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y in Movies

싱글 맘 영화에 이어 싱글 대드 영화를 감상하면서 가족을 되돌아 본다. 부부가 헤어지면 통상 엄마 쪽에서 아이 양육을 맡고 아빠 쪽에서 양육비를 일정 금액 부담한다. 그런데 오늘 소개하는 영화에선 엄마가 훌쩍 떠나 버려 아빠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아이 양육을 맡고 있다. 70년대 말 영화로 당시 미국 사회의 급증하던 이혼을 소재로 했고, 특이하게 아빠 혼자서 아이 양육을 맡은 설정 때문에 화제가 되었던 영화이다.

아빠 테디역을 맡은 더스틴 호프만과 엄마 조안나역을 맡은 메릴 스트립의 명연기는 물론이고, 아들 빌리역을 맡은 꼬마의 연기가 압권이다. 지난 번에 소개한 영화 ‘Music of the Heart’에서 메릴 스트립이 싱글 맘 역할을 맡았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남편과 아들을 떠나는 역할로 나와서 유명 배우의 다양한 연기폭을 실감한다.

엄마가 5살 조금 넘은 아들을 남겨두고 떠나다니? 이런 모진 엄마가 있나?’하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엄마의 사정을 알고 보니 이해가 간다. 광고 회사에서 디자인을 담당하는 남편이 일벌레였던 것이다. 처음 몇 해는 아내도 남편을 사랑했기에 그러려니 넘어갔지만, 시간이 갈수록 대화가 안 되었던 것이다.

영화가 시작되면, 아내가 집을 떠나기로 작정하고 짐을 다 싼 다음 남편을 기다리는 장면이 나온다. 남편은 그날 마침 승진 통보를 받고 큰 거래처도 맡게 되는 등 기분이 최고다. 집에 돌아와서 회사일로 간단히 통화하고 아내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려는데, 아내가 남편 곁을 떠나겠다고 말한다. “무슨 소리냐?”라고 남편이 묻자 아내는 크레딧 카드, 집 열쇠, 세탁소에서 찾아올 옷 명세표 등을 막무가내로 건넨다. 남편은 나가는 아내의 등을 돌려 세우지만, 창문으로라도 뛰어내릴 거라는 아내의 말에 더 이상 막지 못한다.

다음날 아침, 아빠는 아들과 함께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계란을 풀고 우유를 부어 프렌치 토스트 만든다. 빵을 넣을 수 있는 커다란 보울이 아닌 머그컵이어서 빵을 계란물에 제대로 담글 수 없어 빵을 반으로 자르는데, 아들은 반으로 자른 빵은 안 먹겠다고 투정을 부린다. 아빠는 커피를 준비하는데 아들은 주스를 달라 하고, 갈팡질팡하는 사이에 토스트는 타고 아빠는 손까지 데고 만다.

금새 돌아올 줄 알았던 아내는 편지를 보내 ‘아들아! 사랑하지만 엄마 자신을 찾아 떠난 것’이라는 소식만 전한다. 남편도 마음을 정리하고 결혼 사진이며 재봉틀 등 아내의 흔적들을 상자에 담아 치워 버린다. 하지만 갑자기 아들을 혼자 키우면서 살림을 해야 하는 아빠는 안팎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다.

우선 회사에서 승진하고 큰 거래처를 맡은데다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리러 가야 하니 늘 시간이 빠듯하다. 어떤 때는 늦어서 마지막까지 혼자 남은 아들이 심통을 내기도 한다. 직원들의 주말 직장 파티에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결국 마감일을 넘기는 일까지 생긴다. 일하면서 가정, 특히 자녀를 돌보는 이중 역할을 하는 여성들이 새삼 귀하게 느껴진다.

어느 날, 아빠와 아들이 말없이 식사하고 있다. 두 사람이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들이 반찬 투정을 한다. 식사는 안하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려 든다. 아버지는 식사 전에는 먹을 수 없다며 여러 번 경고하지만, 아들은 지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는다. 화가 난 아버지는 아들을 들어 침대에 내동댕이친다. 힘으로는 당하지 못하는 아들이 외친다.“엄마를 데려와!”

다행히 마음을 진정시킨 아빠가 잠자리를 돌봐 주는데, 어린 아들이 “미안해요(sorry)”하자 아빠 역시 “미안해(sorry)”라고 화답한다. 조그만 꼬마 녀석이 무척이나 대견스럽다.
그리고 부자지간의 진지한 대화가 이어진다. “엄마가 떠났어도 엄마는 너를 매우 사랑한다. 아빠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다. 엄마한테 아빠가 여러 가지를 강요했다. 엄마가 말하는 것들을 아빠가 바빠서 듣지 않았다.”아무도 원망하지 않고 차분히 과거를 돌아보는 아빠의 성숙한 모습이 참 감사하다. 이윽고 두 사람은 껴안고 “굿 나잇!” 인사를 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눈에 눈물이 가득하다.

엄마가 떠난 지 어느덧 15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른다. 그 와중에 아빠가 잠자리에서 책을 읽어 주고, 아들의 자전거 타는 것을 도와 주고, 신발끈을 묶어 주는 등, 싱글 대드로서의 생활이 정착되어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물론 놀이터에서 아들이 놀다가 높은 곳에 떨어져 얼굴을 꿰매는 아찔한 사고도 겪는다.
떠났던 아내가 다시 나타나면서부터 영화의 반전이 일어난다. 그동안 아내는 타주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아 상한 마음을 회복하고, 결혼과 함께 그만두었던 일자리도 다시 구했다. 이제 자리가 잡혔으니 아들을 데려가겠다고 아내는 말한다. 아내가 법적인 양육권을 주장하자 남편은 거칠게 반대한다. 

드디어 남편과 아내는 변호사를 통해 법정 대결까지 가는데, 하필이면 이때 싱글 대드 아빠가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만다. 아들을 돌보느라 회사일을 제대로 못한 것이 문제였다. 양육권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실업은 곧 부양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기에, 아빠는 연봉을 낮추어서 성탄 휴가 직전에 겨우겨우 일자리를 얻는다.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진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나쁜 감정이 없는데도, 소송에서 이겨야 하는 변호사들은 선을 넘어 서로의 약점을 자극하기도 한다. 판사는 엄마의 양육권을 인정하고 아빠는 주중, 주말이나 방학때 등 일정 시간에만 아들을 만날 수 있으며 매월 $400의 양육비를 부담하라는 판결을 내린다. 아빠는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고 아들에게 잘 설명하는데 그동안 엄마를 기다리던 아들이 오히려 더 슬퍼한다. 어느덧 싱글 대드 아빠는 훌륭히 육아를 감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엄마가 아들을 데리러 오는 날 아침, 아빠와 아들이 역할 분담을 하여 프렌치토스트를 만드는데 호흡이 척척 맞는다. 이것이 마지막 식사라는 것을 잘 아는 아빠와 아들은 꼭 껴안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내가 남편을 집밖으로 불러내 울먹이면서 말한다. 아들을 사랑하지만 아들에게는 아빠와 함께 하는 이곳이 진정한 가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서, 아들을 데려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에게 아들을 혼자 만나 보라면서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 준다. 엘리베이터에 탄 아내가 얼굴을 매만지며 남편에게 묻는다. “내가 어때 보여?” “근사해.”라고 남편이 답하는데 엘리베이터 문이 닫힌다. 아이를 위해 두 사람이 다시 합칠 수는 없을까 하고 기대했는데, 뜻밖의 결말에 한 방 맞은 기분이다.

“자기 집을 잘 다스려 자녀들로 모든 단정함으로 복종케 하는 자라야 할찌며 사람이 자기 집을 다스릴 줄 알지 못하면 어찌 하나님의 교회를 돌아 보리요”(디모데전서 4:4-5).

영화 속 싱글 대드가 일에 너무 빠지지 않고 아내가 필요로 하는 것들을 채워 주고, 특히 마음의 대화를 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먼저 든다. 하지만 문제가 생긴 후, 싱글 대드의 역할을 열심히 감당하는 모습에 계속 파이팅해 주기를 바라면서 마음의 박수를 치게 된다. 자기 집을 잘 다스리는 데 한 번 실패했어도 아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그 모습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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