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거리, 입을 거리, 덮을 거리, 잠잘 거리, 놀 거리, 일거리 등의 우리말은 재미있고 참 좋은 말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좋은 ‘거리’들을 제게 허락해 주셨습니다.

금년 1월부터 Job Agent의 내 담당자에게 일거리를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했습니다. 그는 고용 회사에서 곧 일을 줄 것이라고 응답할 뿐이었습니다. 나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5월 말에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Job Agent의 담당자인 나단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물론이지!”기쁨으로 즉각 좋다고 하니 자세한 내용은 전자메일로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마음을 움직이시고 나를 기억하게 해주셨습니다. 이 일은 순전히 하나님의 은혜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내가 할 일은 새로운 일이 아니라 기존의 팀에 충원되는 것이며, 오후 3시부터 오후 11시까지가 근무 시간이라고 했습니다. 좋다고 답장하고, 소변검사와 신원조회를 5월에 다 마치고 드디어 6월 1일에 출근하였습니다.
작년 7월 후에 대격변이 있었는지 임시직원들은 모두 퇴사한 상태였고 조직도 많이 바뀌어 있었습니다. 2주일 동안의 훈련을 거쳐서 드디어 제2 근무조에 합류했습니다. 그곳의 정규 직원들은 작년에 이미 낯을 익혔기 때문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가운데 훈련을 즐겁게 받았습니다. 그들은 늘 내 나이를 궁금하게 여겼지만 적당히 60대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연금과 의료비용을 모두 부담하는 회사 정책 때문에 재직 연수가 대부분 25년 이상이었고 40세 이상 62세까지의 직원들도 상당히 많았는데, 그 정책이 바뀌어서 신입사원들에게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올해 68세가 된 나는 이미 연금을 받고 있지만 아직 움직일 수 있고 또... 하지만 나이가 많아서 회사가 요구하는 적정 품질과 수량의 제품을 만들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습니다. 조그만 PCB 보드에 라벨을 붙이고 컴퓨터를 통한 테스트를 한 후에, 내 이름의 이니셜을 찍고, 조그만 박스에 넣고, 다시 그 박스에 라벨을 붙여 큰 박스에 일정량을 넣어 회사가 요구하는 시간에 출고를 해야 합니다. 일일 목표량을 무사히 달성해 그런 걱정은 사라졌습니다.

우리 팀은 55세의 흑인과 독일계 혼혈 남자와 55세의 멕시코 여자, 그리고 45세의 커다란 수다쟁이인 멕시코 여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멕시코 여자는 작업 시작부터 집에 갈 시간까지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말을 겁니다. 그리고 29세인 베트남 청년도 있는데 이 친구는 끊임없이 여자 친구와 영상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두 여자와 반장은 정규직원으로 25년 이상 이 회사에서 일을 해왔다고 했습니다. 베트남 청년은 나처럼 임시 직원이지만 5개월째 일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나에게 모두 친절합니다. 한편 말 많은 여자의 그물에 걸리지 말라고 주의를 줍니다. 말 많은 사람을 big mouth라고 하더군요. 그녀는 소문난 big mouth입니다.

어제는 정규직원 둘 다 휴가를 갔기 때문에 베트남 청년과 나, 둘이서 일을 했습니다. 이 참에 한 번 나의 능력을 검증해 보자고 열심히 일한 결과 시간내에 3박스까지 만들었습니다. 이는 그들이 말하는 하루 목표의 절반 수준입니다. 우리 팀의 어느 누구도 시간내에 3박스까지 만든 사람은 없었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문제점을 보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일하는 동안 단전호흡과 항문 조이기를 합니다. 정신 집중과 건강 유지 그리고 지속적인 속도 유지를 위해서입니다. 이 운동법들은 책을 통하여 터득했습니다. 젊은이들에게 밀리지 않고 일정 속도를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그리고 늙어서 나는 몸 냄새 때문에 마음이 위축되어,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샤워를 합니다.

큰 돈이 없는 나는 마주치는 모든 홈리스들을 위해 25전짜리 동전을 늘 준비하고 있다가 1불씩 줍니다. 특히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려고 신호를 기다릴 때에는 어김없이 그들과 만나며, 그때마다그들에게 1불씩 줍니다. 차가 신호를 받아 떠나기 전에 주어야 하기에 나도 홈리스도 서로 바쁩니다. 어느날 좌회전하려고 서있다가 홈리스가 보여서 25전짜리 동전 4개를 창문을 열고 건네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동전을 받고 책 2권을 나에게 주는 거였습니다. 운전중이라 그 즉시 확인하지 못하고 목적지에 도착해 보니 한 권은 『Daily Bread』였고, 다른 한권은 『New Testament(GNT Version)』였습니다.

나는 지금 ‘American Bible Society’라는 단체를 통하여 성경책 보내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형편상 많은 돈을 보내지는 못하고 매월 10불씩 보내고 있는데 이는 성경 2권 값이라고 합니다. 그 단체에서 보내는 성경이 GNT(Good News Translation)입니다. 나도 그 성경을 그날 처음 보았습니다. 참으로 기분이 묘했습니다. 이후 직장에서 휴식 시간과 식사 시간에 짬을 내어 이 성경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생각할수록 인연이라는 것이 참 오묘합니다.

Job Agent의 담당자 이름이 나단이라고 앞에서 이야기했습니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은 그 이름이 익숙하지 않습니까? 이 이름은 구약과 신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다윗 왕 때에 다윗이 성전을 짓고자 할 때에 하나님의 말씀을 받아서 다윗에게 전달해 솔로몬 왕때에 성전을 짓도록 한 사람이 나단이고, 솔로몬이 왕의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힘을 발휘한 사람이 나단입니다. 또한 신약으로 넘어와서 마태복음에서의 계보(족보)는 다윗에서 솔로몬으로 다시 르호보암으로 이어지는 왕의 족보이나 누가복음의 족보는 다윗에서 나단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족보로 왕가와는 상관이 없으므로 이는 마리아의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나단이라는 이름은 역사의 전달자로서 존재합니다. 생각할수록 하나님의 섭리는 오묘합니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