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진 목사

어떤 사람이 예수님과 신학 논쟁을 벌이려 했을 때 예수님이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들려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신학적 사변이나 철학적 명제를 다루는 대신 이야기 하나를 하신 것입니다.
등장인물 중 불한당은 중요한 역할이지만 직접 나오지는 않습니다. 강도 만난 나그네는 여행 중에 변을 당한 유대인이라는 것 외에는 별로 자세한 설명이 없습니다. 제사장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하나님을 섬기는 성직자입니다. 성전직무를 감당하기 위해 가는 길이었던 그는 제사의식과 종교규범에 따라 강도 피해자를 못 본 체 지나갔습니다. 레위인은 성전과 예배에 관한 업무를 전담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두려워서 자리를 급히 피해 버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나타난 사마리아인이 강도 만난 자의 생명을 구해 주고 동정과 예절을 다하여 돌보아 주었습니다. 종교지도자들이 냉정하게 종교규범을 지키고, 신변의 안전만을 도모하려고 했을 때 사마리아인은 사랑을 실천한 것입니다.
여기서 형식적 신앙과 실천적 사랑의 대비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예수님은 이 비유를 들은 사람들이 어떤 결론을 내리기를 원하셨을까요? 비유는 우리에게 세 가지 사실을 말해 줍니다.

첫째, 세상에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외로운 사람들에게 우정이 필요합니다.
낙심한 사람들에게 소망이 필요합니다.
사랑을 잃은 사람들에게 온정이 필요합니다.
집 없는 사람들에게 보금자리가 필요합니다.
병든 사람들에게 건강이 필요합니다.
굶주린 사람들에게 빵이 필요합니다.
무기력한 사람들에게 활력이 필요합니다.
늙은 사람들에게 삶의 보람이 필요합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인정과 격려가 필요합니다.
세상에는 우리의 도성을 가로질러 여리고로 가는 길이 산재해 있습니다. 동네 한 블럭 내에도 이웃이 필요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다른 곳을 바라보지 마세요. 그들이 다 우리의 이웃인 것입니다.
지쳐서 부르짖는 그들의 신음소리가 우리를 다시 여리고 가는 길로 부르고 있습니다.

둘째, 우리에게 그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굶주린 자와 무기력한 자들이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그들이 있어야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도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체험한 사랑의 대상이 되어 준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를 섬기기 위해 우리에게 그들이 필요합니다. 그들을 섬기는 것이 곧 그리스도를 섬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태복음 25장의 양과 염소의 비유는 마지막 날 종이 주인을 만나는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 줍니다. 그리스도는 고통의 울음소리와 굶주림과 가난한 자들의 눈물 가운데서 발견되는 분이십니다.


셋째, 우리 자신이 바로 도움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여리고 도상을 피하여 다른 길로 가지 마세요. 얻어맞고 피 흘리며 길가에 쓰러져 죽어가는 자에게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세요. 외면하지 마세요. 그 얼굴을 자세히 보세요.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입니다. 바로 나의 얼굴이요 당신의 얼굴입니다. 죄 때문에 만신창이가 된 바로 나의 몰골이란 말입니다. 위기에 봉착하여 도움의 손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입니다. 마침내 도움의 손길이 다가왔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찾아와 나의 어려움을 도와 주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온통 회색빛입니다. 이 세상에 나와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도와줄 손길이 있습니까? 암담합니다. 그때 그가 나타납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이 등장합니다. 도움이 다가온 것입니다. 그의 사랑과 능력이 당신을 그 시련의 길가에서 뒤바꿔 놓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나타날 때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의 임재가 우리 어깨에 힘을 넣어주어 아무리 무거운 짐이라도 거뜬히 질 수 있게 해줍니다.
내일을 향하여 거보를 내딛으세요. 선한 사마리아인이  이미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우리와 동행하려고 기다리고 있다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온갖 도전에 힘 있게 응전하세요. 공포와 불안을 향하여 안녕을 고하세요. 과거에 우리와 함께 하셨고 지금도 우리 옆에 계시는 그분이 우리의 손을 잡고 내일을 향하여 함께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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