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의 서글서글한 두 눈에서 굵은 눈물 줄기가 뺨으로 흘렀다.

12월 초, 샤론은 생전 처음 뉴욕 여행을 한다면서 흥분한 모습으로 세탁한 옷들을 찾아갔다. 그리고 오늘 오후 여행 중에 입은 세탁거리를 맡기러 왔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녀가 반가워 뉴욕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를 물었다. 잠시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던 그녀가 얼굴을 들었을 때 슬픈 표정과 함께 주르르 눈물이 흘렀다.

그녀에게 뭔가를 실수한 것이 아닌가 하는 무안한 마음에 아무 말도 못하고 마주 바라보았다. 미안해하는 나의 마음이 전달된 듯 그녀는 입을 열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 작은 도시 스탁톤하고는 비교할 수 없이 크고 사람이 많으며 활기에 차 있는 듯한 뉴욕이라는 도시, 멋지고, 아름다운 것들이 많기도 하여, 대도시를 어떻게 하면 더 보고, 더 느낄 수 있을까 하며 스케줄대로 여기저기 부지런히 다니던 중 타임스케어 광장에 갔는데 그녀는 거기서 큰 슬픔을 느꼈다고 했다.

타임 스퀘어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에는 매끈하고 완벽하고 멋있는 여자 모델들이 가는 끈으로 만들어진 수영복 차림으로 누가 더 선정적인가 경합이라도 하듯, 광고하는 물품보다 더 돋보이는 포스터들이 걸려 있어서 눈 돌릴 곳이 없었다고 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광장의 상징인 듯한 가장 큰 광고판은 번쩍이는 불빛으로 몇 초 만에 바뀌며 오가는 사람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거기엔 ‘Do we need Christ at Christmas??? No we don’t!!!! We have food, fun, friend, and gift.’ 라는 글귀들이 있었고, Christ에는 붉고 굵은 줄로 X마크를 그려놓고 한 사람의 시선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발악을 하며 움직이더라는 것이었다. 놀란 그녀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둘러보니 손에 든 셀폰에만 열중하며 옆 사람을 의식하지도 않고 바쁘게 걷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와중에도 번쩍이는 선전판을 한 번씩은 바라보고 가더라고 했다.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도대체 어떤 정신 나간 사람들이 생일잔치를 벌이고 즐기고 있으면서 정작 생일을 맞이한 당사자는 필요 없다며 음식과 재미와 친구, 또 선물만 있으면 된다고 광고하고 있는 것일까?" 잔치의 주인공이 빠진 생일 잔치 때문에 발광하고 있는 세상을 슬프게 바라보고 계실 생일의 주인공 예수님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고 죄송하여 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오늘 내 앞에서도 눈물이 나온다고 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나의 마음도 착잡하고 안타까운 나머지 코끝이 시큰해졌다. 난 코맹맹이 소리를 없애느라 훌쩍거리고 목소리에 힘을 주어가며 몇주 전 성경공부 시간에 배웠던 것을 샤론한테 말하고 있었다. "이 세상에는 죄악의 부흥과 성령의 부흥이 있다.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분명 살아 계시고, 세상을 당신의 계획대로 움직이는 분이신 걸 우리가 믿지 않느냐. 분명 죄악의 부흥까지도 이용하셔서 성령의 부흥을 더 강하게 일으키시리라 믿는다. 바로 너와 내가 반응하는 것을 봐라. 그 일이 우리 속에 계신 성령님을 일하시게 하는 것 같다. 그날 그 광고 앞에서 슬픔을 느낀 사람이 너뿐이었겠느냐! 예수님을 믿는 모든 성도들이 너와 나 같이 가슴에 받은 충격으로 인하여 잠자고 있던 마음을 깨웠고 흔들었을 것 아니냐. 죄악이 넘치는 곳에 하나님의 은혜 또한 넘침을 믿고 주님만 바라보는 것이 우리의 자세일 것이다." 

나의 말에 샤론도 세상을 향하여 성도들이 일어나 열심히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를 전하는 일이 혼탁해지는 세상에서 다음 세대를 보호하는 일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런 마음이 그때 들었다면 자신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놀라고 의아해 하면서 선전판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그 소년의 눈을 자신의 손으로 가려 주어 한 아이라도 보호하였을 텐데 그리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며 또 다시 눈물을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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