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덴마크의 철학자이자 신학자, 그리고 실존주의의 선구자로 알려진 쇠렌 키르케고르(Søren Kierkegaard)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기도는 하나님을 바꾸지 않는다. 기도하는 사람을 바꿀 뿐이다.” 참 그럴 듯하게 들리는 말이지요? 그런데 이 말의 절반은 맞고, 나머지 절반은 틀린 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작정하신 뜻을 바꾸기도 하십니다.

남 유다의 히스기야 왕은 이사야 선지자를 통하여 곧 죽게 될 것이라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달받습니다. 그러나 히스기야는 하나님 앞에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켜 달라고 얼굴을 벽으로 향한 채 통곡하며 기도합니다. 그때 하나님은 히스기야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의 생명을 15년 더 연장해 주십니다(사 38:1-8; 왕하 20:1-11). 히스기야를 바로 데려가시겠다는 뜻을 하나님께서 바꾸신 겁니다.

15년의 생명을 연장받은 히스기야가 그 기간에 아들을 낳는데, 므낫세입니다. 히스기야가 죽은 후, 어린 므낫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지만, 부왕 히스기야와 다르게 하나님을 떠나 악을 저지르는 사악한 왕이 됩니다. 역대하 33장 9절은 그런 그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유다와 예루살렘 주민이 므낫세의 꾀임을 받고 악을 행한 것이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자손 앞에서 멸하신 모든 나라보다 더욱 심하였더라.” 하나님께서는 이런 므낫세를 가만두지 않으셨습니다. 앗수르의 포로가 되게 하셔서 바벨론 지역으로 끌려가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포로로 끌려간 후 그제야 하나님을 깨닫고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므낫세의 기도를 들으신 하나님은 다시 그를 유다로 돌아오게 하신 후, 왕으로 복귀시켜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사악한 므낫세의 기도를 들으시고 그를 완전히 멸하시려던 뜻을 바꾸신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모든 기도가 100% 그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뜻과 우리의 뜻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성경 곳곳에서 우리가 하나님께 매달리고 또 매달리는 기도를 해야 한다고 말씀합니다(눅 18:1-8; 마 7:7-11). 뿐만 아니라, 예수님 스스로도 하나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아셨지만, 십자가를 져야 하는 죽음의 잔을 옮기실 수 있으면 옮겨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올려 드리는 기도가 그대로 이루어질지에 대한 결정의 여부는 하나님께 있습니다. 기도 응답에 대한 주권은 전적으로 하나님께 속한 부분이기에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끊임없이 기도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 때문입니다. 첫째, 우리의 고집스런 기도가 진정한 변화를 갈망하는 증거로 하나님께 올려지기 때문입니다. 둘째,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고집스런 기도를 영적인 성장을 위해 갖추어야 하는 전제조건으로 보시기 때문입니다. 셋째, 기도 응답의 여부에 상관없이 끈질기게 하는 기도는 하나님과의 지속적인 연대감을 갖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복음서를 읽다가 보면, 끊임없이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세례를 받으신 직후에 기도하셨습니다(눅 3:21). 사역 중, 특히 새벽에 기도의 시간을 가지셨습니다(막 1:35). 제자들에게 직접 기도를 가르치셨습니다(마 6:9-13). 틈틈이 기도의 시간을 가지셨습니다(막 6:46; 눅 11:1). 밤이 새도록 철야하며 기도하셨습니다(눅 6:12). 제자들에게 항상 깨어 기도하기를 게을리하지 말라고 강조하셨습니다(눅 22:36). 기도하실 때에는 특히 심한 통곡과 눈물로 간구와 소원을 하나님께 올려 드렸습니다(히 5:7).

예수님께서 부활하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하늘로 가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내게서 들은 바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기다리라”(행 1:4). 이 말씀을 들은 약 120여 명의 성도들은 예루살렘에 남아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것을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냥 기다린 것이 아니라, 기도하며 기다렸습니다(행 1:12-14).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기도하던 그들에게 성령을 급하고 강한 바람처럼, 불의 혀같이 갈라지는 것처럼 임하게 하셨습니다. 오순절 성령강림역사의 현장입니다. 오순절 성령강림은 기도하는 성도들 가운데 임한 약속의 성취였습니다.

기도는 기도하는 우리를 변화시키고, 기도를 들으시는 하나님의 뜻을 움직입니다. 그리고 이 땅에서 기도의 삶을 사셨던 예수님을 닮게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기도는 성령의 역사를 체험하게 하고, 성령의 능력을 체험하게 합니다. 저를 비롯하여 이 글을 읽으시는 당신에게 현재의 위치와 삶의 형편이 어떠하든지 매일 매순간 기도의 역사와 능력을 체험하는 놀라운 일이 있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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