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영(오하이오)

저는 당신을 많이는 모릅니다. 당신이 중환자실에 누워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며칠 전에 보았던 당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기도 가운데 주님께선 당신을 향한 애통함과 위로의 마음을 느끼게 해주셨습니다.
어려서부터 영특했다던 당신, 노래를 잘 불렀다던 당신이 동생들을 보살피고 교육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했다는 말을 동생 장로님으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그제야 비로소 주님께서 당신을 향한 애통함과 위로의 맘을 주신 까닭을 알았습니다.

어려운 중에도 동생을 향한 사랑으로 앞뒤 돌아보지 않고 열심히 살았을 당신을 그려봅니다. 이제 동생들이 교수와 전문가와 사업가로 성장하고 각각 가정도 꾸려 자리잡고 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흐뭇해했을 당신을 그려봅니다. 주님을 향한 열정과 찬양을 통한 주님의 영광을 위해 지금껏 달려왔을 당신을 그려봅니다.
한편 젊은 시절의 당신 꿈을 포기하고 외롭게 살아 왔을 당신을 그려봅니다. 가정과 일터에서 열심히 사는 동생들에 대한 감사의 뒤안에는 허전함도 자리했겠지요. 그런 중에 초대받지 않은 질병이란 손님이 당신의 몸에 찾아들었겠지요. 당신은 질병의 고통도 혼자서만 지려고 했겠지요.

아버지는 자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시고, 성장을 바라보며 기뻐하시지만, 사람의 타락을 보며 슬퍼하시고, 품을 떠나버려 외로워하십니다. 이제 이 세상에선 만날 수 없는 당신의 마음을 알려주신 주님, 처절한 고독과 고통 중에 십자가를 지신 주님을 묵상하면서 저는 잠시 동안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방황했습니다.
당신을 통해 주님이 보여준 사람들, 그동안 별 관심없이 지나쳐온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족이나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자고 국제결혼을 선택한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분들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진정한 사랑을 나누지 못했던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당신을 통해 주님이 주신 아픔은 이제라도 우리 모두가 함께 이웃이 되어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깊이 되새겨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사랑을 마음껏 퍼붓지도 못합니다. 서로의 공허함을 그득 채워주지도 못합니다. 그러나 주 예수 그리스도와의 만남과, 주님 안에서의 교제와 사랑을 통해 진정한 삶, 소망과 감사의 삶을 함께 나누며 살아갈 수 있기를 기도하며 다짐해 봅니다.
이제 편히 쉬십시오. 더 이상 외로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른 나이에 갑자기 떠난 당신으로 인해 눈물 흘리고 방황한 것은 우리 안에 들어 있는 ‘정’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찬양이 영원히 끊이지 않는 곳, 아픔이나 고통이 없는 곳으로 먼저 떠나심을, 나보다 먼저 당신을 주님께서 데려가심을 이제는 감사하렵니다. 울고 아파하느니 감사하렵니다.

사람의 생각과 주님의 계획은 분명 다르기에, 당신에 대한 그리움이나 애달픔, 슬픔, 눈물, 아쉬움 모두를 감사의 기도로 바치겠습니다. 당신을 이어 찬양하고 복음을 전하면서 열심히 뛰렵니다. 주님의 기쁜 잔치에 참여하기 위해 열심히 뛰렵니다.
당신의 사랑과 희생을 기억하고 기리면서 한 마음으로 우리 모두가 뭉쳐 주님의 피 묻은 복음의 증거자가 될 수 있기를 기도하렵니다. 당신은 우리들보다 먼저 갔지만, 당신의 희생이 뿌려놓은 수많은 씨앗들은 아름답게 열매를 맺을 것이며 주님께 영광이 될 것입니다.
(사랑 교회 홍경자 권사의 죽음을 애도하며 쓴 고별 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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