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호 지음 / 쿰란출판사 펴냄

 
‘미국인 친구 중에 ‘탐’이란 친구가 있다. 시애틀에 와서 몇 년 후 의학 세미나에서 이 친구를 만났다. 그 당시 그는 은행 간부였고, 심리학을 전공한 엘리트에다 불교에 심취해 있었다. 하지만 우울증으로 고통을 겪으며 살아가는 독신이었다.

처음에는 환자로 내게 진료를 받으러 왔다가 자주 만나다 보니 친해졌다. 그의 형은 알코올 중독자로 혼자 살다가 죽은 지 2주만에 자신의 집에서 발견되었고, 부모님도 다 돌아가셔서 탐은 혼자 외롭게 생활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갑자기 은행에서 해고를 당했다. 그의 우울증이 더 심해져서 오랫동안 우울증 약을 복용해 오고 있었다. 사람들을 만나지도 않고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무슨 일만 일어나면 내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마다 나는 달려가서 도와 주곤 했다.

한 번은 이 친구가 한참 동안 연락이 없고 전화도 안 받아 불길한 생각이 들어 누님, 매형, 조카와 같이 그의 아파트로 갔다. 탐은 안에 있으면서도 문을 열어 주지 않아, 우리 넷이 억지로 문을 밀고 들어갔다. 우리는 그의 얼굴을 보고 너무 불쌍한 생각이 들어 무릎을 꿇고 두 손 들고 기도하기 시작했는데,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쏟아졌다. 그러면서 그 집에서 흑암의 세력이 물러가는 게 느껴졌다.

우리가 갑자기 들이닥치는 바람에 탐은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우리 사이에 정적이 흘렀지만 아무도 그 정적을 깨뜨리지 못했다. 그 순간 하나님의 은혜가 뜨겁게 임했다. 나는 탐을 끌어안고 하나님께서 그를 위로해 주시길 기도했다. 탐은 한참 동안 내 품에 기대어 있었다.

그 이후로 탐은 가끔씩 내게 부엌과 화장실을 청소해 달라고 연락하곤 했다. 가서 보면 몇 년 동안 청소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토할 것 같아서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탐을 만났으니 기꺼이 하자는 생각에 팔을 걷어붙였더니 익숙해졌다.

탐은 자기가 필요할 때에만 연락을 한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고 메시지를 남겨도 회신 한 번 하는 법이 없다. 그럴 때에는 얌체 같아서 밉기도 하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사랑 때문에 전화가 오면 가서 도와 준다.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시기 때문에 할 수 있다. 주님이 탐이라는 아들도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을 안다. 한 영혼이 온 천하보다 귀하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이다.

탐을 만날 때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말씀으로 권면하지만, 아직도 탐은 교회에 나가지 않고 있다. 물론 그에게는 예수님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있다. 한 번은 자기가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면서, 빛이 어두움보다 강했고 음성은 선명했다고 말했다. 나는 그를 위해 17년 넘게 기도해 오고 있다.‘(본문 중에서)

『삶으로 전도하라』에 수록된 전도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들 중에서 마음에 남는 글을 옮겨 보았다. 저자의 전도 방식이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어서이다. 노방 전도, 일터 전도, 방문 전도, 관계 전도 등 다양한 전도 사역들을 설명하고 기억에 남는 이들의 신앙 이야기들을 기록했지만, 가시적인 열매나 자신의 노력을 드러내기보다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탁하려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저자는 어느 곳에서나, 누구에게나 복음을 전한다고 한다. 누군가를 도와 주고, 복음을 전하고, 그의 말을 경청하고, 함께 기도하면서 사람들을 열심히 섬기겠다고 한다. 낮아지기 위해서 교회의 화장실 청소를 자청했으며 기운 다하는 날까지 멈추지 않겠다고 한다. 도움을 주어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오로지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만 구할 뿐이라고 했다.

‘전도는 사역이 아니다. 일상에서의 삶이다.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하고 섬기는 일련의 모든 것들이 전도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도 자체를 어렵게 생각해서 누가 전도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전도를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다가 지레 물러설 수 있다. 전도는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밝힌 대로, 이 책은 저자가 체험하고 터득한 전도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박원호 장로는 시애틀 은혜장로교회를 섬기며, 무엇보다 전도에 앞장서고 있다. 태권도 공인 7단, 합기도 8단인 그는 20년간 도장을 운영했으며, 한의대를 나와 1990년 워싱턴 주에서 한인 최초로 한의사 면허를 취득해 영광한의원을 23년째 운영해 오고 있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후 20여 년간 도장의 수련생들과 한의원의 환자들에게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했고, 미국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들을 차량 구입이나 아파트 임대 계약, 공항 픽업 등으로 도우면서 전도했으며 한인 마켓 앞에서 토요일마다 노방 전도를 하고 있다.

시애틀 은혜장로교회의 담임 최용주 목사는 ‘장로님은 하루에 두 번씩 교회에서 기도하는 기도의 사람이며, 육체의 고통을 주님의 은혜로 치료받은 후 자나깨나 복음에 사로잡혀 복음을 전하는 신실한 종입니다. 비록 투박한 문체일지라도... 장로님의 전도 간증은 시애틀의 가랑비처럼 사람을 그리스도로 젖게 합니다’라며 이 책을 통해 격려와 용기와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추천사를 기록했다.

저자 연락처는 1-425-773-9010 혹은 wonpark58@gmail.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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