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날 한 시에 이 세상을 떠나기로 약속하고 사는 부부도 있다지만, 두 사람중 한 사람이 하늘 나라로 먼저 가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긴다. 배우자뿐 아니라 가까운 가족 즉 부모, 자녀를 먼저 하늘 나라로 보내는 일 역시 우리 모두 다 겪는데, 그 상실을 잘 극복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영화 ‘Heaven is Waiting’이 바로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다.

지난 호에 소개한‘Silver Linings Playbook 사랑의 줄’에서는 남편을 먼저 보낸 여성이 다른 사람들과 무분별하게 성관계를 하는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면, 이번 호에 소개하는 영화에서는 아내를 먼저 보낸 남성이 잊지 못하고 아내에게 계속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반 영화가 아니라기독교 영화사에서 제작한 것이고 신앙인임에도 불구하고 상실 극복이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 준다.    

영화는 젊고 멋있는, 나중에 알고 보니 사업도 성공해 소위 잘 나가는 한 남성이 어느 무덤 앞에 꽃을 들고 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3년 전 암으로 이 세상을 먼저 떠난, 사랑하는 아내의 무덤이다. 미모의 여성이 남성 옆에 다가와 대화를 나누어서 보는 이를 헷갈리게 만드는데, 그녀는 바로 하늘 나라로 먼저 간 아내이다.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죽은 아내와 대화를 나누는 형식, 죽은 사람이 나타나는 모습이 성경적인가 하는 의문이 들어 좀 아쉬운 설정이라고 생각했지만,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정도로 넘어가기로 했다.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어쩌면 가족 상실 후 극복을 잘 못한 경우를 보여 주는 것이리라. 죽은 사람이 내 마음에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실제로 지배까지 하는 경우를 묘사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겠다. 

남성에게는 대학생 딸이 있는데, 캠퍼스에서 친구를 데리고 집으로 온다! 아버지에게 통보 반 허가 반의 연락을 한다. 딩동! 초인종이 울리고 딸을 맞이한 아버지가 현관문을 닫자, 딸이 “친구가 있지 않느냐?”고 해서 다시 문을 연다. 그런데 웬 남학생이 짐을 들고 서 있다. 아버지는 순간 문을 닫아버린다. 으레 여자 친구겠거니! 했던 것이다. 

전혀 예기치 못했던 딸의 남자 친구를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는 ‘영 아니올시다!’이다. 전공을 물었다가 철학과 역사를 공부한다는 말에 냉소적으로 반응하지를 않나, 딸과 친구가 아래층에 내려가 영화를 보는데 뭔 일이 생길까봐 개를 내려보내 방해하기도 한다. 사실 결혼 적령기의 자녀를 둔 많은 부모들의 고민을 보여 주는 장면이다. 더욱이 남성은 독신으로 평생 살 생각이고, 하나밖에 없는 딸과 오래 함께 지내고 싶은데 눈 앞에 딸의 남자 친구가 등장한 것이다.

한편 아버지는 조깅하다가 최근에 이웃의 한 싱글 여성을  알게 된다. 딸은 컴퓨터로 구혼자 정보를 보여 주며 “이 여자는 어떠냐? 저 여자는 어떠냐?”며 재혼할 것을 권하는데 아버지는 영 관심이 없다. 오히려 딸의 남자 친구를 견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세 사람이 함께 거리에 나섰다가 아버지와 딸 커플이 따로 시간을 갖게 된다. 얼마 후 길 건너편에서 두 사람이 바에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고는 달려가서 “미성년자를 출입하게 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며 주인에게 마구 화를 내는데, 아뿔싸! 딸 커플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비슷한 옷을 입은  딴 사람들이다. 결국 경찰에 의해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딸은 아버지에게 엄마를 보낸 지 3년이나 되었으니, 더 이상 혼자 살지 말고 데이트를 시작하라고 권하지만 아버지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딸의 남자 친구의 뒷조사까지 한다. 곧 의대에 진학한다는 말을 기억하고 하바드 대학교에 전화하는데 그런 사람이 없다는 응답을 받는다. 그 즉시 딸에게 달려가 남자 친구가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고 충고한다. 그런데 알고보니 예일대에 진학한다고 말한 것을 아버지가 착각해서 엉뚱한 곳에 전화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딸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 왜곡되고 엉뚱한 일을 벌이게 만든 것이다. 

계속 이렇게 살 수는 없는 법. 영화의 반전은 죽은 아내가 남성에게 조언을 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계속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사랑하는 딸을 잃게 된다. 이제 그만 다른 여성을 만나라!”는 아내의 조언을 받아들여 남성은 이웃의 싱글 여성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이 옷 저 옷 입어보고, 헤어 스타일을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뭔가 남성의 삶에 변화가 시작된다. 이웃 여성도 사실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었지만 이 남성에게 더 끌린다. 식사를 하고, 야외로 나가고, 남성이 꽃을 보내고 둘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동시에 아버지의 방해로 위기를 맞았던 딸과 남자 친구의 관계도 조금씩 회복된다. 딸과 남자 친구가 드라이브하다가 타이어에 펑크가 나는데 아버지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한다. 현장에 아버지뿐 아니라  이웃 여성도 함께 나타나 이제 두 커플이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 모습이 상징적으로 나온다.  마지막으로 죽은 아내가 나타나 “딸의 결혼식에도, 딸이 아기를 낳아도 나타나지 않겠노라! 당신이 잘하리라 믿는다. 나를 보내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남성이 하늘을 바라보며 마침내 죽은 아내에게 작별을 고한다.  

“또 다른 사람에게 나를 따르라 하시니 그가 이르되 나로 먼저 가서 내 아버지를 장사하게 허락하옵소서 이르시되 죽은 자들로 자기의 죽은 자들을 장사하게 하고 너는 가서 하나님의 나라를 전파하라 하시고”(누가 9:59, 60). 

내 가족 중에 누군가 먼저 하늘 나라로 가면 어떻게 상실을 극복할까? 영화에서는 3년 걸렸는데 나라면 얼마나 걸릴까? 이 영화는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Grieving process)을 잘 거쳐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사실 신앙인에게 죽음은 절망과 끝이 아니요, 천국의 시작이지 않은가? 나아가 이 땅에 남아 있는 자에게는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는 더 큰 사명이 있지 않은가? 가족이나 친지를 상실한 많은 분들에게 하나님의 위로를 넘어 천국을 바라보는 소망(Heaven is waiting)을 기대한다. 

TEL : 224-622-9183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