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이 세상의 모든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라. 그것은 대개가 귀머거리들의 대화다. 각자 자기 생각을 제시하고, 자신을 정당화하며, 자신을 드러내고 다른 사람을 비난하기 위하여 말한다. 상대방을 전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서로의 관점을 주고받는 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1장, 10~11쪽)

‘귀머거리 대화’라 했는데 부부 대화를 결혼 시기별로 말한 다음 예가 바로 그러하다. 결혼 첫 해에 부부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같이 있기만 해도 좋다. 결혼 2년째에는 아내가 일방적으로 말하면 남편이 듣는다, 또는 그 반대다. 결혼 3년째 부부는 각자 말하기만 할 뿐 듣지는 않는다. 대신 이웃이 고함 소리를 듣는다.

사실 부부간 대화만이 그럴까? 일상 생활, 직장, 국가, 나아가 신앙 공동체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 갈등의 연속이다. 어떻게 하면 더 잘 대화할 수 있을까? 오늘 소개하는 20세기‘기독교가 가장 사랑한 상담가’로 불리는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의『서로를 이해하기 위하여(To Understand Each Other)』에선 이해하고자 하는 열망, 이해를 추구하는 마음, 이해하고자 하는 자발적인 의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1962년에 쓰여졌는데 고전은 역시 시대를 넘어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Classic Wisdom on Marriage’라는 부제가 보여 주듯이 부부와 일반의 인간 관계에 대한 원론적인 내용들(이해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사랑해야 한다. 타고난 차이점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남녀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사랑 자체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을 담고 있다. 그래서 개리 채프만의『5가지 사랑의 언어』와 존 그레이의『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와 같은 각론 차원의 책들이 투르니에의 책을 바탕으로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에는『MBTI 성격유형 이해』(칼 융)에 대한 언급도 나온다.  

“신혼부부들은 대부분 높은 이상을 품고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십수 년이 지난 후에 그들의 가정생활이 자기들이 기대하던 것처럼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부가 몇이나 되겠는가? 거의 없다. 이것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며, 우리가 함께 생각해 보기를 원하는 것이다.” (13~14쪽) 라고 문제를 제기한 지은이는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에 더해 자신을 표현하라고 말한다. 따뜻하고 친절하게 받아 주고 주의 깊게 경청하는 분위기 속에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은 이해하며, 이해하는 사람은 사랑한다.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사랑받는다고 느끼며,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사람은 확실히 이해받고 있다고 느낀다. 감정이 서려 있는 내면의 비밀을 나누기 위해서는 아주 깊이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44쪽)  

이해와 사랑을 말하는 지은이는 부부 관계에서 그것을 이루자고 제안한다. 결혼은 자신과 배우자가 지속적으로 발견해가는 위대한 모험이고, 매일 새로운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으로 인생에 대해, 인간 실존에 대해 나아가 하나님에 대해 새로운 것을 배워가는 기회라는 것이다. 배우자를 이해하는 데 실패하는 것은 자신을 이해하는 데 실패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관계가 안 되고 ‘오해’를 받으면, 삶에 대한 믿음, 심지어 하나님에 대한 믿음까지 상실할 수 있기 때문에 부부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이 책이 일반 상담 서적이나 부부 관계 서적과 차이가 나는 부분은 11장의 ‘완전한 이해는 예수 그리스도께 개인적으로 복종할 것을 요구한다’는 부분이다. 지은이의 의사 친구 사례가 나오는데, 부인이 문제가 있어 상담을 받았고, 남편은 좀 더 시간을 함께 갖고 관심을 표현할 것을 조언받는다. 주말에 영화를 보라는 등의 구체적인 조언을 듣고 남편이 실천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나아졌다. 그런데 더 큰 변화는 남편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삶의 주인으로 영접해 전혀 다른 태도로 아내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님을 마음에 모신다는 것은 우리가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 채 교제해 온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관심을 받아들이는 것이기도 하다. 친구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하나님께 마음을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90쪽)

이전에는 서로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함께 살아가긴 했어도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음은 멀리 떨어져 있던 관계가 본질적으로 변한 것인데, 지은이는 이를 영적인 경험이라고 표현한다.

“많은 것을 이해하고 배울 수는 있다. 그렇지만 이해에 이르는 열쇠는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인생의 비결인 이 이해의 열쇠를 발견하는 것, 이것은 하나의 내적인 경험이며, 발견이요, 회심이다.” (95쪽)

끝으로 지은이는 부부관계와 신앙과 관련해서 남자/남편들이 자기의 진정한 감정을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곳이 바로 종교적인 영역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매우 종교적인 여자/부인들이 교리와 같은 장벽들을 세우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믿음이 생활에 변화를 가져오고 삶이 변화되게 하려면, 신앙과 생활을 조화시키라고 말한다.

“어떻게 두 사람이 연합하여 한 몸이 될 수 있는가? 그것은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기보다는 어떤 인격의 사람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 방법의 문제라기보다 태도의 문제라는 말이다. 우리는 우리를 그곳으로 인도해 달라고, 우리에게 그 길을 보여 달라고, 주님이 친히 이 완전한 연합에 이를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할 수 있다. 하나님의 계획에 따르면, 두 사람이 인격적으로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루는 것이 결혼의 경험이 되어야 마땅한 것이다.” (100쪽)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지니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 (야고보서 1:19).

‘서로를 이해하기 위하여’우리는 자신의 말을 좀 줄이고 상대방의 말을 좀 더 들어 보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