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걸 몰라! 마음만이 마음을 낚아올 수 있다는 걸. 나에게 약한 부분이 수없이 많지만 그 중에서 가장 약한 게 사실은 마음이야. 그래서 항상 더 욕심나는 것은 바로 네 마음이라니까. 자네의 마음이 필요한 거라고. 그런데 내 작은 마음이 먼저 가야 끌어올 수 있다는 거야.

시험삼아 미끼로 값비싼 물건 양손에 가득 들고 나갔지. 그런데 자넨 그 물건에 내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은 걸 벌써 알아 버렸어. 선물은 별것 아니었지. 마음 한 조각 들어 있지 않은 그 물건은 부담이며 짐이라고 내동댕이쳤잖아. 얄팍한 수를 자넨 벌써 알고 있었던가봐.

누군가의 횡재 이야기를 알고 있다네. 벌써 수십 년 전에 신문에서 읽은 이야기인데 아직도 잊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마음 없이 물건만 들고 다니는 내 이야기 같아서 찔림이 컸던 모양이야. 어떤 사람이 신문을 보다가 작은 광고난에 최신형 스포츠 카 포르쉐를 단돈 5불에 판다는 기사를 보고, 장난일 거야 하고 지나쳐 버리려다가 자기도 장난삼아 가봤더니 다른 여자에게로 마음 떠난 남편이 준 선물, 곧 거짓 마음이 담긴 비싼 선물을 헐값에 파는 한 맺힌 여자의 몸부림이었더래. 난 포르쉐가 그렇게 값나가는 차인지 그 후에 알았지. 하여간 그 여잔 남편의 수고값을 철저히 무시하는 행위로 단돈 5불을 받고 자동차와 열쇠와 자동차 등록증을 넘겨 주더래. 고급차는 거저 가졌지만 마음이 아프더라는 고백이 함께 실린 기사였어.

어떤 여자는 몇 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변해 버린 남편의 마음 때문에 화장실 변기 속에 넣고 물을 내려 버리니 시원했다고 말하는 이야기도 들었어. 마음이 들어 있지 않은 선물은 천금일지라도 받는 쪽에서는 쓰레기 같은 건가봐. 천금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마음을 어떻게 보여 줄 수 있을까.

많고 많은 게 마음 이야기지. 고려장 시키려고 아들은 엄마를 지게에 지고 가는데, 아들이 산에서 내려갈 때 길을 헤맬까봐 엄마는 나뭇가지를 끊으며 표시를 했다는 늙은 어머니의 마음 이야기부터 우리를 감동시킬 수 있는 이야기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

들어봐, 이건 내 이야기야. 땡볕에 먼 길 운전하고 가야 하는 날 위해, 뿌연 이슬 맺힌 생수 한 병을 종이타월에 감아 빙긋이 웃으면서 건네 주던 친구의 손길. 마음이 따로 있나 그게 바로 마음이지. 한 손엔 운전대 잡고 한 손에 생수병을 든 나의 마음은 벌써 낚이고 있었거든.

여기저기 산책 다니는데 내가 옆에 있는 것처럼 “꽃이 예쁘네. 숲이 무성하네. 저 웅덩이 위의 오리들 좀 봐.” 하며 혼자 말한다는 그 사람에게 왜 마음이 안 가겠어.

또 있어. 큰 도시로 한국 시장 보러 갔다 오면서 이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만두 하나 먹이려고 식지 않게 보온 백에 넣어 그 밤에 자신의 집을 지나쳐 와서는 살며시 내려놓고 간 동생의 마음, 무엇과 바꿀 수 있겠어.

 
그래. 마음은 밖에서 억지로 물을 부어 채우는 웅덩이 같은 것이 아닌가봐. 우리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것, 저 깊은 곳에 물줄기와 연결되어 있는 샘물처럼 퐁퐁 솟아나오는 것인가 봐. 끊임없이 솟는 우물 같다며 약하고 작다고 엄살 부리지 말아야겠어. 어쩜 내게 있는 것 중에서 가장 값지고 큰 것이 내 마음일 테니까.

그래서 아무것도 필요 없을 것 같은 온 우주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도 원하시는 건 오직 나의 마음 하나라 하셨어. 내 마음 하나 때문에 외아들을 그렇게 주셨나봐. 날마다 경건하게, 날마다 죄를 닦아 깨끗해지려고 노력해도 어찌할 수 없는 못난 나의 마음, 시시때때로 변하는 종잡을 수 없는 요 마음을 위하여 예수님이 그렇게 외롭게 죽으셨나봐. 왜 하나님께서는 작고, 항상 변하는 내 마음 하나를 원하시는 것일까. 섬세하고 작은 갓난아이의 손가락을 담을 수도 있지만 또 온 세상 모든 것도 품을 수 있는 가장 하나님 닮은 부분이기 때문인가봐. 그렇다면 하나님 앞으로 가는 길에는 내 마음 하나 들고 가면 되겠네.

그거 알아! 하늘로 머리 두른 모든 사람은 누군가에게 나누어 줄 마음이 없는 사람 하나도 없고, 또 다른 이의 마음이 필요 없는 사람 하나도 없대. 마음은 줄 수도 있고, 받을 수도 있고. 마음이 합해지면 세상에 무서울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하잖아.

가끔 두려운 생각이 들 때가 있어. 누가 나에게 “에끼! 이 무심(無心)한 사람!” 이렇게 말할까 봐서.

이봐! 작고 낡은 마음 보따리 그렇게 들고 있지 말고 이제 고만 이리 줘봐. 자네 마음이 꼭 필요해서 진실한 내 마음자락 활짝 펼쳐 둔 이곳에 안심하고 펴 봐 좀. 더 고집 부리지 마. 아니 무겁게 들고 있지 말고 좀 부려 놓으라고. 꽁꽁 싸맨 그 보자기 제발 풀어 보라니까. 풀어 본 지가 너무 오래되어 빛바래고 삭아졌구먼. 삭아져 속뜻 모두 들킨 다음에 죄인처럼 끌려오지 말고 아직도 풀어헤칠 매듭이 있을 때 용감하고 당당하게 스스로 풀어 봐. 종단에는 잡힐 텐데 끌려오지 말고 제 발로 좀 오라고. 그 많은 머뭇거림의 몸짓엔 “잘 했다. 수고 했구나.”라는 환영과 칭찬이 필요할 테니까.

혹시 말이야. 자네의 그 머뭇거림이 내가 펼쳐 준 그 자리로 인하여 편하게 마음 부렸다는 그 소릴 나도 좀 듣고 싶어하는 속마음을 알아 버렸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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