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영(오하이오)

22년 전, 지상에서 삶의 여정에 첫 발을 내디딘 바로 그 순간에 하나님께선 내게 두 천사를 보내주셨다.
조금은 짐작했지만, 삶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넘어졌다 일어서면 또 넘어지고, 나와 가족에겐 도전이 끝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우리 가족은 손에 손을 잡고 버티었고, 도전이 거듭될수록 사랑도 커지고 강인해졌다. 가족은 내게 조건없는 사랑과 우정과 정직과 위엄과 순전한 마음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다.
아버지, 균형 감각과 진실의 표상인 아버지에게 나는 공주였다. 아버지는 내게 세상 전부를 주셨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채 고된 일을 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내게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 어렸을 적에 아버지는 한국의 전래동화를 들려주시곤 했다. 그 목소리는 늘 편안하고 부드러워 나는 아버지의 팔을 베고 잠이 들곤 했다. 항상 조용하시면서도 꿋꿋하게 당신의 길을 가시는 아버지는 사자같이 용맹하시지만, 파랑새처럼 온화하시다.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 공원을 함께 산책할 때, 아버지는 알록달록한 단풍들을 집어주시곤 했다. 당신의 청바지를 사는 데는 10불도 아까워하신 아버지는 내가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고 싶어하셨다.
아버지의 손을 바라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어려운 시절을 넘기기 위해 오랜 시간 고된 노동으로 아버지의 손은 거칠어지고 상처를 많이 입었다. 나는 아버지를 통해 치열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을 얻는다. 가치 있는 삶을 살겠다는 목표의식이 생긴다. 아버지는 사랑스런 내 친구이다.
아름답고 강한 여인, 절대로 포기할 줄 모르는 여인이 바로 우리 어머니이다. 지혜롭고 사랑 넘치는 어머니는 이제껏 만나본 이들 중에서 가장 강인한 여자다. 어머니는 세상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고, 기도 중에 하나님 앞에서만 울라고 가르치셨다. 자기 자신과 직관을 믿으라고도 가르치셨다. 이런 가르침만큼 어머니를 잘 표현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는 내 언니이자 친구이기도 하다.
그녀는 내 마음이며, 내가 가야 할 길을 일러주는 북극성이다. 어머니를 생각할 때에도 눈물이 난다. 한때 하도 엄격하여 어머니를 미워한 적도 참 많다. 나를 대하는 방식이 너무나 싫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적도 여러 번이다. 철이 없어서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잘못을 깨닫고 후회의 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꽃다운 열여섯 살이 된 뒤부터 어머니의 삶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되었다. 그에 따라 내 신앙은 내리막길로 치달았으나, 반대로 어머니의 신앙은 점점 더 강해졌다. 어머니를 통해 하나님께선 좋을 때이건 나쁠 때이건 늘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셨다. 어머니는 늘 내 가슴 안에 있다. 조건없는 사랑을 주시면서 어머니는 언제나 내 등 뒤에 서계시다. 어머니 없는 삶을 나는 상상할 수가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하나님께서 사랑으로 빚은 아름다운 창조물이다. 두 분은 나를 지켜주시는 등대이며, 든든한 바위이다. 이 다음 세상을 떠나 하나님께 가는 날, 나는 가장 먼저 두 천사를 보내주심을 감사할 것이다.
엄마, 아빠, 마음 깊이 감사해요. 나를 낳아주시고 공주처럼 생각해 주셔서 감사해요. 필요할 때마다 나를 가르치고 훈련시켜 주셔서 감사해요. 부모이자, 천사이자 친구가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살아가는 내내 두 분의 헌신과 훌륭함을 잊지 못할 거에요. 두 분 모두 이곳에서 행복하시길 빌어요. 앞으로 제가 칭찬을 듣게 된다면, 그건 모두 두 분의 몫이에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두 손 들어 하나님을 찬양하실 수 있게 자랑스런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엄마, 아빠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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