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멀리서 보기와는 전혀 다르네!" 잔디밭에 쭈그리고 앉아 잡초를 제거하려다가 내 입에서 나온 소리입니다.

저희 교회 앞마당에는 작은 정원이 있습니다. 시절을 좇아 피어나는 꽃들과 비 온 뒤엔 더욱 푸르러지는 잔디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적지 않습니다.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생명의 신비가 놀랍고 성장의 변화가 오묘합니다. 정원지기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경건 훈련에 도움이 되기도 해서 잔디를 관리하는 시간을 자주 갖습니다. 오늘은 정원을 관리하며 얻은 작은 깨달음들을 나누고 싶습니다.

공원의 푸른 잔디밭에 가보신 적이 있으시지요? 멀리서 보면 잔디 한 종류인 것 같지만 가까이 가서 들여다 보면 이런 저런 풀들이 섞여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잡초라고 부르지요. 대부분의 인생과 조직이 그러합니다. 평탄한 것 같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가까이 가서 보고 한동안 같이 살아보면 누구나 복잡하고 무질서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잡초보다 잔디가 상대적으로 더 많기 때문에 봐 줄만 하고 가 볼 만한 곳이 될 뿐입니다.

잡초들이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관리자들이 나서야 합니다. 약을 뿌리거나 직접 뽑아야 합니다. 그래야 정원은 깨끗하고 일관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뽑혀야 할 잡초 즉 문제란 무엇일까요? 저희 정원에는 토끼풀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클로버가 바로 뽑혀야 할 잡초입니다. 그 풀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행운의 상징이라고 하며 네잎 클로버를 찾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그 풀이 피어야 할 곳에 피지 못하면 제거해야 할 잡초가 됩니다. 모양과 색깔이 달라도 조화를 이룰 수 있으면 공존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에는 공동체에서 골칫거리가 되는 법입니다. 우리의 존재와 역할이 시의적절하고 주변 사람들 또는 상황과 잘 어울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토끼풀을 뽑다가 얻은 교훈도 있습니다. 하얗게 망울을 터뜨린 클로버의 꽃은 잔디밭의 푸르름을 망치는 주범입니다. 때문에 그 개체수를 줄여야 합니다. 꽃망울을 제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뿌리를 제거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그 줄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뿌리는 꽃이 있던 자리에서 한 뼘 이상 떨어진 곳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와 그 문제의 뿌리는 연결되어 있을 뿐 숨어 있다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농부는 뿌리를 찾아 제거합니다. 많은 경우 문제에 대한 우리의 처방은 대증적이고 임기응변식일 뿐 본질적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은 현상과 아주 멀리 그리고 깊은 곳에 있을 수 있습니다. 성인의 문제이지만 아주 어린 시절에 원인이 있을 수 있고 경제 문제이지만 영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깊은 통찰력이 필요합니다.

잡초의 뿌리를 찾아가면서 발견한 또 하나의 사실이 있습니다. 한 뿌리에서 뻗어나온 줄기들이 여럿이라는 것입니다 그것들은 서로 얽혀 있고 질깁니다. 그래서 힘만으로 잡아당기면 끊어질 뿐 뽑히지 않습니다. 신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일하는 사람의 기분 내기나 업적일 뿐 문제의 완전한 해결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생각도 위험합니다. 그런 생각은 곧 절망과 포기로 이어집니다. 시간이 걸리지만 꾸준히 하면 언젠가는 온전해지고 깨끗해집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즐길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 없는 인생이나 공동체는 없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정원처럼 가꿀수록 아름다워집니다. 얽히고 설킨 나라의 문제, 가정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면 인내와 성실이 요구됩니다.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도 행복이라 느끼면서 하나하나 풀어가는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인생의 정원이 아름다워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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