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국  / 삼성출판사

“의사의 한계는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고 해서 의사가 흔들리고 약해진다면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가 없다. 최선을 다해 치료하며 한계를 인정하는 것. 그게 바로 의사가 냉정하고 이성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의사들은 기적을 믿는다. 의학이 스스로 한계를 인정하는 바로 그 순간 때때로 의학교과서에는 절대 나오지 않는 기적을 목격한다. 기적의 또 다른 이름은 ‘간절함’이다.”
“보존 법칙은 에너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사랑에도 보존 법칙이 있다. 한 번 시작된 사랑은 다른 대상으로 옮겨 가도 그 총량이 변하지 않는다. 입양된 아이가 자라 또 다른 아이를 입양해 가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누군가는 배 아파 낳은 자식을 장애아라며 내버리지만, 또 누군가는 그 아이를 입양해 배 아파 낳은 자식보다 더 정성스럽게 키운다.”“찰리 채플린은 말했다. 인생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인생을 너무 집요하게 들여다 보면 비관적인 사람, 관조하면 냉소적인 사람이 된다. 인생을 보는 적당한 거리를 아는 것, 그게 바로 현명함이 아닐까.”“‘버려진 아이’와 ‘발견된 아이’의 차이는 엄청나다. 버려진 아이들은 슬프지만 발견된 아이들은 희망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입양 서류에 ‘어디어디에서 발견되었음’이라 쓴다.”“내 손으로 서명한 사망진단서의 이름들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불행한 출생과 때이른 죽음, 한없이 가여운 어린 삶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고 이 모두가 어른의 잘못이라는 걸 우리가 뼈저리게 깨닫게 하소서.”“장신구 살 돈으로 부모 잃은 아이들 입에 들어갈 딸기를 사고, 생활비를 아껴 아픈 아이들 약값 대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을 가꾸지 않으면 더욱 아름다워지고 남을 위해 아끼지 않으면 더욱 귀해진다는 걸 그들의 삶을 통해 배운다.”(본문 중에서)
인용한 글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책은 필자 자신의 이야기이기보다 동고동락했던 고아, 입양아, 입양 부모, 병원 동료,  아름다운 도우미들의 이야기이며 그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라는 부제가 달려 있다. 조병국은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 전 원장이다. 의료 시설이 부족했던 시절에 두 명의 동생을 잃고 한국 전쟁 중에 버려진 아이들을 보며 의과대 진학을 결심했다고 한다. 1958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63년에 소아과 의사 자격증을 획득했다. 시립아동병원,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에서 근무하며 50년 동안 버려진 아이들, 입양아들과 함께 했다. 1993년 정년 퇴임했으나 후임자가 없어 전 원장이란 직함으로 진료해 오다가 2008년 10월 건강상의 이유로 퇴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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