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한나(미조리)

창세기 3장

차라리 고난으로 시작하여
행복의 날을 기다릴 것을.
에덴동산의 행복이
그 막을 내리는 무대 위에
해와 달이 빛을 감추고
불현듯 치닫는 먹구름.

어둠이 내린다.
알몸의 추위, 의지할 곳조차 없는 혹독함,
발길 머무르는 곳마다 피어나는 그림자.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더냐,
순종 속에 감추어진 보화를.
속이는 자는 무정히도 쓰러지는
너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걷어낼 수 없는 그림자
이 땅에 오고, 수치심도 오고,
아름다운 사랑은 시린 사랑으로 머물러
아가는 이제 비가로 변했구나
수천수만의 그림자 그대와 함께 피어나고
바람조차 함께 엎드려 우는 들녘에
홀로 선 사람아 !

흙으로 빚어져 흙으로 돌아가려는
처절한 몸부림처럼 죄의 흔적은 그대를 에워싸고
운명처럼, 운명 같은
꼬이는 자에게 네 발꿈치 내어주고
외로이 사막을 걸어 오려느냐

전갈과 불뱀이 삼킬 듯 넘실대는
어둠의 밤이 오더라도 그대, 가죽신 신고
먼 길 걸으리, 님의 자비로. 

창세기 3장 15절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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