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sychology in Movies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지역(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한 고등학교 식당에서 2012~13 신학년도의 첫 날, 총기 사건이 있었다. 이전에 살던 지역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 기억난다. 하지만 한두 명 죽은 사건은 그 지역에서나 뉴스거리가 될 뿐이고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기억에서도 쉽게 사라지고 만다. 그러고 보니, 한인 사회에서도 2012년 4월, 캘리포니아 주의 오이코스 대학에서 총기 사건이 일어났는데 어느새 잊고 있다. 최근 콜로라도 주의 한 영화관에서‘Dark Night Rises’ 상영 중에 일어난 총기 사건이나 위스칸신 주의 시크교 사원에서 발생한 총기 사건처럼 두 자리 수 인 10명 이상은 죽어야 큰 뉴스가 되고 기억에 남는 것이 현실이다.

총기 사건이 일어나면 범행을 저지른 당사자의 정신 상태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분석을 해댄다. 한편 개인의 차원을 넘어‘사회’병리 현상으로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주에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볼링 포 콜럼바인 Bowling for Columbine’(의료보험 문제를 독특한 시각에서 다룬  Sicko, 9/11을 다룬 Fahrenheit 9/11 등을 제작했던 마이클 무어 감독의 작품)이 바로 그런 관점을 보여 준다. 영화에서 소개하는 연간 총기 피살자 수는 일본 39명, 호주 65명, 영국 68명, 캐나다 165명, 프랑스 255명, 독일 381명을 훌쩍 뛰어 넘어 미국은 11,127명이다. 도대체 미국에서 왜 이렇게 총기 사고 피해자가 많은 걸까?

영화의 주요 소재는 1999년 콜로라도 주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로 13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콜럼바인 고교 총기 사건에서 평소 마피아를 자칭했던 청소년 두 명이 900여 발의 총알을 그야말로 난사해 10여 명을 살해하고, 자신들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왜 이런 일이 성인도 아닌 10대 청소년에 의해서, 그것도 학교에서 일어났을까? 그날 아침 두 소년이 볼링을 했다고 경찰이 한 마디 한 데서 영화 제목이 ‘Bowling for Columbine’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영화는 두 소년이 왕따를 당했다거나 폭력 영화나 비디오 게임, 헤비 메탈 음악에 빠졌다거나 하는 분석을 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 지역에 위치한 무기 제작사 ‘로키드 마틴’사를 찾아가 인터뷰를 한다.“우리는 방어를 목적으로 무기를 제조한다”고 회사의 대변인이 말한다.

“과연 그런가?”반문하면서 영화의 배경에 경쾌한 음악‘What A Wonderful World’가 흐른다. 그리고 미국이 세계 여러 나라의 전면 혹은 배후에서 저지른 쿠데타 조종이나 정권 전복을 나열한다. 문제는 그런 개입으로 인해 늘 수많은 민간인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아프리카 수단의 무기 공장을 폭파했는데 뒤늦게 아스피린 공장으로 판명되는 예를 영화에서 들기도 한다. 이라크 공격으로 어린이들을 포함한 민간인들이 다치고 죽는 모습도 보여 준다.

이 영화로 다큐멘터리 영화상을 수상한 마이클 무어는 수상 소감을 말하면서, 당시 이라크 전을 시작한 부시 대통령을 공개 비난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총기사건의 원인을 일개인의 정신병리 차원을 넘어 사회 병리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무어 감독은 주장한다.

총기 사고가 일어나면 개인 총기 소유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과 반대로 개인 보호를 위해 더더욱 총기 휴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함께 나온다. 콜럼바인 총기 사건 당시, 유명한 영화배우 찰턴 헤스턴이 대규모 총기애호가 대회를 개최해서 연설했던 내용도 이 영화에 나온다. “내 총은 죽어도 못 준다! 우리는 미국 어디든 다닐 자유가 있다!” 개인 인터뷰에서 헤스턴은 “난 다만 이 나라를 건설한 현명한 백인 조상들이 물려 준 권리를 즐기는 것뿐이다!” 라고 주장한다.

찰턴 헤스턴이 미시간 주 태생이고, 오클라호마 폭파 사건의 주범 제임스 니콜스 역시 미시간 주 태생으로 마이클 무어 감독과는 고교졸업 동기생이다. 영화는 콜럼바인 사건을 일으킨 범인 중 한 명도 어린 시절을 미시간 주에서 보냈다면서,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 경품으로 총을 줄 만큼 ‘총의 천국’ 이라 일컬어지는 미시건 주 출신들을 나열하고, 주변 환경의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앞에서 말한‘로키드 마틴’사의 5천 명 넘는 직원의 자녀들 대부분이 콜럼바인 고교에 다니는데, 한 달에 한 번 학생들이 잠든 한밤중에 학교 앞길로 탄두가 장착된 로켓을 공군 기지로 운반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콜럼바인 도시 주변에는 핵무기 생산공장, 방사능 쓰레기더미와 북미 방공 총사령부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 총기 소지의 찬반 토론이나 특정 지역의 영향을 넘어, 우리 모두가 미국 정부와 언론, 기업이 조장하는 폭력 세계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총기협회의 지속적인 로비는 총기 소유 관련법 제정에 영향을 끼치고, 무엇보다 정복의 논리에 의해 계속해서 적을 만들고 죽이면서, 그러한 살인과 전쟁을 정당화하고 있는 한, 미국 사회에서 계속 일어나는 총기 사고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옛 사람에게 말한 바 살인하지 말라 누구든지 살인하면 심판을 받게 되리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마태복음 5:21-22).


주님은 마음으로 미워하고, 말로 욕하고 화내는 것만도 살인이라 하셨는데, 우리들은 총으로 다른 사람을 해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오! 주님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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