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의 이름 뒤에 반드시 칭호를 붙이는 것이 우리 한인 교회의 특징이다. 목사님, 장로님, 집사님, 권사님 등 꼭 칭호를 붙여서 부르고 있다. 이는 한국의 유교적인 계층 사회의 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 평등 사상의 기독교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존칭을 붙이는 관습을 버리기가 그리 쉽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이것이 우리 교인 형제 자매 사이에 자연스럽고 순수한 우정을 형성하는 데 커다란 방해 요소가 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973년, 필자는 레지던트 수련을 마치고 카운티 소재지인 하우월(Howell)에서 30대에 의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 당시 미국인 장로교회에 다녔는데, 그 교회의 담임은 60대의 점잖은 윌리엄 존스 목사였다. 다른 젊은 교인들은 그를 “빌(Bill, William의 약칭)!”이라고 쉽게 불렀지만, 나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어서 항상 “Rev. Jones(존스 목사님)!”이라 불렀고, 그는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Dr. Park(박 의사님)!”이라 대꾸했다. 1년이 지나서야 나는 큰 마음 먹고 다른 사람들처럼 “Bill!”하고 부를 수 있었다. 그랬더니 그는 희색이 만면하여 “Yong!”이라고 화답하는 거였다. 그때의 일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얼마나 다정한 느낌이 들었는지 모른다.

이런 분위기가 초대교회의 참 모습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초대 교회에서는 하나님 외에는 모두가 형제 자매의 관계였다고 한다. 양반과 상놈을 가르는 유교적 계급 사회는 하나님 나라의 모습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진정한 형제 자매의 관계를 맺으려면, 고유한 이름(first name)을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바람직하지 않을까? 나 자신도 휴무 장로이지만, 문화를 바꾼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 줄 알기에 안타깝기만 하다.

다음 세대 언젠가 우리 한인 교회에서도 거추장스러운 호칭(존칭)들이 사라지고 자연스럽고 다정하게 고유한 이름을 서로 불러 줄 때가 오길 바란다. 그때 지상에 하나님 나라의 참다운 모형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한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