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심리

오늘 영화 제목에도 언급된“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이라는 영어 속담은 ‘어둠 속 한 줄기 빛’, 좀더 은유적으로는 ‘먹구름도 뒷쪽은 은빛으로 빛난다’ 라고 번역하는데, ‘사랑의 줄’로 의역해 보았다. 또“Excelsior”라는 말이 영화 중간에 나오는데 ‘더욱 더 높게’를 뜻하는 단어로, 미국 뉴욕 주의 슬로건이자 영화 속 주인공이 좋아하는 말이다. 그래서 이번 호에 소개하는 영화는 소위 루저의 삶을 사는 남녀가 서로 사랑이라는 한 줄기 희망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시작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남자는 집에 들어갔다가 아내가 같은 학교 선생과 바람난 것을 목격하고, 상대를 그야말로 초죽음이 되도록 팬다. 이후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정신병원에서 8개월간 치료를 받은 후, 어머니의 도움으로 자신이 살던 펜실베니아 주의 필라델피아로 겨우 돌아온다. 아내는 떠났고, 남자는 은퇴한 부모와 살게 된다. 아내는 남자가 찾아오지 못하게 접근 명령 금지까지 법원으로부터 받아낸 상황이다.

아내가 바람 피웠을 때 틀어놓은 자신들의 결혼식 노래가 귓가를 맴돌기도 하고, 실제로 그 음악이 들리면 남자는 그야말로 정신이 나간다. 일종의 보호 관찰로 나왔기에 심리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데, 상담소 대기실에 있을 때 그 음악이 우연히 흘러나오자 남자는 집기를 부수고 야단이다. 상담을 잘 받고 정상 판정을 받아야 하건만 갈 길이 먼 것이다. 남자는 기분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일종의 조울증에 분노까지 있는 상태를 보인다.

남자는 한밤중에 자신의 결혼 앨범을 찾아내라고 부모 침실에 들어가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헤밍웨이의 소설은 왜 다 비극적이냐고 화를 내며 책을 집어던져 유리창이 깨지는 일도 벌어진다. 남자가 계속해서 소리를 지르고 야단하니 이웃집 불들이 켜지고 결국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한다.

영화의 전환은 남자가 친구를 통해 주인공 여자를 소개받는 데서 시작한다. 여자의 사연 또한 기구하다. 젊은 나이에 남편은 사고로 먼저 죽고, 상실감과 우울증으로 직장 여러 남성들과 관계를 맺다가 해고를 당했다. 그런 여자가 첫 만남부터 남자에게 집에 바래다 달라고 하지를 않나 노골적으로 관계를 맺자고 요구해 온다.

하루는 남자가 쓰레기 수거용 검정 비닐을 뒤집어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조깅을 하는데 여자가 갑자기 나타나 동행한다. 남자는 여전히 여자의 출현을 달가워하지 않지만, 여자는 전처에게 편지를 전해 주는 메신저 역할을 맡으며 만남을 이어간다. 대신에 댄스 경연대회에 나갈 때 파트너가 되어 달라고 요구한다. 서로 다른 동기에서 출발했지만 일종의 댄스 세라피였을까? 춤을 추면서 남자와 여자의 삶에 활력이 생기고, 만남도 조금씩 진전된다.

이쯤에서 영화의 또 다른 메시지가 부모의 모습을 통해 나온다. 장성한 아들을 뒷바라지하는 어머니에 비해 아버지는 좀 독특하다. 풋볼과 같은 스포츠 도박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TV로 스포츠 중계를 볼 때에는 탁자 위에 리모컨을 놓는 고정 각도가 있다. TV 볼 때 사용하는 고정 손수건도 있다. 결정적인 징크스는 아들이 자신과 같이 경기를 보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이긴다고 믿는 것이다. 아들만 정신적인 문제를 가진 것이 아니라, 아버지도 괴짜이다.  과연 누가 정상이고 누가 문제인지 함부로 단정할 수 없다는 걸 암시하는 장면들이다.

하루는 필라델피아 이글스팀에 내기를 걸었는데 아들과 함께 구경했는데도 큰 돈을 잃게 되자 아버지는 낙담한다. 게다가 경기장에 갔던 아들이 시비에 휘말려 경찰서에 잡혀갔다가 돌아온다. 홧김에 아버지는 평소 맘에 안 들었던 아들의 새 여자 친구에게 모든 화살을 돌리는데 여자는 당차게 반박한다. 몇날 몇일 우리 둘이 함께 있을 때 이글스가 이기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가만히 돌이켜보니 둘이 함께 있을 때 계속 경기를 이겼다. 평소의 편견이 깨지는 장면이다.

아버지가 다시 내기를 건다. 아들이 댄스 경연대회에 나가 10점 만점에 5점 이상 받으면 남자가 이기는 내기를 하자는 것이다. 남자는 전처를 만나기 위해 그저 춤추는 것이고 자신의 춤 실력을 아는지라 거절하다가 마지못해 동의한다. 어렵게 시작한 댄스 연습을 그만두려고도 하고, 막상 당일에 가지 않으려는 남자에게 전처가 올 거라고 겨우 대회로 끌어내는 우여곡절이 이어진다. 이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남자와 여자가 댄스경연대회에 참가하던 날 풋볼 경기도 이기고, 댄스 심사에서도 5점 이상을 받는다. 그리고, 남자가 전처에게 인사하는 것을 보고 상심해서 밖으로 나간 여자 친구를 쫓아가 남자가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으로 새 출발을 예고한다.

“내가 사람의 줄 곧 사랑의 줄로 그들을 이끌었고 그들에게 대하여 그 목에서 멍에를 벗기는 자 같이 되었으며 그들 앞에 먹을 것을 두었노라”(호세아 11:4).

호세아가 음란한 여성 고멜과 결혼한 것은 우상 숭배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하나님이 외면하지 않으시고, 사랑의 줄로 받으신 것과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가 한 줄기 희망, 사랑의 줄(silver lining)이 되는 것은 어떨까? 더 활기차게 사는 삶(Excelsior)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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