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내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이것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스스로 부족한 삶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점. 더 적은 소유. 더 적은 활동. 더 적은 희망사항. 그리고 자신을 더 포기하는 것.”(서문, 6쪽)
 
이 책의 표지 그림의 병에는 물이 조금 들어 있다. 병이 좌우로 흔들리는데 물은 흔들리지 않는다. 통상 물이 가득차야 흔들리지 않을 텐데 말이다. 이 그림은『부족함을 선택하는 삶 living with less』(Mark Tabb, 죠이선교회)이라는 책의 제목과 그 내용을 잘 보여 준다.
우리의 삶이 지나치게 가득 채워져 있어서 버거운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쌓여 있는 일, 끊임없는 활동들, 계속해서 늘어나는 일정들로 인해 하루는 점점 더 짧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의 삶과 나의 일정, 그리고 나의 스트레스가 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고, 사실 내가 그것들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3S1H(더 작은 삶 smaller, 더 단순한 삶 simpler, 더 느린 삶 slower, 더 힘든 삶 harder)를 제안한다. 삶에서 더 많은 것을 얻는 유일한 비결은 덜 선택하는 것으로, 활동이나 일정뿐 아니라 더 적은 물질, 더 적은 희망사항, 나아가 자신의 포기를 선택하라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더 적게 선택할 때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계획하신 풍성함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장. 더 작은 삶 smaller

“사람들은 자신의 어떤 행동을 정당화하고 싶을 때 행복해지려면 그 기회를 잡을 수밖에 없었어! 라고 말하길 좋아한다.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행복의 추구란 최상의 미덕이며, 자신이 가는 길 위에 있는 모든 것을 밀쳐내는 360킬로그램짜리 고릴라와도 같다. 그런 거대한 고릴라가 우리의 삶에서 뛰놀게 놔둔다면 결코 의미있는 인생을 살 수 없다. 나의 행복을 다른 모든 것보다 우선시하는 태도는, 세상이 오로지 나 자신과 관련되어 움직이는 곳이라고 해석하게 만든다. 나의 희망사항, 나의 필요, 나의 욕구, 나, 나, 나. 온통 나에 대한 이슈로만 넘쳐나는 것이다.” (70~71쪽)

지은이는 예수님의 산상설교 팔복을 통해 다른 사람을 자기 자신보다 우선시하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고 제시한다. 나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도 필요하지만, 우리의 영혼이 갈구하는 행복으로 데려다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나님이셨지만 성부 하나님과 동등함을 취하지 않으셨던 예수님이 바로 그 말씀대로 섬김의 삶을 사신 예로 소개된다(빌 2:6).

그래서 더 많은 소유, 더 많은 지위나 영향력, 더 많은 칭찬이 필요하지만 일시적인 것들이므로, 우리의 관심을 영원한 것으로 돌릴 것을 제안한다. 또 멈추지 않는 회전목마처럼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돈을 모으는 것은 좋은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것들에 소비하는 대신 세대를 감화시키고 영향력을 흘려 보낼 수 있는,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아 보라고 제안한다.

하나님은 나의 필요를 위해 존재하는 분이 아니므로, 예수 그리스도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통해 정직, 신의, 희생, 겸손, 충성의 성품과 인격을 닮아가라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일시적인 세계에서 영원을 인식하며 살 수 있는 비결이다.

2장. 더 단순한 삶 simpler

“미국인들은 평균 1달러를 벌 때 1.22달러를 소비한다고 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 공급하심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생활 대신 더 많은 사치품을 소유함으로써 우리의 삶을 완성시키려 한다.” (126쪽)  

돈과 소유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고 또 장애물은 아니지만, 오늘 우리의 문제는 필요 이상으로 과하게 축적하는 데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마치 광야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필요한 만큼 만나를 줍지 않고, 다음 날이면 벌레 먹을 것들을 욕심껏 과하게 가져온 것처럼 말이다.

더 큰 집이나 더 멋진 차, 더 빠른 컴퓨터를 갖고 싶어하는 등, 계속 뭔가를 원하는 마음은 통제되지 않는 욕망으로 결국 우리를 잠식한다. 지은이는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자족을 제안한다. “그러나 지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이 큰 이익이 되느니라”(딤전 6:6).

그리고, 단순함을 일상 생활의 중요한 가치로 여길 수 있도록 도와 주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1) 수입보다 낮은 수준으로 생활하기, 2) 위신이 아닌 실용성에 따라 구매하기, 3) 과대광고에 속지 말기, 4) 축적을 단념하기, 5) 현명하게 소비하기 / 청지기의 마음으로 돈을 관리하기, 6) 사치를 위한 여지 남겨두기, 7) 물질이 아닌 사람에게 돈을 투자하기, 8) 지역교회에 헌금하기, 9) 당신의 소유를 하나님의 선물로 여기고 즐기기, 10) 바보 같은 율법주의자가 되지 말기.

3장. 더 느린 삶 slower

“칼 샌드버그는 시간이 인생의 동전이라고 말했다. 시간은 매일 아침 우리가 눈을 뜰 때 배달되는 보물과 같은 것이다. 어느날 아침 침대에서 나오다가 현금이 두둑이 들어 있는 큰 가방에 걸려 넘어졌다고 상상해 보라. 게다가 가방에는 이 돈을 그냥 써버리든 투자하든 당신이 원하는 대로 사용하라는 메모까지 붙어 있다. 그렇지만 남은 현금이나 그날 산 물건들은 다음 날이 되면 사라진다. 물론, 투자를 하면 사라지지 않지만, 모든 이윤은 당신의 침대 아래 현금을 놓아둔 사람에게 돌아간다. 메모 아래쪽에는 현금 주인의 이름과 당신이 그의 돈을 사용한 것에 대해 언젠가 보고할 것이라는 계획도 적혀 있지만, 당신은 발 아래 놓여 있기 때문에 그분의 이름을 읽지 못했다.” (175~176쪽)

지은이는 우리의 바람과는 관계없이 시간은 흘러가기 마련이며, 이 사실을 거스를 수 없다고 말한다. 우리가 시간을 들여 이룬 일이 계속해서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기억할 것은 그 시간을 허락하신 분께 언젠가 대답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소중한 일을 먼저 하고,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지킬 것을 제시한다. 시간을 지혜롭게 활용하는 길은 즉각적인 만족을 거부하고, 가장 소중한 것에 헌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부모들이 더 큰 집, 더 좋은 차, 주말 낚시를 위한 보트를 사기 위해 시간 외 근무를 하며, 아이들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포기하곤 한다. 그런데 임종을 앞두고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좀더 많은 시간을 사무실에서 보내지 못하는 것을 후회하는 사람은 없다.    

예를 들어, 경력, 승진, 집, 보트 소유 등 잘 나가던 한 엔지니어에게 둘째 자녀가 병이 있는 상태로 태어났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아내가 먼저 출산휴가, 무급휴가를 쓰고, 이어서 남편이 출산휴가를 쓰고 난 후에 결국 엔지니어는 직장에서 강등되었다. 일보다 가족을 우선시했는데 경력에선 자살 행위같이 된 것이다. 남편은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기로 결정했다. 집의 크기가 작아졌고, 보트와 같은 사치품을 팔아야 했고, 예전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성취감은 점점 사라져갔지만, 휠씬 더 오래 지속되는 가족이라는 가치에 시간을 쓰게 되어 절대 후회하지 않는 결정이 되었다는 것이다.

4장. 더 힘든 삶 harder

“더 많은 물건, 더 많은 활동, 혹은 자신을 더 사랑하는 식으로는 하나님을 결코 경험할 수 없다. 이는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 원리의 문제이다...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며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며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마 6:24). 이 구절은 우리의 왜곡되고 과도한 소유지향적인 삶에 하나님을 약간 끼워넣으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그와 같은 게임을 아예 거부하신다고 설명한다. 하나님은 우리를 너무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가 힘든 시기에 마음의 평안을 주는 분 정도로만 그분을 생각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신다. 그게 우리가 원하는 전부라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애완견이라고 할 수 있다.” (239~240쪽)

 결론적으로 부족함을 선택하는 것이 사실 풍요함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지은이는 말하는데, 사실 그 풍요로움은 인생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큰 과업은 잠시 동안의 큰 희생을 요구하지만, 작은 과업은 지속적인 희생을 요구한다’는 영적훈련과 성장에 대한 리차드 포스터의 문장을 인용해 자기 자신과 세상에 날마다 “No!”라고 말하는 것는 지금껏 시도해 본 것중에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대가를 치러야 하고, 곁길로 빠지지 않아야 하고, 함정에도 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족함을 선택하는 삶이 단순함으로 인해 지루해지기도 하고, 자칫 게으름을 정당화하기도 하고, 경제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편으로 쓰여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더 힘든 삶’이 되는 것이다. 

‘바쁜 목사는 나쁜 목사’ 라며 말씀과 기도에 집중하라던 조언이 기억난다. 눈에 보이는 물질과 같은 것에는 어느 정도 자유로우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명예나 영향력을 추구하느라 자유롭지 못한 목회자들을 많이 본다. 그러다 보니 목회자들은 늘 바쁘다. 내가 더 영향을 끼치고자 상급 학위 과정을 다니는 등 목회를 더 잘 하겠다는 선한 목적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문제는 본질에서 벗어난 일들로 인해 바쁘거나, 존재(being)에 대한 성찰이 부족한 채로, 행함(doing)에 신경쓸 때가 많은 것이리라. 목회자만 그러한가? 크리스천들 역시 보다 나은 삶, 보다 행복한 삶이라는 선한 목적을 내세워 더 많은 것을 추구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선한 목회자, 선한 크리스천들이 한번쯤 자신을 돌아 보고,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도록 인생을 전환하게 만드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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