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이 이스라엘의 왕이 되기 전, 사울의 정치적 탄압을 피해 블레셋의 땅 시글락이라는 성읍에 머물고 있었을 때의 일입니다. 다윗이 다른 일로 잠시 성을 비웠을 때의 일입니다. 아말렉 사람들이 침입해 성을 불태우고 여자들과 아이들과 모든 사람들을 포로로 잡아갔습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와 같은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 일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사람들은 힘이 소진될 정도로 울었다고 성경은 기록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잡혀갔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슬픔은 슬픔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재앙을 막지 못한 자신에 대해 분노하게 되고 그렇게 만든 이를 원망하게 되지요. 문제는 그 대상인 아말렉 사람들이 지금 그들 앞에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부하들은 울분을 다윗에게 쏟아 붓습니다. 심지어 다윗을 돌로 쳐 죽이려고까지 합니다.

이때 다윗의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다윗도 그의 아내가 포로로 끌려간 피해자였습니다. 다윗에게 특별한 잘못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부하들은 원망의 화살을 쏟아 부으며 자신을 죽이려고 합니다. 게다가 그들은 스스로 다윗을 찾아와 지난 수 년 동안 함께 지냈던 망명공동체의 사람들이었는데 말입니다.

다윗이 몹시 당황했습니다. ‘어떻게 내게 이럴 수 있나’‘사람은 참 믿을 존재가 못 되는구나’ 등등의 생각이 가득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다윗이 그들에 맞서 언쟁을 벌이거나 지위를 내세워 억누르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책임이 없다고 변명하지 않습니다. 그는 말을 아끼는 대신 하나님을 향해 눈을 돌립니다. 왜 그랬을까요? 아마도 그는 자신에게 울분을 쏟아낼 수밖에 없는 부하들의 심정을 헤아렸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다윗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다스릴 능력이 없었습니다. 그들이 그렇게밖에 하지 못했던 것은 믿을 곳이 다윗뿐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윗은 그들에게 전적인 신뢰의 대상이었고 모든 감정을 쏟을 수 있는 어머니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성숙하지 못하고 과격한 행동이었지만 그들은 그런 방식으로 다윗에 대한 신뢰를 표현했습니다. 마치 철없는 자녀가 모든 탓을 어머니에게 돌리듯이.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다윗의 그 다음 행동이었습니다. 다윗은 몹시 당황했지만 마음을 지켰습니다. 여호와를 바라보며 용기를 되찾았고 깊은 묵상과 기도 가운데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그는 독려하여 무너진 마음에 목표의식을 심습니다. 결국 추격대를 편성하여 아말렉으로부터 가족들을 구해내었습니다. 위기를 관리하고 문제를 해결한 것입니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자화상을 적나라하게 보고 있습니다. 그 중 지도자는 어떠해야 하는지도 여러 번 생각하게 됩니다. 지도자는 무너지지 말아야 합니다. 지도자는 대응방식이 달라야 합니다. 지도자는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 주어야 합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 다 책임감을 가지고 반성해야 할 때입니다. 피해가 피해로 끝나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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