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몇일 앞둔 그날 아침, 내 구좌가 있는 은행 창구에서 제법 큰 액수의 입금을 끝낸 나에게 "Have a good day and a merry Christmas!" 하며 은행 여직원이 의례적인 인사를 했다. 나도 같은 인사를 건네면서 내 뒤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에 묻지도 않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지금 입금한 그 돈 있잖아요. 그 돈은 제 아들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 준 거예요."
"Oh! Really? Wow! That's wonderful!" 정말이냐고 되묻는 그녀에게 내가 대답했다.
"그럼요. 정말이예요. 아들이 아주 멀리 있는데 크리스마스에 오지 못하니까 선물을 보내 왔어요."
"Nice! Very nice! You must be very proud of him!"
그 은행 여직원은 자랑스러워하는 나를 부러운 듯 바라보았다.

"아이들이 있으세요?" 전혀 계획하지도 않았던 대화가 그렇게 진행되었다.
"Yes. I do have children."
물론 아이들이 있다며 활짝 웃는 그녀의 대답에 얼른 다시 말을 이었다.
"참 좋군요!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야지요."
"Yah, I am trying! Believe me, I am trying, but....?"
어느새 그녀와 나 사이에 대화가 오랜 친구처럼 오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크리스마스를 무척 기다리고 있겠지요?"
"Oh, Yah. They can't wait! They are so exiting for Santa."
하얀 수염에 빨간옷을 입은 산타가 굴뚝을 타고 내려오는것을 아이들이 기다리는것이 당연하지 않느냐며 웃는다. 물론 그렇다. 선탄절에 산타가 선물 보따리를 어깨에 메고 자기 집에 찾아 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아이들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겠군요. 그런데 아이들이 크리스마스의 진짜 이야기를 알고 있나요?"
"Well....???"
"저... 크리스마스에 아기 예수가 탄생했다는 그 이야기 말예요. 그래서 그날이 그리스도의 생일이라는 것을 아이들이 알고 있나요? 아직 모르고 있다면, 아마 지금이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의 진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때일 거예요.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내신 제일 큰 사랑의 선물이 바로 아기 예수라는 것을 이번 크리스마스에 가르쳐 주면 참 좋을 거예요!"
"Oh! Wow! That's a good idea! I will do that. I will tell them about the baby Jesus."
그렇게 해보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활짝 웃는 그녀의 얼굴에 수긍하는 빛이 역력히 보였다.

불과 몇분 사이에 전혀 계획에 없던 성탄절 이야기의 각본과 대사들을 그녀와 나누는 동안 의외로 내 뒤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아이들과 함게 복된 성탄절 맞으시기 바래요!"
"Same to you! Thank you for telling me about the birthday of baby Jesus."
인사를 나누고 은행문을 나와서 파킹장에 세워 둔 차를 향해 걷는 걸음이 신발에 스프링이 달린 듯 가벼웠다. 엊그제 폭설이 내린 후 더욱 청명하고 높아진 겨울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나님! 하나님, 보셨지요? 은행 여직원과 제가 나눈 대화를 모두 들으셨지요? 나머지 일은 성령님께서 도와 주세요!"

성탄을 꼭 엿새 앞둔 어제 저녁에 UPS 직원이 특별 우편물을 전달해 주었다. 아들이 보낸 수표가 들어 있었다. 과학자인 아들 J는 중국의 상해(Shanghai) 근처에 있는 과학기술 개발단지에서 일하고 있다. 아직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그 나라에는 감사절도 없고 더욱이 성탄절이 있을 리 없다. 성탄절을 혼자 보내게 될 어머니를 생각하고 오지는 못하지만 선물에 사랑을 담아서 보내왔다. 우편물이 무사히 도착했다고 알릴 겸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고 전화를 했다.
"웬걸 그렇게 많이 보냈니? 마음만 보내와도 고마운데... 그리고 너도 쓸 곳이 많을 텐데...!"
"많긴요. 곁에 있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기쁜 성탄절 맞으세요!"

언어 소통이 되지 않는 그 먼 곳에서(사무실에서는 영어를 사용한다지만) 힘들게 일하고 번 돈을 쓰려면 엄마의 마음은 아들이 안쓰러워 늘 속이 찡하다. 그렇지만 오늘은 기분이 달랐다. 계획한 일은 아니었지만 아들이 보내 준 선물이 은행 여직원과 성탄절의 참 의미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 안에 선한 마음을 주시는 하나님께서 순종할 수 있는 힘 또한 주시고 선한 열매가 맺히기까지 인도하시며 도우신다는 것을 깨닫고 선하신 주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사랑의 하나님, 오늘 저의 하루를 선하게 인도해 주시고 도와 주신 하나님, 오늘 은행 여직원과의 대화에 처음부터 성령님께서 개입하셨고 이끌어 주신 줄 믿습니다. 그 은행 여직원의 아이들이 이번 성탄절에 굴뚝을 타고 내려오는 산타를 기다리다가 성탄절에 탄생하신 아기 예수를 기적적으로 만나는 놀라운 경험을 하기 원합니다. 온 가족이 하나님께서 보내신 가장 큰 선물, 성탄절의 주인공이신 아기 예수를 만나고 그들 평생의 삶이 축복의 길로 들어서는, 저들 생애에 평생 잊을 수 없는 복된 성탄절이 되도록 꼭 성령님께서 도와 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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