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아동 인구의 25%가 노동으로 내몰려

사미 라히미는 빵집의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 위에 놓인 선반 위에서 선잠을 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청소를 하고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한 다음 아침 기도를 드린다. 해 뜨기 전에 사미는 어둑한 거리에서 찌그러진 외바퀴 수레를 밀면서 어두운 거리로 나간다. 공동 우물에서 물을 길어오기 위해서이다. 사미는 하루종일 빵을 판다. 손님들은 사미가 열어 주는 창문을 통해 돈을 밀어 넣는다. 매주 6일간 날이 저물 때까지 일하고 사미는 월급으로 약 80달러를 받는다. 이 돈으로 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 3명과 여동생 5명을 부양한다. 사미는 10살 때부터 버스를 타고 삼촌인 야르 모하메드의 가게에 출근해 왔다. 삼촌 역시 8살 때부터 이 일을 해왔다. “가족을 돌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하지만 학교에 가서 교육받고 싶다”라고 사미는 말한다.

14세 이하 아동의 노동을 금지하는 법이 있는데도 아동 노동은 아프가니스탄의 고질병이다. 2007년에 입안되고 2012년에 발효된 법에 따르면 14세 이상이 되어야 견습생이 될 수 있고 15세부터 18세까지는 “가벼운 일”만 하게 되어 있다. 18세 이하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노동을 할 수 없다.

그러나 고용주와 아동의 가족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법은 유명무실하다고 유니세프 아동 보호 전문가인 사미 하쉐미는 말했다. 6살짜리 아이가 벽돌 공장, 카페트 공장, 건설 현장, 광산과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는 아동들은 거리에서 구걸하거나 쓰레기를 뒤지거나 값싼 물건들을 판다. 가족은 아이가 어떤 직업이든 얻기를 바란다. “가난한 가족은 아이들의 장래가 아니라 오늘의 생존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라고 하쉐미는 말했다.

 


2001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 수십억 달러를 퍼부은 구호기관들은 얼마나 많은 아동들이 일을 하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대략 6~17세 아동 2백만 명, 혹은 아프간 아동 인구의 25%로 추정한다고 하쉐미는 말했다. 국제적인 지원으로 활기를 띤 광산과 건축 현장에서 아동 노동은 증가하고 있다.

지난 해 미국 노동부 보고서에도 아프간 노동 아동의 숫자는 “확인 불가능”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는 가축을 돌보는 아동에 대한 성폭행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건축 일을 하다가 불구가 되거나 살해되고, 혹한과 혹서의 환경에서 노동을 강요당하고, 무거운 짐을 운반하고, 마약을 밀반입하거나 군인이 되기도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성매매, 포르노, 불법적인 일들에 아동 이용을 금지하는 어떤 법도 보이질 않는다. 비공식 부문에서 최악의 형태의 아동 노동에 연루된 아이들을 돌보는 어떤 메카니즘도 보이질 않는다.”라고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다. “이런 조건에서 일하다가 교육과 놀이의 권리를 가진 어린이들을 보게 되면 일하는 아동은 그 누구라도 좌절하게 마련이다”라고 하쉐미는 말했다.

카불의 혼잡한 거리에서 깡마른 아이들이 정지 신호에 걸려 서있는 자동차들을 쫓아간다. 그들은 창문을 두드리며 돈을 구걸한다. 껌이나 지도, 성냥, 손수건, 화장지를 사라고 조른다. 또 어떤 아이들은 쓰레기통을 뒤져서 연료에 쓸 것들이나 썩은 과일, 먹다 남은 고기 조각들을 모은다.

번화가의 택시 승강장에서 운전사들은 남자아이의 호객 행위에 대해 한 손님당 10센트를 준다. 아이들은 공격적이고 경쟁적이다. 종종 택시 속에서 요금 실랑이가 벌어지고 이미 만원인 택시 속에 승객을 밀어넣기도 한다. 부르카를 입은 여성에게는 좀더 친절해서 택시의 트렁크를 열어 주기도 한다.

아동 노동을 법으로 금지해도, 아프간 아동의 25%는 6살 때부터 풀타임이나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압둘 라피의 목소리는 뼈만 앙상한 몸에서 꺽꺽거리며 나온다. 겨우 9살인데도 6살부터 요금을 외쳐왔기 때문에 늘 목이 쉬어 있다. 압둘은 삼형제 중 맏이인데 맏이가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전통에 따라 일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그는 날마다 5시에 일어나 아침 기도를 드리고 택시 승강장으로 나간다. 그는 하루에 3달러 정도를 번다.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압둘의 눈은 연신 거리를 훑고 있다. “그러나 우리 가족에게 돈이 필요하다. 내가 맏이다.”라고 그는 말했다. 언젠가 군인이 되고 싶은 그는 학교에서 네 시간만 공부하고 늦은 오후의 러시 아워에 맞추어 다시 거리로 나간다. 먼지 속에서 저녁 기도 시간 전까지 요금을 외친다.

12세의 헤크마트와 9세의 쿠드라툴라 형제는 카불의 어느 금속 가게에서 일한다. 그들은 부드러운 금속판을 망치로 두들겨서 모양 만드는 일을 한다. 헤크마트는 8살에 일을 시작했다. 오후에는 학교에 간다. 지금 그는 3학년이고, 쿠드라툴라는 2학년이다. 헤크마트의 날렵한 손가락 사이에서 금속판은 장식이 있는 과장 쟁반이 된다. 그의 주변에선 또래의 소년들과 어른 남자들이 다른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 작고 마른 체격을 가진 헤크마트의 손에는 4년 이상 금속판을 두드리느라 회색 얼룩이 있다.

쓰레기 수거를 하는 아버지가 친구를 통해 직업을 구해 주었다. 헤크마트는 파트타임으로 주당 6달러를 벌어 부모를 도와 동생들을 부양한다. 정오부터 3시까지는 학교에 다닌다. 그는 지저분한 옷 속에 깨끗한 교복을 입고 있다. “나는 이 일이 좋다. 물건을 만드는 일이 재미있다”라고 헤크마트는 말한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 일을 하고 싶어한다. 그의 희망은 엔지니어가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생기면 그만둘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고용주인 25세의 모하메드 줄마이는 10살 때부터 금속을 두들겨 왔다. 몇 년 전 자신의 가게를 가지게 된 그는 아동 노동이 법으로 금지된 것은 알지만 헤크마트의 아버지가 너무 가난해서 그를 고용했다고 말한다. 손이 굼뜬 어른보다 소년들을 더 선호한다는 줄마이는 ”소년들의 손이 작아서 정교한 작업을 재빠르게 해낼 수 있다. 이들을 훈련시키면 숙련공이 된다.“고 설명한다. 줄마이는 헤크마트를 비롯한 남자아이들이 돈을 모아 훗날 자신의 가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빵집 주인 모하메드는 자신도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8살부터 일했으며, 20년이 흐른 다음에야 자신의 빵집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아동 노동이 아프간에서 불법이긴 해도 극심한 가난 때문에 성행할 수밖에 없다. “남자아이들은 늘 빵집에서 일했다. 그것이 우리의 전통이다.”라고 모하메드는 아동 노동법에 관한 말을 듣자 어깨를 움츠리며 말한다. 사미는 강제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삼촌이 자신을 고용한 것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모하메드는 서구의 구호단체들이 빈곤한 가족이나 아이들을 위한 대안을 좀 더 찾아내지 못한다고 불평한다. “수십 억 달러가 아프간에 들어왔다. 어디로 갔는가? 낭비되고 도둑맞았다. 체제는 붕괴되었다. 미국에도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모하메드는 사미의 아버지에게 사미를 교육시켜 주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이 아이가 나처럼 빵집 속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삼촌은 말했다. 사미가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항상 공부를 생각하고 미래를 생각한다”고 사미는 말한다. 사미는 45일 동안 집에 가지 못했다. 그는 임대한 휴대전화로 엄마와 통화한다. 가족이 그립지만 지금은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날이 어두워져서 손님이 끊기면, 사미는 자리에서 내려와 청소를 한다. 10시에는 선반 위에 누워 담요를 두르고 잠이 든다.(외신 번역)

참고로, 6월 12일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해 제정한 '세계 아동 노동 반대의 날'이다. 지난 해 국제노동기구는 전 세계 2억 1,800만여 명의 아동이 노동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ILO는 만 15세 이하의 어린이가 일하는 것을 ‘아동 노동’으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다.

세계적 위기를 분석하는 기관인 메이플크로프트가 발표한 ‘아동 노동 지수 2014’에 의하면, ‘197개국 가운데 83개국은 매우 위험한 국가로 분류되었는데, 그중에서 아동 노동 문제가 가장 심각한 나라는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콩고민주공화국, 미얀마, 수단,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짐바브웨, 예멘과 부룬디였다.

                                                                                                            아동노동지수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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