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istry Philosophy 4

“가장 안 변하는 것이 목사가 되어 목회를 하고 난 이후입니다. 왜냐하면 목사가 되어 목회 현장을 가지고 나면 자기를 부인하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이제껏 함께 자라서 굳을 대로 굳어진 자신의 목회 현장 자체를 부인해야 하는 부담을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6장 영적 준비, 250쪽)

오늘 네번째 시리즈에서 소개하는『자네, 정말 그 길을 가려나』(두란노 펴냄, 김남준 지음)에선 두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로, 결혼 예비학교가‘우리는 짝이 아니구나!’하는 깨달음을 주어 때로는 커플들을 헤어지게 만들듯이, ‘내 길은 목회가 아니구나!’하고 깨달아 미리 정리할 수 있게 해주는가 하면, 더 치열하게 목회에 임하도록 만드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찰스 스펄전은 목회 사역의 소명에 관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회자로서의 소명을 느끼십니까? 피할 수 있는 데까지 피해 보십시오. 그것이 가능한 한 소명이 아닙니다.’거룩한 소명을 느끼지 못한 사람이 외로운 광야에서 한 사람을 준비하시는 하나님의 영적인 수련을 어떻게 감당하겠습니까? 영광스러운 목회 사역을 위한 소명은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과의 관계에서 확인해야 할 사항입니다.”(1장, 32쪽)

둘째로, 세례 요한을 목회의 모델로 삼은 점이다. 세례 요한이 광야에서 어떻게 준비되었는지를 알려 주는 “아이가 자라며 심령이 강하여지며 이스라엘에게 나타나는 날까지 빈 들에 있으니라”(누가복음 1:80)는 말씀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목회자의 길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제시한다.

예수님처럼 목회해야 한다고 다들 말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우리의 이상적인 모습은 될지언정 우리가 그 모습 그대로일 수는 없다. 어떻게 인간이 하나님의 모습이 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세례 요한이라면 조금이나마 따라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평소에 해보았는데 이 책이 체계적으로 잘 말해 주고 있다.

“아이가...”: 그 한 사람

“사람들은 방법을 찾아다니지만 하나님은 한 사람을 찾으십니다. 하나님은 방법을 사용하셔서 역사를 움직이시는 것이 아니라, 준비된 사람을 사용하시어 역사를 움직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세상을 움직일 야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을 통하여 역사를 바꾸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에 의하여 사로잡힌 바 된 사람들을 통해 당신의 일들을 성취하십니다.” (1장, 22쪽)

지은이는 하나님을 섬기면서 새로운 물건이 나올 때마다 가치가 떨어지는 ‘상품’이 아니라, 세월이 흘러갈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작품’으로서의 삶을 살라고 제안한다. 바로 세례 요한의 삶이 그러했는데, 외롭지 않은 다수보다 고독한 소수가 되는 삶이었고, 비록 ‘한 사람’으로 살았지만 하나님이 함께 하심으로 다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육체적 준비 : 건강과 순결

“우리가 죽을 때까지 한결같이 하나님 앞에 수고해야 하지만 어떤 특별한 때에는 건강에 대한 배려를 무시하면서까지라도 우리의 육체의 힘을 모두 쏟아부어야 하는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진한 땀과 뜨거운 눈물과 용솟음치는 붉은 피를 요구할 때 자신을 쏟아붓지 못하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2장, 39쪽)

지은이는 교회사를 돌아보며 한 시대의 위대한 영적 지도자들이 의외로 단명한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존 웨슬리같이 특이하게 장수한 사역자들도 있었지만, 마틴 루터, 존 칼빈, 찰스 스펄전 같은 분들은 50대 초중반 한창 때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것이다.

요즘은 육체적 건강을 중시하는데, 하나님 계시는 성전으로서의 몸이기에 바람직한 현상이나 건강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역설한다. 건강은 우리의 몸을 위해 있고, 우리의 몸은 복음 사역을 위해 있고, 우리의 복음 사역은 그리스도를 위해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건강을 보존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위한 보존이냐는 것이다. 좀 지나친 주장으로 들릴 수 있지만, 육체적 준비 또한 목회 사역에 중요하다는 강조로 이해할 수 있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모두 진실한 사역자는 아니지만, 게으르고도 진실한 목회자를 저는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목회 사역을 위해 육체적 건강이 준비되지 않은 사람은 타의에 의해서라도 몸을 아끼는 목회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2장, 43쪽)

지성적 준비 : 성경과 학문

지성적 준비와 관련해 두 가지 극단적 사고가 있는데, 목회 사역에 능력만 받으면 지식적인 준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과 지식을 잘 갖추면 복음 사역에서 유능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교회사에서는 ‘잘못된 열광주의를 동반한 인위적인 부흥 운동’과 ‘영적인 능력을 상실한 차가운 지성주의’로 나타났다고 예를 든 지은이는 성경 자체에 대한 지식이 성경에 관한 지식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우선 성경 자체에 대한 지식이 신학교를 다니는 동안 깊이 있게 축적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학 공부가 성경 자체를 아는 지식을 대신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말씀으로 하나님을 섬기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은 책의 사람 (a man of books)” 이 되기에 앞서 “한 책의 사람 (a man of one Book)” 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한 책’은 바로 성경입니다.” (3장, 69쪽)

인격적 준비 : 성품과 생활

“따라서 지도자의 길을 걷는 사람들은 개인적이고 은밀한 생활에 있어서의 온전함은 물론이거니와 각별히 공개적이고 소문이 나는 부도덕과 범죄로 복음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한 사람의 사역자의 인격적인 준비와 필연적으로 관계되는 것입니다.”(4장, 114쪽)
직위가 올라가면서 과거의 잘못이 문제되어 더 나아가지 못하는 공직자들을 보곤 한다. 청문회와 같은 과정을 통해 과거의 관행적 잘못, 또는 숨겨진 개인의 잘못이 드러나 문제가 되는 것이다. 하물며 목회자에게는 더 높은 잣대가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기다림의 미학: 심령과 능력

“방법으로 성공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방법과 광고를 통해 사람들에게 자기를 알리지만, 한 시대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의 음성을 들려줄 수 있는 영적인 지도자는 자기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하나님 때문에 유명해진 사람들이었습니다.” (7장, 263쪽)

오늘날에는 교인 수 곧 교회 크기가 목회의 중요한 기준이 되어 있다. 가난하게 목회하던 시절을 지나 먹고 사는 것이 해결되니까 이제는 유명세를 추구하는 것이다.

영적 준비 : 심령과 능력

“저는 주위에서 목사가 되고 난 후에 하나님을 만나고 놀라운 영적 변화를 경험하게 된 사람들을 거의 만나 보지 못하였습니다. 물론 어떤 동기에서 목회 철학의 변화를 경험하거나, 사역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 목회 방법을 바꾸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만, 세례 요한처럼 목사 자신의 영적 변화를 통하여 사람 자체가 바뀌었기 때문에 목회가 바뀐 사람들을 거의 만나 보지 못했습니다.” (6장, 250쪽) 

교인들에게는 변하라고 하면서 정작 가장 변하지 않는 목회자가 내 모습은 아닐까? 오늘도 그저 무릎 꿇고 “주 예수 그리스도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이 죄인을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기도하면서 성령님의 도움을 구할 뿐이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