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와 줄리는 내가 가르치고 있는 주일학교 유치부 학생 중 유일한 자매이다. 말리의 엄마는 주일 아침마다 말리의 셋째 동생을 유모차에 태우고 두 딸을 유치부 교실로 데리고 온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셋이지만, 말리의 엄마는 항상 주일학교 시작 시간에 맞추어 아이들을 챙겨 유치부 교실로 데리고 온다.

그런데 오늘은 말리의 엄마가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 대신 영어권 담당 목사인 말리의 아빠가 두 딸을 데리고 왔다. 한 주일만에 만나면 으레 나누는 인사가 오고 간 다음, 아이들을 데리고 오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지난 밤에 말리의 막내 동생이 밤새  열이 나고 토하고 아팠다는 것이다.

“아, 그러면 말리 엄마는 괜찮은가요? 몸도 무거울 텐데요?”
말리 아빠가 짐짓 ‘무엇을 알고 있느냐’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 아십니까?”
그는 무엇을 알고 있느냐고 묻는 대신에 그냥 아느냐고 물었다.
“네, 한 두어 주 전에 말리가 아주 기쁜 소식이라며 알려 주던데요?”

나도 벌써 다 아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아, 말리가 벌써 말했군요. 말리 엄마는 괜찮습니다. 워낙 건강해서요. 이번 가을부터는 학교로 돌아가 다시 교편을 잡기로 했어요.”
“어머, 그래요? 너무 잘 되었네요!”
말리 엄마는 선생님이었다.

“정말 축하드려요! 하나님께서 사이먼 목사님댁을 많이 축복하시는군요.” 나의 진심 어린 축하 인사에 말리 아빠의 얼굴이 잠시 홍조를 띠었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우리 보고 제 정신이냐고 놀리기도 해요.”

원 세상에, 생각 없는 사람들이 무슨 말인들 못하랴 싶었다. 실은 얼마 전 말리가 반 아이들 앞에서 싱글벙글하면서 “우리 엄마가 아기를 가졌어요(My Mom has a baby)!”라고 자랑스레 말했다. 그래서 나와 우리 반 어린 친구들 모두가 함께 축하해 주었다.

우리 유치반에는 말리 자매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외동아들 아니면 외동딸이다. 아이를 하나만 가지는 것이 요즈음 젊은 부모들의 추세인 것 같다. 그 이유는 하나같이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라 한다. 하기야 지난 몇 년 동안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젊은 그리스도인 부모들이 어떤 자세로 당면한 현실 문제를 바라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말 할 필요 없이 두 아이를 키우면 두 배의 돈이 든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극히 세상적인 계산법이다. 하나님의 계산법을 감히 우리가 다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의 무한하신 능력만은 인정해 드려야 할 것이다. 젊은 그리스도인 부모들 마음에 오늘도 살아 계셔서 일하시는, 능력의 하나님을 의지하는 믿음이 있다면, 아이를 키우는 동안 지고 가야 하는 짐의 무게가 훨씬 가벼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예수님을 모르고 살았던 우리의 옛 어른들도 아기가 태어나는 것은 세상을 주관하시는 어떤 조물주가 주시는 것이라 믿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옛날 어른들은 며느리나 딸이 임신하면 “제 먹을 것은 제가 타고 난다”는 속담을 믿고 의지하면서, 힘겨운 살림살이 중에도 자녀들을 많이 낳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다른 방법이 없기는 했겠지만 말이다.

자녀를 많이 둔 미국 가정 중에는 그리스도인 가정이 대부분인 것 같다. 아마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겨 드리고 의지하는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께서 주시는 대로 받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녀를 많이 주시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축복 중의 축복임이 틀림 없다고 믿는다.

하나님께서 이런 축복을 우리에게 주실 때, 무엇보다 먼저 부모의 반응을 보실 것이다. 창조주 되신 하나님께서 하나님 자신의 아이를 손수 키우신다는 믿음이 부모에게 있는지 보실 것이다. 그 아이가 다 자라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이끌어 갈 수 있을 때까지 하나님께서 반드시 책임지시고 키워 주신 것에 대한 믿음말이다.

이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보호자이신 하나님께서 모든 그리스도인 부모들의 삶 속에 함께 계시다는 것을 깨닫고 믿는다면 그것은 정말 신나는 일이다. 어려울 때에 특히 하나님 자신이 친히 그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힘이 되어 주신다는 희망과 확신이 있으면, 자녀를 많이 가지는 것은 축복이 될 것이다. 사람의 생각으로 먼저 계산하고 걱정을 앞세우기보다, 하나님께서 주실 때에 감사한 마음으로 받으면 그 가정에 하나님께서 모든 필요를 넉넉하게 채워 주실 것이다. 그것이 곧 순종의 자세이고 축복을 받는 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이먼 목사님 가정에 넷째 아기를 선물로 주시는 하나님께서 그 가정에 필요한 모든 것을 풍성하세 채워 주시시라 믿는다. 더 나아가서 예수님의 제자들을 양육하는 목회 사역을 위하여 불 같은 영성을 더하여 주실 것을 믿고 기대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새로운 동생을 보게 된 말리에게 우리 모두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말리, 정말 축하해!” (필자 주 : 이름은 가명을 사용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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