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릴 악셀로드  지음 /  가톨릭출판사 펴냄

 
가톨릭 역사상 최초이자 세계 유일의 시청각 장애인 사제, 키릴 악셀로드 신부가 직접 기록한 자서전이다. 정통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고 장애인으로서 가톨릭 사제가 되어, 장애인들을 돕는 사역을 하기까지 어려움들을 극복하는 과정들이 커다란 활자로 담겨 있다. 저자는 귀가 들리지 않고 나중에는 눈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직접’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또한 이 책에는 ‘보이스 아이’가 삽입되어 있어서 시각 장애인들이 음성으로 들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 책의 판매 수익금 일부는 시각 및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라고 한다.

키릴 신부가 소속된 수도회인 구속주회의 장상 케빈 다울링 신부가 “신부님이 평생 동안 해야 할 임무는 청각 장애인들에게 봉사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장애’ 또한 구속주회에서 맡은 임무입니다. 신부님이 이곳 수도원에 있는 것만으로도 모든 동료 수사들에게 혜택을 줍니다. 그들이 신부님의 장애로부터 인간의 한계를 배우기 때문입니다.”라고 한 말을 인용한 김운회 주교는 ‘장애인은 존재 그 자체로 비장애인과 일반사회에 무언가를 시사해 주는 존재’라고 추천사에서 강조했다.

청각 장애인 가톨릭 사제는 한국의 박민서 신부를 포함하여 전 세계에 15명이 있다고 한다. 청각 장애인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복음을 전하는 사제가 필요하지만, 장애인이 사제가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소수일 수밖에 없다. 이 15명 중에서 키릴 악셀로드 신부는 가톨릭 역사상 최초이자 전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시청각 장애인 사제이다.

키릴 악셀로드 신부는 1942년 남아프리카에서 정통파 유대인 부모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세 살 때 선천성 청각 장애 진단을 받은 후,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세인트 빈센트 농학교에 다니면서 수화를 배우고 언어 훈련을 받았다. 소년 시절 유대교 랍비가 되기를 꿈꾸었으나, 장애인은 랍비가 될 수 없다는 율법에 따라 그 꿈을 접었다.

열아홉 살 때 아버지를 잃은 후, 회계 일을 하며 생활하던 중, 특별한 체험을 계기로 가톨릭에 관심을 갖게 되어 1965년, 세례를 받고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청각 장애인들을 돕고자 사제의 길을 택한 그는 프리토리아의 세인트 존 바이애니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여 1970년에 사제품을 받았다. 사제가 된 그는 킹 윌리엄스 타운 근처의 세인트 토마스 흑인 농학교를 시작으로, 당시 인종 차별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던 남아프리카의 흑인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펼쳤고, 공동체 생활에도 관심을 갖게 되어 구속주회에 입회했다.

1980년 미국에서 선교하던 중, 망막 색소 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시각과 청각 장애를 모두 가지게 되는 어셔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동남아시아쪽으로 눈길을 돌려 싱가포르, 필리핀, 홍콩, 마카오의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힘을 쏟았다. 이러한 여러 가지 공로로 청각 장애인에게 주는 최고의 상인 ‘에드워드 마이너 갤러뎃 상’을 비롯하여 각종 상을 받았다.

2000년에 영국으로 사역지를 옮길 즈음, 시력을 완전히 잃었으나, 영국에서 새롭게 시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사목을 시작했다. 여덟 가지 수화와 기본적인 말하기 수준의 일곱 개 언어를 구사하는 키릴 신부는 지금도 전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종교를 뛰어넘어 청각과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본문 중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과정에서 제가 붙들고 씨름한 것 중 하나는 유대교의 두드러진 특징인, 유대인 사회의 잘 조직된 자원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사실, 유대교는 단순한 종교에 그치지 않는 문화이자 생활방식입니다. 저는 맨 처음 부모님이 제게 주신 유대적 자산을 제 안에 간직하길 원했습니다. 제가 랍비가 되길 원했을 때 문이 닫혔지만, 이제 저는 그것이 바로 가톨릭 신앙으로 가는 새 길을 열어 준 것이었다고 봅니다.

그 길을 따르면서 제가 가족과 공동체 등 인간적으로 중요한 몇 가지를 잃은 대신 얻은 것도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스도교는 제 지평을 넓혀 주고 배타적이기보다는 포용적인 새로운 형태의 영성과 친교로 통하는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오늘날까지 제 신앙의 뿌리는 유대교였지만, 제 신앙의 줄기와 가지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대한 제 신실함입니다.

저는 늘 어머니가 해주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네 신앙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네가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하나님의 사업을 하니 그 신앙을 인정한다.” 저는 그 사업을 하면서  늘 종교의 장벽을 뛰어 넘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오랜 세월, 저는 똑같은 질문을 거듭하여 들었습니다. “유대인이면서 왜 가톨릭 신자가 되었습니까?”
그럴 때는 늘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종교와 상관없이 제 일생을 모든 청각 장애인과 시청각 장애인에게 바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저를 선택하셨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신앙만 주신 것이 아니라 제가 의지할 수 있는 교육도 주셨습니다... 지혜, 정보, 지식은 제 삶을 윤택하게 하고 저를 하나님께 더 가까이 데려다 준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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