이 한글로 쓰여진 것만 보고,‘어스’를 지구(earth)로 잠시 착각했지만,‘지구 이야기’가 아니라‘우리들의 이야기’이다. 특히 이혼 소송 직전까지 간 커플의 이야기로 혹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분이 있다면, 참조해 볼 만한 영화이다. 영화 속 커플은 선남선녀로 원만해 보이지만 대화가 영 안 되는데 과연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이 영화에는 주인공 커플이 상담을 받는 장면이 나오고, 침대에는 부부 두 명뿐 아니라 양가 부모의 영향을 받았으므로 여섯 명이 함께 있는 것이라는 카운슬러의 이야기가 영상으로 그려져서 상담학 공부의 교재로도 쓰이는 영화이다. 

소설가 남성 벤 조던(브루스 윌리스)과 퍼즐 문제 제출자인 여성 케이티(미셸 파이퍼)는 서로가 만사 좋게만 보이고 눈에 콩깍지가 씌워진 만남으로 인해 결혼했다. 아들 딸 둘 낳고 집도 장만했고, 일도 만족스럽게 잘하건만, 이들 부부의 15년 결혼 생활은 힘들기만 하다.
자동차 워셔액이 떨어져도 내버려 두는 식으로 매사를 챙기지 않는 남편은 좋게 말하면 인생을 즐기는 스타일인 반면에, 아내는 모든 일이 질서정연하고 퍼즐처럼 정답이 나오게 살아야 한다. 즉 부부간 성격 차이, 일 처리 방식의 차이가 문제이다.
남편은 “모든 문제가 나 때문이냐? 나는 셋째 자녀가 아니다. 뭘 고치고 가르치려 들지 말라”고 화가 나서 소리치고, 아내는 아내대로 “내가 수백 가지 일을 혼자 처리해야 하나? 내 말 좀 들어다오!”라면서 눈물 흘리는 장면은 실제 상황인가 싶을 정도로 실감이 난다.

결국 부부는 자녀들이 여름 방학 캠프를 떠나자 별거에 들어간다. 아이들 앞에서는 내색하지 않고 결혼기념일도 지키는 척 나름 애를 썼지만, 자녀라는 안전판이 잠시 없어지자 별도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다. 그나마 자녀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영화 내내 나오는 것이 다행스럽다. 캠프 기간 동안 부모들이 방문하는 시간에는 같이 가고, 아무 일 없는 척 애정 표현도 하고, 나름 두 사람은 자녀들에게 최선을 다한다.
딸이 자신의 숙소에서 두 사람이 묵는 곳으로 건너왔다가 소파에 별도로 이부자리가 펴진 걸 대뜸 지적한다. 딸이 왔으니 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한 침대에 눕고 가운데 누운 딸이 아빠와 엄마의 손을 서로 잡아 주는 장면을 보면서 자녀들이 이런 역할도 해주는구나! 싶어서 마음이 흐뭇해진다.

별거 첫날 밤 서로 잠을 못 이루다가 전화를 주고 받는 모습은 커플에게 뭔가 희망이 있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만나기만 하면 말싸움이 계속된다. 캠프에서 돌아온 아이들에게 두 사람의 이혼을 어디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놓고도 부부는 싸운다. 남편은 중식당을 제안하고 아내는 대화하기에 좀 시끄러울 수 있다고 반대한다. 매사가 이런 식이니 이 부부는 피곤할 수밖에 없다. 마음으로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서로의 차이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한편 별거하는 동안 다른 친구들로부터 결혼 생활에 대한 조언을 들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처음에는 친구들의 조언이 도움이 되는 듯하더니“내가 무슨 문제야!”하고 친구들에게 화내는 남편의 모습을 보니, ‘아! 얼마나 내면의 갈등이 심한가’싶어 마음이 짠해진다. 남편과 달리 아내는 계획적으로 일을 처리하고, 요리도 해주는 남성을 만나는데 다행히 관계가 진전되지는 않는다.

서로 잘 해보자고 다녀온 유럽 여행마저도 성 관계에 대한 차이 때문에 망치고 만다. 스킨십을 하면서 바로 관계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편지 쓰는 중이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아내가 대판 싸운다. “성 관계도 일정을 예약해야 하느냐!”는 것이 남편의 주장이고, “그렇게 즉흥적(spontaneous)으로 되는 게 아니다. 내 말 좀 들어라!”는 것이 아내의 주장이다. “이 편지 쓰고 나서!” 또는 “아니 지금!” 이렇게 대화를 통해 조정하는 기술이 부족해 보인다. 앞서 말한 대로 마음에는 원이로되 행동이 안 따라 주는 것인지, 아니면 포기하며 살다 보니 갈등이 악순환하는 것인지?
드디어 캠프에서 아이들이 도착했다.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를 놓고 고민하던 아내가 “잘 자란 아이들에게 아픔을 줄 수 없다! 다시 시작해 보자”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영화는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미련한 자는 자기 행위를 바른 줄로 여기나 지혜로운 자는 권고를 듣느니라” (잠언 12:15).

 영화는 앞서 소개한 대로 부부 상담 교과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두 사람은 여러 번 상담을 받았어도 헤어질 뻔했다. 하지만 그 동안의 상담이 쌓이고 쌓여서 마지막 순간에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맘에 좀 안 맞아도 받아들이기로 한 게 아닐까? 주인공 부부는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사랑할 뿐이라는 그럴싸한 애기도 나눈다.
이번 호에 소개하는 영화의 대화가 안 되는 커플의 모습은 사실 남이 아닌 나의 부부 이야기이기도 하다. 둘이서 안 되면 남의 이야기라도 들어 보자. 상담은 문제 있는 사람들만 받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을 깨고, 귀를 열어 보자. 그래서 이 여름이 지날 때쯤 아이들이 “우리 아빠 엄마 좀 바뀌었어!”라는 말을 들려 주는 역사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 MBTI 성격 유형 진단의 J(판단형) / P(인식형) 로 본 The Story of Us 영화 속 두 커플의 차이 이해

모든 물건에는 자기 위치가 있다고 믿는 판단형 J
아무데나 놓고 나중에 찾는 인식형 P

계획대로 돼야 뿌듯한 판단형 J
중요도에 따라 바꾸는 인식형 P

예고 없는 일이 힘든 판단형 J
느닷없는 일도 좋은 인식형 P

시계처럼 움직이는 판단형 J
항상 여유로운 인식형 P

마감 시간이 중요한 판단형 J
내용이 더 중요한 인식형 P

정확한 것이 좋은 판단형 J
자유로운 것이 좋은 인식형 P

* Judging 판단형 / Perceiving 인식형은 여러 선호 경향의 하나로‘생활 방식’의 차이를 나타내는 기준
* 출처 : 남편 성격만 알아도 행복해진다(비전과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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