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은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온다. 함박꽃처럼 탐스러운 하얀 눈이 사뿐사뿐 하늘에서 춤 추듯 내려 올 때는 참 아름답다. 앙상하던 겨울 나뭇가지에 소복이 쌓인 눈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색찬란한 봄 꽃 못지않게 우아하다. 그런데 크고 탐스러운 눈일수록 순식간에 쌓여서 발이 푹푹 빠질 정도로 높이 쌓인다. 겨울이면 으레 몇 차례씩 폭설로 인해 온 도시가 일상적인 활동을 멈추게 되고, 교통 마비가 오고, 수많은 사람들이 엄동설한에 전기가 단절되어 많은 어려움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 날씨에는 대부분의 학교가 문을 닫기 때문에 가끔 십대의 소년들이 눈 치우는 삽을 들고 집집마다 다니며 눈을 치워 준다고 문을 두드린다. 용돈을 벌어 보려는 부지런한 아이들이다. 우리 집 차고 앞 길을 치워 준 아이가 찬 바람에 얼었는지 잘 익은 사과처럼 볼이 빨갛다. 약속대로 눈 치운 값을 주면서 주일학교에 다니는가 하고 물어 보았더니 고개를 살래살래 저으며 쏜살같이 달아난다. 몹시 춥고 힘들었나 보다. 눈을 치우는 일은 눈이 내릴 때처럼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 아이가 알아냈는지도 모른다. 용돈을 좀 벌기 위해서 해본 일이 의외로 힘겨워, 눈은 더 이상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흰 눈의 정체를 알아 챘는지도 모른다. 눈을 치우다가 심장마비로 목숨을 잃은 노인들이 더러 있다는 뉴스를 종종 듣는다. 순결하게만 보이던 눈이 사람의 목숨도 앗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흰 눈 뒤에 숨어 있는 믿을 수 없는(Treacherous) 어떤 속임수가 분명히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이브를 유혹하던 사탄의 접근이 마치 사뿐히 내리는 흰 눈처럼 소리없이 다가왔던 것을 생각해 보았다. 교활한 사탄은 선악과를 가리키며 탐스럽고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느냐는 달콤한 말로 이브의 선한 마음의 시선을 슬며시 건드렸다. 이브의 식욕에 군침이 돌고 마침내 보기에도 아름다운 선악과를 따서 죄를 짓는다. 크고 탐스러운 눈송이가 더욱 빨리 땅에 쌓이듯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죄라는 흉악한 놈도 순식간에 사람의 마음에 들어와 자리를 잡는 것 같다. 황홀한 느낌 속으로 사람의 마음을 유혹하지만 곧 악한 죄의 정체를 드러내고 그 사람의 긍지와 존엄성(Dignity)을 짓밟고 무너뜨린다. 어떤 죄의 무게는 높이 쌓인 눈의 무게보다 훨씬 더 무거울 수도 있다. 이브는 간교한 사탄의 꼬임에 속아 온 인류가 낙원에서 내어 쫒기는 슬픈 결과를 초래하지 않았는가? 위대한 왕 다윗은 자신이 지은 죄를 회개할 때 흘린 눈물로 침상을 띄웠다고 시편을 통해 고백한다.

아름다운 것이 다 죄라는 말이 아니다. 특히 요즘처럼 진리가 설 곳이 없고, 윤리와 도덕이 바닥에 떨어지고 있는 때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더욱 깨어서 진정한 아름다음의 참 가치를 바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육안으로 볼 때는 아름다워 보이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 숨어 있는 어떤 것(반역 행위)을 우리가 정확하게 보고 알 수 있다면 오죽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그래서 연약한 우리는 바른 분별력을 얻기 위해 쉬지 않고 늘 기도 해야만 되나보다.

지난해 초겨울부터 오기 시작한 눈이 새해가 지나고 삼월인데도 아직도 온다. 폭설로 인한 피해가 이곳저곳에서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나는 폭설 때문에 하루, 이틀, 길면 삼사일을 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을 때도 있다. 큰 불평은 없지만 내 생활의 질서가 깨진다. 오늘도 눈이 온다는 일기 예보에 우리집 차고 앞에 쌓일 눈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선다. 이번 주말에는 날씨가 푸근했으면 좋겠다. 눈이 녹아서 차가 차고를 빠져 나갈 수 있도록, 주일에 주님 전에 나가서 예배 드릴 수 있도록......

세상 만물을 지으시고 지금도 살아 계셔서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시는 주 하나님께서 못하실 일이 어디 있으랴! 아멘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