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에 위클리프 성경 번역 선교회에서 사역하시는 정민영 선교사의 세미나에 참석해서 그분과 말씀을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때 그분이 오늘날 교회와 선교의 가장 큰 문제는 공동체성의 상실이라고 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서구 사회가 급속하게 개인주의화되기 시작했는데, 교회도 사회의 변화와 함께 개인주의화되면서 공동체성을 상실하게 되었고, 그것이 오늘날 교회가 서구 사회에서 쇠퇴하게 된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개인주의화된 신앙의 문제는 개인이 신앙적인 위기와 고난에 직면하게 될 때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 개인의 신앙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 격려하고 격려 받으면서 고난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되는데 개인주의화된 신앙은 그것이 안 되기 때문에 고난을 견뎌낼 수 있는 내성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성경 읽고 기도하는 것만으로는 신앙 생활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정민영 선교사는 이슬람권 선교사의 사역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이슬람권의 문화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공동체성보다 기독교적인 공동체성이 매우 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몇 년만에 어렵게 한 사람 전도했는데, 나중에 다시 무슬림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 모두 공동체성이 확보되지 못해서 생겨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도행전을 보면 초대교회는 가족 공동체와 같은 기능을 하고 있었는데 지금의 교회는 지나치게 개인주의화되어서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금의 교회가 위기를 맞는 근본적인 이유가 바로 이러한 공동체성의 상실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개인주의적인 신앙을 넘어서서 초대교회와 같은 공동체적인 신앙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민영 선교사의 말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제3의 대안으로서 공동체주의 (Communitarianism)에 대해서 공부했지만, 이렇게 실제적으로 교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적용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분의 이야기가 사회과학적인 의미에서의 공동체주의와는 접근 방식이 조금 달랐지만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존재 자체가 나름대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적응하며,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문화를 사람들이 존재하는 삶의 양식이라고 정의한다면 그것은 이미 공동체성을 담보하고 있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교회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의미와 가치를 제공해 줄 수 있는 건강한 공동체성과 문화를 형성하지 못하면 점점 그 영향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는 위기 의식이 들기도 합니다. 사람은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니다.

공동체성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삶과 문화가 공유되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애를 써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교회의 공동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예수께서 보여 주신 대안은 밥상 공동체였습니다. 단순히 밥을 먹는 자리가 아니라 삶의 애환을 함께 나누는 밥상 공동체, 서로 진정한 친구가 되어 주고 가난한 자들과 함께 나누는 삶이 성경적인 공동체의 모델입니다. 이제부터는 밥을 짓고, 밥을 나누는 일에도 더욱 정성을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정민영 선교사가 또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한국사회와 교회가 시간을 단축하면서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는데, 이렇게 시간을 단축한 결과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다.” 사실 모든 성장은 그 나름대로의 부작용을 낳게 되어 있고, 그러한 부작용을 축소시키면서 사회가 발전하게 되어 있는데, 한국 사회와 교회는 그 부작용을 무시하고 성장을 추구했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그 대가를 심각하게 치르고 있습니다. 교회는 교회대로 도덕성의 위기를 겪고 있으며, 한국 사회는 한국 사회대로 합리적이고 도덕적인 기초가 세워지지 않아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전체적으로 조급증에 걸려 있는 것 같습니다. 금방 성장해야 하고, 금방 무엇이든지 해내야 합니다. 그래고 무엇인가 지연되면 참지 못합니다.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어쩔 줄 몰라하고, 자기 말을 잘 안 듣는 사람들을 원수 취급합니다. 그래서 공동체의 근간이 되는 대화와 타협, 그리고 합리성을 자꾸 잃어가고 있습니다. 합리적인 상식선에서 대화와 타협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사회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교회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영적인 것은 상식적이면서도, 그 상식적인 것을 초월하는 것이지 비상식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공동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원칙이 바로 “다양성 속의 일치”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살리면서도, 나와 다름을 수용하면서 하나를 이루어가는 것이 다양성 속의 일치이기 때문입니다. 획일성은 일치가 아니라 통제이기에 진정한 일치를 이루어낼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하나를 만들어가는 일이 이제는 무엇보다 시급한 교회의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에선가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빨리 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제대로 가는 것이다”라는 글귀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제라도 교회가 바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초대교회와 같은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유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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